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논란 심층분석|정치권은 왜 영화에 개입하나, 진영 갈등과 문화의 자유...부산국제영화제 일정 취소와 싱가포르 개막작 철회 요구 사태
문화·정치 심층분석 | 자료 확인: 2026년 10월 7일
‘암살자(들)’ 논란, 정치권은 왜 영화에 개입하나
진영 갈등이 문화의 자유를 삼키는 방식
상영 철회 요구와 국감 공방에서 드러난 권력의 경계, 역사적 책임과 관객의 권리를 함께 살펴본다.
영화의 역사적 설정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정치권의 상영 철회 요구에는 반대할 수 있다. 창작의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도 비극을 활용한 홍보물에는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사회의 문화 논쟁에서는 이런 복합적인 판단이 설 자리가 좁아지곤 한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어느 진영에 속하는지를 확인하는 문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암살자(들)’ 논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판단의 공간이 어떻게 사라지는가다. 역사적 해석을 둘러싼 공방이 배우 개인에 대한 압박과 행사 취소, 해외 영화제 선정 철회 요구, 국정감사 증인 채택 논쟁으로 확장됐다. 강릉뉴스 기사에서 논란의 경과와 사회적 책임을 살폈다면, 이 글은 정치권이 문화 논쟁에 개입하는 방식과 그 개입을 증폭시키는 진영 갈등을 분석한다.
1. 논란의 경과와 구분해야 할 사실
허진호 감독의 ‘암살자(들)’은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의혹을 추적하는 극영화다. 중앙정보부 배후 가능성 등을 다루는 설정에 대해 비판 측은 역사 왜곡을 주장했고, 제작진은 새로운 역사적 결론을 확정하려는 작품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허 감독도 사건 배후에 박정희 전 대통령을 상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
| 쟁점 | 확인된 경과 | 판단할 때의 주의점 |
|---|---|---|
| 부산 일정 취소 | 제작사는 10월 2일 안전을 이유로 개막식 참석·야외무대인사 취소를 발표했다. 이민호 토크와 개봉 무대인사도 취소됐다. | 취소만으로 역사 왜곡을 인정했다고 볼 수 없다. [2] |
| 탄흔 굿즈 | 메가박스는 10월 4일 사과하고 남은 티켓을 폐기하겠다고 밝혔다. | 홍보물의 윤리와 영화 전체의 상영 여부는 따로 평가해야 한다. [3] |
| 해외 영화제 철회 요구 | 국민의힘은 10월 6일 소속 의원 전원의 뜻을 담아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 개막작 선정 재고를 요구했다. | 철회 요구가 실제 선정 철회나 상영 금지를 뜻하지는 않는다. [4] |
| 국감 증인 공방 | 10월 7일 감독·작가 등의 증인 채택 요구가 나왔으나 채택은 무산됐다. | 요구와 실제 소환을 구분해야 한다. [5] |
이 글은 영화의 역사 왜곡 여부에 대한 최종 판정이 아니다. 확인된 행사·정치권 대응을 바탕으로 문화와 정치의 관계를 분석하며, 아래의 갈등 구조는 이러한 경과에 대한 해석이다.
2. 비판과 정치적 개입의 경계는 ‘어떤 힘을 사용하는가’다
정치인도 시민으로서 영화에 의견을 낼 수 있다. 문제가 되는 장면을 지적하고 사료를 제시하며 제작진에게 반론을 요구하는 일은 공개 토론의 일부다. 그러나 정당의 집단적 권위를 앞세워 해외 영화제의 선정을 되돌리려 하거나, 국감에서 창작 의도를 따지려 하면 그 발언은 훨씬 큰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해외 관객이 한국 현대사를 오인하고 피해자와 유족이 상처받을 수 있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 우려는 검토할 가치가 있다. 다만 우려를 설명하는 것과 관객이 작품을 접할 기회를 줄이려는 것은 다른 선택이다. 관련 기록과 반론을 해외 관객에게 제공하는 방법도 있는데, 왜 선정 철회를 먼저 요구해야 하는지 정치권은 설명해야 한다.
국회에는 공공기관의 예산 집행과 지원 절차를 감시할 역할이 있다. 확인할 대상이 회계와 선정 절차인지, 특정 작품의 시각과 창작자의 사상인지에 따라 개입의 성격은 달라진다. 작품에 대한 불쾌감이 지원 배제나 투자 철회의 기준이 된다면 다음 창작자는 완성도보다 정치적 위험을 먼저 계산하게 될 수 있다.
3. 작품이 진영의 시험지가 되는 과정
첫 단계는 역사적 인물이 현재의 정치적 정체성과 결합하는 것이다. 이때 인물의 묘사에 대한 불만은 자신의 진영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작품을 둘러싼 질문도 ‘이 장면은 근거가 있는가’에서 ‘누가 우리 편을 공격했는가’로 이동한다.
두 번째 단계는 판단의 묶음화다. 영화의 서사, 홍보물, 배우의 출연, 영화제의 초청이 하나의 정치적 행동처럼 취급된다. 그러나 출연은 모든 설정에 대한 동의가 아니며, 영화제 초청도 작품 속 역사적 가설에 대한 인증이 아니다. 이 구분이 무너지면 작품의 문제를 지적하는 사람과 창작의 자유를 옹호하는 사람이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기 쉬워진다.
세 번째 단계는 개인에게 비용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배우의 자택과 다른 활동까지 압박이 번지면, 작품에 대한 반론보다 참여자의 일상을 흔드는 방식이 주목받는다. 유해진의 자택 인근 집회와 별도 작품으로 후보에 오른 부일영화상 불참은 이러한 확산을 보여준다. [6]
온라인 환경은 강한 표현과 짧은 장면을 빠르게 유통할 수 있지만, 이번 논란을 알고리즘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정치권의 발언, 보도의 제목, 참여자들의 공유와 공격이 어떤 맥락을 생략하는지 함께 살펴야 한다. 핵심은 의견의 차이가 커졌다는 사실보다 복합적인 의견을 말하는 비용이 커졌다는 점이다.
