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發 ‘충청대망론’ 실체
‘시대요청, 준비된 장수론’ 대권마케팅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를 6일 발표했다. 이 조사는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5일간 전국 유권자 2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처음으로 포함되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반기문 24.1% △문재인 23.2% △안철수 11.9% △박원순 6.7% △오세훈 5.0% 순이며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4.2%를 받아 6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리얼미터가 수행한 월간 정례 광역자치단체장 평가 조사에서도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4월에 이어 지난달에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불펜 투수’에서 ‘선발 투수’로 변신
-‘페이스메이커’냐 ‘선수교체’냐
대부분의 정치분석가들은 안희정 지사를 차차기 대선주자로 분류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안 지사는 차기 대선주자로 급격히 거론되고 있다. 안 지사가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페이스메이커 역할론이다. 페이스메이커는 보통 육상경기에서 자신의 능력보다도 빠른 페이스로, 또는 다른 선수의 목표가 될 만한 스피드로 다른 선수를 유도하거나 앞질러 가는 선수를 말한다. 안희정 지사가 바로 문재인 전 대표에게 이러한 역할을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선수교체론이다. 페이스메이커 역할론이 안 지사에게 정치적 희생이 요구되는 반면 선수교체론은 그에게 차기 대선에 뛰어들 강력한 동기를 제공해 준다. 다시 말해 선수교체론은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대선에서 패배했고 차기 대선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교체론의 배경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대선 패배 이후 정치적 행보가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평가에서 비롯된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오점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야권분열이고, 다음은 호남 민심의 심각한 이탈을 들 수 있다.
반면 이 두 가지 이유는 안희정 지사에게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들 정치적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안희정 지사는 페이스메이커든 선수교체든 야권이 주목하는 차기 대선 후보로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사실 현직 도지사를 맡고 있는 안희정 지사의 입장에서 충남 도정을 뒤로하고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드는 것은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여권에서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현직을 유지하며 야권에서는 김두관 도지사가 지사직을 던지며 시도했지만 두 사람 모두 실패했다. 그 만큼 대한민국 정치에서 현직 광역단체장이 대선후보군에 오르는 것은 쉽지만 성공률은 낮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안희정 지사에게 이번 대선 경선은 정치적 행보에서 중대한 기로가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안희정 지사가 쏟아내고 있는 말을 보면 이미 상당 부분 준비가 끝난 것처럼 해석되기도 한다. 마치 마지막 결단의 순간에 임박한 장수가 비장한 각오를 내놓는 모습이다.
-불펜투수로 몸을 만드는 단계
최근 안희정 지사는 거의 ‘대선행보’에 가까운 언행을 보여주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 5월 12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에 대해 “문 전 대표를 계속 응원해야 할지 아니면 직접 슛을 때리기 위해 뛰어야 할지 정하겠다”며 본인이 직접 뛸 수 있다는 정치적 의지를 내보였다.
또한 지난 5월 20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총선 당선자 정책설명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대선 출마 여부와 관련해 “열심히 훈련하고 연습하고, 불펜투수로서 연습해서 몸을 풀고 몸을 만드는 단계”라며 “시대의 요청이 있을 때 준비가 안 된 건 장수의 책임이다. 시대의 부름에 응하지 못하는 건 가장 큰 죄”라며 자신의 강한 의지를 엿보였다.
급기야 한 매체는 안희정 지사가 오는 18일 자신이 만든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행사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안희정 지사와 충청남도는 공식적으로 부인했지만 그만큼 안희정 사단 내부에서도 차기 대선에 대한 심각한 결단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희정 지사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야권진영에서 선두주자인 것은 인정하지만 언제든지 문재인 전 대표가 위기에 몰리거나 자신에게 기회가 오면 선두주자로 치고 나갈 수 있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5박 6일 동안 한국을 방문한 후 그의 모든 언행이 대선출마로 해석되었다. 그의 방문은 대한민국 정치권 시계를 대선으로 향하게 만들었다. 그는 한동안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도 빠져 있었는데 다시 조사 후보군에 포함되었다. 대부분의 조사 결과는 반기문 총장과 문재인 전 대표가 선두권을 형성하거나 반기문 총장이 선두를 차지했다.
