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이야기/강릉맛집

[맛집③] 감자에 싹이 나서...감자, 강릉과 세계를 상호 교차시키다.

세널이 2017. 1. 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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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에 싹이 나면 희망이 잉태된다. 감자가 광범위하게 보급되면서 나타났던 현상이다. 그것이 세계 음식문화의 역사에 나름의 위상을 자리매김한 것은 당연하다. 그것은 또한 강릉이 세상에 큰 울림을 전하는 수단들 중 하나일터다. 강릉을 대표하는 ‘향토음식’중에는 감자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문화가 많은 탓이다.


감자, 안데스에서 꽃피다.


세계사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음식문화 중 하나가 감자다. 그것의 원산지는 이른바 라틴 아메리카의 안데스 고원이다. 오늘날의 볼리비아와 페루사이에 걸터앉은 그 고원에서 잉카 문명의 초석이 다져졌고 기원 전후로 추정되는 감자 모양의 토기, 감자를 그린 항아리 등 다수의 유적이 출토되었다고 한다.


<사진 설명 : 하얀 화살표가 마닐라 무역망>

‘신대륙 재발견’ 이후 감자의 ‘전래 동화’는 다분히 ‘유럽 중심적’이었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대서양 무역 루트나 태평양을 가로질러 교역했던 폴리네시아 사람들의 경제 활동 등은 차치하더라도, ‘마닐라 무역’을 배제하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그것은 마닐라 (현 필리핀 최대의 도시)를 거점으로 한 이른바 ‘동아시아’와 스페인 제국 치하의 신대륙이 교류했던 흔적이었다. 19세기 말 미국과 스페인 사이의 제국주의 충돌 이전에 필리핀이 스페인의 ‘유일한 아시아 식민지’였던 사실도 그것과 무관하지 않은 탓이다.


감자, 선원들의 음식으로 세상에 알려지다


<사진설명 : 마닐라 무역 기념비, 출처 위키백과>

감자가 한국으로 전파되는 퍼즐 맞추기에서도 마닐라 무역은 거의 완전히 생략된 영역이었다. 감자는 세계로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서부터 선원들, 당대의 ‘세계 시민’ 혹은 ‘코스모폴리탄’들의 주요한 선상 음식이 되었다. ‘고상한 실증적 향기’는 없지만 세계시민들의 체취는 적어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역사라는 지식을 생산하고 재가공하는 부류가 어찌 소위 엘리트만일 수 있을까! 이런 상념에 젖으면 감자가 새롭게 다가올지 모른다.


세계를 뒤흔든 음식, 감자


감자가 천하에 끼친 극적인 영향은 ‘아일랜드 대기근’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기근에 시달리거나 굶주린 서민들에게 감자가 ‘희망의 등불’이었음은 익히 알려진 바다. 역으로 감자에 싹이 나지 않고 잎이 메말랐다면 어지간한 재난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리라! 그것을 여실히 보여준 역사적 단면이 아일랜드를 강타했었다.




지도상으로 유럽에 있으면서도 유럽이 아니었던 땅, 피부색이 ‘백인’이어도 ‘흑인’으로 불렸던 아일랜드 사람들, 아프리카 노예들이 그들의 혹독한 ‘강제노동’을 대체하기 전이나 후에도 노예와 다름없는 삶을 연명해야 했던 그들, 수백 년 동안 ‘신사의 나라’ 영국에 의해 착취되고 강점된 ‘분단의 공간’등등으로 아일랜드는 일견 요약될 수 있을지 모른다.


<사진 설명 : 안젤라의 자취들 첫판 표지, 아일랜드 이주민들의 삶을 회고한다.>

그런 공간에서 감자는 희망을 주는 자양분이었으나 그것이 위험에 처해지자 하늘이 붕괴되었다. 감자마저 병들게 했던 정치경제적이며 생태문화적인 현실 탓에, 아일랜드 사람들의 이주 물결은 ‘자유의 여신상’을 범람하게 했다.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 주연의 영화 ‘파 앤 어웨이 (Far and Away)’이외에도 다수의 영화와 책이 여전히도 광범위하게 소개될 만큼 이주의 여파는 지대했다.



감자, 강릉과 세계를 상호 교차시키다.


감자 이야기를 대충 훑으면서 보듯, ‘감자의 세계화’는 사람들의 ‘이동성 혹은 이주성’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사람들이 움직일 때, 생물학적 육체만이 아니라 그와 함께 사회문화적이며 생태적인 인자들을 나르기 때문이다. 이제 강릉의 감자 음식문화를 ‘글로컬 프로젝트’의 중심으로 옮겨 보고자 한다. 당면 문제는 항상 ‘어떻게’이다. 강릉 어디에나 숙수나 셰프를 꿈꾸는 사람들은 풍부하고 그들은 신선한 식자재로 무엇을 할지 방향 감각마저 갖고 있다. 그렇기에 단지 감자 음식문화를 통하여 강릉을 세상에 어떻게 알리고, 세계 음식문화에서 감자의 오늘을 활용할지에 일조하고자 한다.


강릉에서 감자 음식의 다양성과 수적 우위는 감자전, 감자옹심이, 감자떡 등에서 보듯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하지만 종류는 많지만 가격대 별로 체계화된 메뉴판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성싶다. 또한 감자전이면 감자전 하나에 집중하더라도 특성화된 감자전 내에서도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는 다양성 등이 필요할 듯싶다. 그런 ‘특성화된 다양성’에 따라 차별화된 가격 등이 적용되면 좋겠다. 이런 노력에 행정 당국이나 ‘초당적이며 초국적인’차원의 지원 등이 포함되면 더할 나위 없겠다.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감자 음식문화에 대한 획기적인 홍보 방안도 조직적으로 강구되고 연출되면 좋지 않을까! 익명이건 필명이건 누군가의 이름으로 아이디어를 나누거나 전하기 위한 적절한 창구 역시 절실하다. 대표적인 예로 기능하는 것이 ‘강릉뉴스’다. 맹목적으로 ‘우리 것이 좋은 거야’ 소리 높이기보다는 감자에 대한 식감이나 세계사적인 혜안에 눈뜰 필요가 있다. 감자튀김 형태의 ‘프렌치프라이’가 어떻게 세계의 식단에 끼어들었는지 고려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무엇보다도‘사랑방 손님’을 맞는 심정으로 그나 그녀의 입맛에 부응하는 세심한 배려를 음식에 얹었으면 좋겠다. 이렇듯 사람들의 바람 바람을 싹 틔우면 강릉에서 감자의 미래는 훨씬 밝을 전망이다. 


최우영 기자  bg24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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