4. ‘다이빙벨’과 비교하면 보이는 영화제 독립성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다이빙벨’ 상영을 둘러싸고 부산시와 영화계가 충돌했다. 당시 영화인 단체들은 부산시장의 상영 중단 요구에 반발하며 영화제의 독립성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7]
두 사안을 그대로 동일시할 수는 없다. ‘다이빙벨’에서는 영화제 조직위원장인 지방정부 수장의 개입이 쟁점이었고, ‘암살자(들)’의 부산 일정 취소는 제작사의 안전 판단에 따른 요청이었다. 이번 논란에는 정당의 해외 영화제 선정 철회 요구와 국감 공방도 함께 존재한다.
그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통으로 물어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영화제의 선정과 운영을 정치적 호불호로 바꾸려 할 때 누가 관객의 선택권을 보호할 것인가. 독립성은 논란에서 벗어나는 능력이 아니라, 논란이 생겨도 선정 원칙을 설명하고 안전하게 토론할 수 있는 조건이다.
6일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기자회견에서는 ‘암살자(들)’ 관련 질문이 제지됐다. 다른 작품에 집중하도록 자리를 운영할 수는 있지만, 영화제 차원의 질문에 답할 별도 창구는 필요하다. 일정 취소 공지만으로 독립성과 안전에 대한 의문까지 해소되지는 않는다. [8]
5. 창작의 자유를 지키려면 역사적 책임도 구체화해야 한다
‘영화는 영화’라는 말은 극영화를 역사 기록과 구분하는 출발점이다. 그러나 실존 인물과 피해자가 등장하는 작품이라면 사실과 허구를 관객이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기록의 공백을 상상력으로 채웠다고 해서 그 상상이 역사적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작진은 주요 자료와 창작한 설정을 가능한 범위에서 소개하고, 비판 측은 문제 장면과 반증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역사 연구자는 확인된 사실, 논쟁 중인 해석, 증거가 부족한 추정을 구분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런 설명은 창작을 허가받는 절차가 아니라 관객의 판단을 돕는 장치여야 한다.
탄흔 굿즈 문제에는 별도의 책임이 따른다. 비극의 재현과 비극을 활용한 판촉은 목적과 맥락이 다르다. 굿즈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요구는 가능하지만, 그 문제를 배우 개인에 대한 공격이나 작품 전체의 배제 근거로 곧장 확대하는 판단에는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6. 한국사회가 바꿔야 할 다섯 가지
- 정치권은 반론의 근거를 먼저 공개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장면과 기록을 제시하고 제작진의 답변을 검토해야 한다. 상영 철회 요구에는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할 만큼 충분한 이유가 있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 공공지원은 절차의 투명성과 내용의 독립성을 함께 지켜야 한다. 예산 집행과 이해충돌을 감시하되, 특정 정치적 시각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관행을 막아야 한다.
- 영화제는 안전 계획과 설명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행사 변경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리고, 작품 비평과 안전 문제를 각각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운영해야 한다.
- 제작·배급사는 역사 소재와 홍보물의 검토를 강화해야 한다. 사실·허구 해설과 피해자 관점의 홍보 검토를 마련하되, 외부 검토가 작품을 사전 허가하는 장치로 바뀌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언론과 시민은 평가와 공격을 구분해야 한다. 제작진의 설명과 비판 측의 주장을 함께 확인하고, 배우의 출연이나 작품 추천을 곧바로 정치적 충성의 증거로 삼지 않아야 한다.
이 기준은 작품의 정치적 방향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보수적 역사관을 담은 작품에도, 권위주의 권력을 비판하는 작품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상대 진영의 불편한 표현까지 보호할 수 있을 때 자유는 지속 가능한 원칙이 된다.
정치의 역할은 논쟁의 결론을 대신 내려주는 데 있지 않다. 시민이 작품과 기록을 비교하고 서로 반론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드는 데 있다. 한국사회가 지켜야 할 것은 모든 작품에 대한 동의가 아니라, 동의하지 않는 작품을 비판하면서도 사람의 안전과 관객의 판단을 존중하는 문화다.
7. 자주 묻는 질문
정치인이 영화의 역사 왜곡을 지적하면 모두 검열인가?
그렇지 않다. 근거를 제시하는 비평과 정당의 권위·공적 권한으로 선정이나 지원에 영향을 주려는 행동을 구분해야 한다. 누가 어떤 힘을 사용하며 어떤 결과를 요구하는지가 중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 불참은 제작진이 잘못을 인정했다는 뜻인가?
제작사가 밝힌 취소 이유는 관객과 참석자의 안전이다. 불참만으로 역사 왜곡 인정이나 해명 회피를 단정할 수 없다. 동시에 행사 취소가 관객에게 준 영향에 대한 설명은 필요하다.
창작의 자유와 유족의 존중은 함께 지킬 수 있나?
사실과 허구를 설명하고 홍보물을 신중하게 만들며 비판에 답하는 방식으로 함께 추구할 수 있다.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모든 창작의 금지를 뜻하지 않으며, 자유도 모든 표현의 책임을 없애지는 않는다.
국감에서는 문화산업의 공공투자를 검증할 수 없나?
공공기관의 투자 절차와 집행은 검증할 대상이다. 다만 구체적 자료에 근거한 절차 검증과 작품의 정치적 시각을 문제 삼는 추궁은 구분해야 한다.
참고자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