정치평론/정치

만 5세아 무상 의무교육?

세상을 널리 이롭게하라 2011. 5. 1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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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연 주간논평>


만 5세아 무상 의무교육?


                                             이 옥(덕성여대 교수 2011.05.06)


어린이날을 사흘 앞둔 5월 2일, 정부는 이른 바“‘만 5세 공통과정”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만 5세아에 대한 공통과정 교육을 제공하고, 지원 대상을 만 5세아 전체로 확대하되, 2012년부터 5세아 1인당 월 20만원의 보육․교육비용을 지원하며, 지원 단가를 매년 인상하여 “5세아 보육․교육 관련 비용을 정부가 책임진다”고 발표하였다.

이번 발표된 5세아 정책에 일부 긍정적 측면이 있긴 하나, 문제는 이 정책이 “사실상의 만 5세아 무상교육, 의무교육”으로 과장되어 보도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지난 15년간 완성을 미루어왔던 취학직전 1년간의 유아교육보육 선진화를 실현”하며 “정부가 부담하는 의무교육이 사실상 10년으로 확대 된다”는 식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과연 정부가 부담하는 5세아 무상, 의무교육 정책인가?

정부의 5세아 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첫째, 만 5세 아동에게 유치원과 보육시설 중 어느 곳을 이용하든지 보편적 교육경험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표준보육과정과 유치원교육과정으로 이원화된 교육과정을 일원화시켜 보편 교육과정을 제공함으로써 일부 보육시설과 유치원의 왜곡된 교육과정을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 측면에서나마 유아교육과 보육이 통합되는 의미가 있다. 둘째, 지원 대상을 현재 소득 하위 70%에서 100% 수준으로 확대함으로써 그만큼 육아지원 재정이 증가하게 되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영유아 보육․교육 재정은 0.5% 수준으로, OECD 권고 수준인 1%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육아재정의 확대는 일단 환영할 일이며, 전체 5세 아동 40여 만 명이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된다는 것도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이 정책은 정부 발표대로 “정부가 부담”하는 “사실상의 5세아 의무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만 5세아 무상보육․교육은 1997년에 법령으로 명시되었고, 지난 정부에서 이미 연차적으로 확대 시행해온 정책이다. 예컨대 농어촌지역의 5세 아동부터 점차 도시지역 아동에게로, 그리고 도시 저소득층 아동에서부터 차츰 그 대상을 확대해 가는 중이었으므로 사실상 새로운 정책도 아니다. 또한, 이번 5세아 정책은 최근 민주당이 제안한 ‘표준보육․교육비를 현실화하여 보육료와 교육비를 전액 지원하는 무상보육 방안’과 비교할 때, 지원 수준에서 크게 못 미친다. 게다가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5세아 지원 단가는 실제 부모가 지불하는 유아교육비나 보육료와 격차가 크다. 유치원별, 시설별, 이용 가격이 제각각인 현행 이용가격 결정 시스템을 방치하고, 월 20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은 참여정부 시절 도입한 영아보육 기본보조금 지원 제도를 5세 아동에게 적용한 것에 불과하다.

“사실상 의무교육으로서의 공통과정” 정책의 실현은 보육료와 교육비 지원확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의무교육이 되려면 보편적 교육과정 뿐 아니라 모든 아동이 일정 수준 이상의 인적, 물리적 환경을 갖춘 유치원과 보육시설에 접근 할 수 있어야 한다. 만 5세의 모든 아동이 다닐 수 있도록 표준적 수준 이상의 서비스 환경을 지닌 보육시설과 유치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여기서 국공립보육시설과 공립유치원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국공립보육시설과 공립유치원의 확충은 보육료와 교육비 상승 압력의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무상 의무교육 실현에 특히 중요하다. 현재 사립유치원 교육비 책정은 자율화되어 있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자율형 어린이집 공청회 내용을 보면 민간시설의 보육료 자율화도 시간문제인 것 같다. 사립유치원과 민간보육시설 이용가격의 상승 구조를 그대로 둔 채  5세아 무상 의무교육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국공립보육시설과 공립유치원의 점유율이 지나치게 낮은 상황에서 보육료와 교육비 상승을 통제하기는 어렵다.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교육비 부담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발표된 정책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보육시설과 교육기관의 공공성 제고와 표준적 수준 이상의 교육서비스 질을 보장하는 유치원과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관련 계획은 언급조차 없다.  단기간 내 국공립보육시설의 확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대안은 있다. 모든 공립 초등학교에 “5세아 공통과정” 교육을 실시하는 병설유치원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런 대책 없이 어린이날에 즈음하여 발표된 만 5세아 정책은 차라리 ‘5세아 보육료․교육비에 대한 정부기본보조금 지원 정책’이라고 함이 타당할 것이다.


<이 옥 │ 덕성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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