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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 Grigg's on fire

세널이 2016. 6. 27.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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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 북아일랜드, 팬과 노래는 그리울거야


[풋볼리스트=파리(프랑스)] 류청 기자= “저 노래는 도대체 뭐야?”

 

대회 공식주제가가 성공하기는 쉽지 않다. 월드컵이든 유로든 돈 주고 만든 공식주제가 널리 불리는 경우는 많지 않다.

 

‘유로 2016’도 마찬가지다. 데이비드 게타가 만들고 자라 라르손이 부른 ‘This One's For You’는 신나는 노래지만 현지에서 널리 불리지는 않는다. 대신 어디에 가든 들려오는 노래가 있다. 파리에서도, 보르도에서도, 릴에서도 같은 멜로디를 들었다. “**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가 불타오르면, 너희 수비는 겁을 먹지)”라고 두 번 부른 뒤 갑자기 “나~나~나~”를 외치며 팬들이 무당이 굿할 때처럼 두 팔을 번갈아 들어 올리는 모습을 확실히 봤다.

 

이 노래는 마치 대회 주제가처럼 불린다. 영어를 쓰지 않는 이들도 이 정도 노래는 쉽게 부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노래가 대회 상징처럼 떠올랐다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다수를 따라가려고 한다. 이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많아지자 더 많은 이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이탈리아 경기 취재를 위해 릴을 찾았을 때도 아일랜드 팬들이 버스 안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자신들 선수 이름을 넣어 부르며 버스 천장을 두들겼다.


#그런데 윌 그리그가 누구야?

이 응원가는 북아일랜드 선수 윌 그리그를 위해 만들어졌다. 그리그는 잉글리시 리그원(3부 리그) 위건애슬레틱에서 뛰며 북아일랜드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다. 위건 팬 션 케네디가 ‘유투브’를 통해 그리그를 위한 응원가를 몇 개 공개했고, 그 중에 이탈리아 여가수 갈라가 부른 ‘Freed from desire’를 개사한 ‘Will Grigg’s on fire’가 있었다. 팬들은 중독성 있는 이 노래에 끌렸고, ‘유로 2016’에서도 이를 즐겨 부르기 시작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이 노래 영향력은 대단하다. 각국 팬들이 이를 따라부르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 축구 영웅인 에릭 칸토나는 25일 공개된 ‘유로 스포트’ 동영상에서 북아일랜드 팬들을 칭송한다. 그는 그 중에서도 ‘Will Grigg’s on fire’가 가장 멋지다고 이야기한다. 셔츠를 풀어헤친 칸토나는 걸걸한 목소리로 이 노래를 따라 부른다. 칸토나가 “나나나”를 외칠 때는 웃음을 참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그는 ‘유로 2016’ 본선에서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웨일스와 벌인 16강 전에서도 벤치를 지켰다. 그리그는 경기장에 나오지 못했지만, 응원가는 계속해서 출전했다. 북아일랜드 팬들은 시도 때도 없이 이 노래를 부르며 조국이 승리하길 바랐다. 경기가 잘 될 때도,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이 노래는 이어졌다. 

 

북아일랜드는 졌다. 팬들은 실망하지 않았다.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선수들과 마지막 인사를 했다. 그때 유럽축구연맹(UEFA)이 이들에게 일종의 보답을 했다. UEFA는 '비공식 주제가'를 만든 북아일랜드 팬들이 마지막으로 즐길 기회를 줬다. 갈라가 부른 원곡을 경기장에 크게 틀며 북아일랜드 팬들이 노래 부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노래가 한 번 끝나자 장내 아나운서는 “한 번 더!”를 외쳤다.

 

경기는 90분에 끝나지만, 축구는 이후에도 이어진다. 북아일랜드 팬들은 그 사실을 확실히 보여줬다. 이들은 콩콩 뛰면서 팔을 교대로 들어올렸다. 아이들부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응원가를 따라 불렀다. 기자석에서 나와 이들이 앉은 곳으로 걸어가 직접 이 광경을 봤다. 장관이었다. 팬심은 결과에 따라 좌우되는 게 아니었다. 축구공이 둥글면, 팬심도 둥글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브라질은 아니다. 북아일랜드다. 내게는 (두 나라가) 똑같다”

북아일랜드 팬들은 ‘유로 2016’을 강타한 이 노래 말고도 걸작을 몇 개 가지고 있다. 이들이 자주 부르는 노래 중에 ‘We're Not Brazil .We're Northern Ireland(우리는 브라질이 아니다. 우리는 북아일랜드다)’는 인상적이다. 이들이 축구를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노래다. “우리는 브라질이 아니다. 북아일랜드다. 하지만 내게는 모두 똑같다.” 이들은 북아일랜드가 브라질처럼 강하고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주지 못해도 상관없다. 북아일랜드이 그들에게는 브라질이다.

 

이런 마음을 가진 이들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북아일랜드는 16강에서 탈락했지만, 북아일랜드팬은 ‘유로 2016’에서 우승했다. 북아일랜드는 결과가 아니라 축구 자체를 즐겼다. 다른 팬들도 이들이 보인 흥을 부러워했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그리그는 "이 노래(응원가)가 나을 추월했다"라고 말했다. 북아일랜드는 16강에서 멈췄지만, 이 노래는 결승전까지 이어질 것이다.  

사진=풋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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