반기문 효과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물론이고 새누리당의 정당지지도까지 반등시키는 효과를 보여주었다. 반기문 카드가 여권의 총선 패배 이후 흩어졌던 여권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있는 것이다.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던 여권이 숨을 돌린 셈이다.
반기문 총장은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이며 충청권에는 ‘충청포럼’을 비롯하여 다양한 모임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반기문 총장은 이번 방한 중에 JP를 독대했고 안동 하회마을을 찾는 광폭행보를 보였다. 이를 두고 ‘충청과 TK 연합’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반기문 총장의 방한은 사실상 여권의 대선후보로 해석되고 남았다.
그런데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여권 발 충청대망론’이라면 안희정 도지사는 ‘야권 발 충청대망론’을 만들고 있다. 아직은 안희정 지사가 반기문 총장을 대적하기엔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그 역시 야권 대선 후보군에서 빠지지 않고 유력 후보로 등장한다. 안희정 지사는 스스로 “김대중, 노무현 집안의 장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만큼 안희정 지사는 야권의 뿌리에 깊게 들어서 있고 야권 지지층이 기대하는 야권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DJ 盧 장자가 되고 싶다” 속내
안희정 지사는 6월 4일 서울 명동 퍼시픽호텔에서 열린 ‘거버넌스 리더스 조찬포럼’ 기조발제에서 반기문 총장의 ‘충청대망론’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안희정 지사는 “자신을 특정 지역 대표라고 말하는 순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미완 역사를 완성하고, 김종필 총재를 비롯한 충청도 선배 정치인들의 좌절과 비애의 역사를 극복하겠다고 늘 말해왔다”며 “다른 지역이 다 지역주의를 주장하더라도 충청만큼은 절대 지역정치를 얘기하면 안된다”며 “그것은 영원한 3등전략”이라며 반기문 총장의 ‘충청대망론’을 견제했다.
안희정 지사는 여권에서 띄우고 있는 반기문 ‘충청대망론’이 단순히 ‘지역’과 ‘지역주의’에 편승하는 전략이며 그것은 ‘영원한 3등전략’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그러면서 안희정 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이란 자신의 브랜드를 내걸었다. 안희정 지사는 총선 이후 충남도당 특강에서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정치로 우리가 일어나야 한다”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세상, 모든 사람이 곤궁하지 않은 번영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어 나가자”고 역설했다.
하지만 안희정 지사가 스스로 부정하더라도 그 역시 충청권의 재선 도지사로써 충청도가 정치적 기반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충청대망론’을 얘기하면 항상 여권에는 반가문, 야권에는 안희정이란 이름이 등장하는 것이다.
안희정 지사는 이번 4.13총선에서도 ‘안희정 사단’이란 말을 만들어냈다. △박완주(충남 천안을) 원내 수석부대표를 비롯 △충남 정무부시장을 지낸 김종민(충남 논산·계룡·금산) △비서실장 출신인 조승래(대전 유성갑) △충남지사 선거캠프 총괄 특보를 맡았던 정재호(경기 고양을) 당선인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의 국회 입성은 향후 안희정 지사의 당내 행보에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안희정 사단, ‘새로운 대한민국’주창
안희정 지사는 최근 ‘새로운 대한민국’을 자신의 브랜드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안희정 지사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새로운 사람, 새로운 지도자, 새로운 정치’라고 주장한다. 이제 안희정 지사의 정치적 화두는 ‘변화’이며 그 변화는 ‘20세기의 진영 대결을 넘어서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정치와 문화를 만드는 데 자신의 역할이 있다고 주장한다. 안희정 지사에게 ‘새로운 사람’은 ‘민주공화국의 시민’이고, ‘새로운 지도자’는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넘는 뉴리더’이며, ‘새로운 정치’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는 21세기 새로운 정치’를 말한다.
안희정 지사는 이번 대선은 “영호남의 승리도 아니고 중부권의 승리도 아니며 대한민국의 승리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안희정 지사가 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은 ‘지역 패권’이 아니라 ‘국민통합’이며 수도권에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지방분권의 시대’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안희정은 ‘충청대망론’을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안희정 지사의 ‘새로운 대한민국’이 국민의 시대 요청과 얼마나 조화를 이룰지 아직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명확한 것은 안희정 지사의 입장에서 이 두가지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결단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결단의 시기도 임박한 것이 사실이다.
<홍준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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