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일 뭐해/살아온 이야기

시청앞 분수대에 신발이 나뒹굴고

세널이 2010. 7. 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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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앞 분수대에 신발이 나뒹굴고


대학에 들어가고 얼마 안되서 4.19혁명 기념일이 찾아왔다. 선배로부터 말로만 듣던 데모에 처음 참여하게 된다. 그날은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선배들이 데모에 가면 신발들이 산더미처럼 쌓인다고 그랬는데 실제로 신발이 산더미처럼 쌓이는 것를 보았다. 말로만 듣던 백골단의 활약도 보았다. 너무나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차차 나도 많은 사실들을 알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텔레비전과 신문에서 말하던 운동권 학생으로 서서히 변모하고 있었다.


어머니가 서울가면 제일 조심해야 할 것으로 호남사람들과 빨갱이를 조심하라고 그랬는데 대학에 가고보니 그들은 머리에 뿔난 빨갱이도 아니었고 후배들을 가장 성실하게 챙겨주고 도와주며 인생을 함께 고민하는 좋은 선배들이었다. 가끔 교정에서 전경들과 대치하며 싸우고 있던 선배들을 보면 하나같이 내가 좋아하는 선배들이었고 왜 그들이 저렇게 치열하게 싸우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학교 채플에서 광주학살 비디오를 보게된다. 당시는 믿을 수가 없었다. 조작된 것이다. 빨갱이들이 조작한 비디오라고 믿고 싶었다.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잔혹한 장면들이 대명천지 대한민국에서 일어났고 이것을 많은 사람들이 모르거나 가리려고 하는 모습에 나는 서서히 분노늘 삼키고있었다. 그리고 나는 광주학살의 책임자 ‘전두환과 노태우’를 구속시킬때까지 싸우기로 결심했다. 많은 사람들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했지만 나는 우리가 승리하리라 확신했다. 승리하지 못하다면 그동안 내가 배운 모든 것들이 거짓이고,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국민을 학살한 저들에게 대한민국이 심판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 미래가 없다는 확신을 가졌다. 그후로 수업보다는 거리에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운동권학생으로 그리고 그 맨 선두에 항상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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