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 성공할 수 있을까?
- 중단된 노사정 대화 반드시 재개돼야
박근혜 대통령은 8월 6일 청와대에서 경제도약을 위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4대 부문 노동, 공공, 교육, 금융에 대한 개혁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특히, 그 중에서도 박대통령은 ‘노동개혁은 일자리’라며 임금피크제와 청년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후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여당의 목표는 8월에 노사정위원회를 재가동하고, 9월에 ‘노동개혁안’을 만들어 정기국회 때 처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초 공무원연금 개혁에 이어 초강경 드라이브다. 그런데, 박근혜정부는 노동개혁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요약하면 임금피크제와 노동 유연화로 요약될 수 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연장 또는 정년 후 재고용하면서 일정 나이, 근속 기간을 기준으로 임금을 감액하는 제도다. 얼마 전 금호타이어 노조가 임금피크제 갈등으로 전면 파업에 들어간 것에도 알 수 있듯이 노사 간에 쉽게 합의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반면, 임금피크제는 노사 간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실시할 수 없으며 노사 간의 대립과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 유연화는 크게 두가지로 볼 수 있는데 대체근로나 파견근로에 대한 허용과 일반해고 요건 가이드라인에 대한 완화이다. 사실 이 부분은 올해 초 노사정 대화가 중단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최근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저성과자 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두 가지 쟁점은 장기 과제로 돌리자는 중재안을 냈고, 한국노총의 복귀를 기대했다. 그러나, 김대환 위원장의 중재안은 진정성에 의심이 제기됐고, 한국노총은 복귀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은 크게 세가지 난관에 부딪혀 있다. 첫째, 노사정 대화가 중단돼 있다. 노동개혁은 노사정의 대화와 타협이 관건이다. 정부가 주도하는 ‘노동개혁’은 자칫 노동자와 갈등만을 불러 일으키고 성공하기 어렵다.
둘째, 박근혜정부는 그동안 ‘재벌개혁’에 대해선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고, 노동계만의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롯데사태 등 국민은 재벌개혁에 대해서도 매우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재벌개혁에 대한 박근혜정부의 의지가 분명히 천명되지 않는다면 노동개혁에 대한 명분이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노동계를 설득하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셋째, 야당도 박근혜정부 노동개혁에 대해 ‘아버지의 월급을 깎아 아들에게 비정규직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며 ‘임금피크제’는 ‘빈곤피크제’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또한 야당은 재벌개혁특위(박영선위원장)를 구성하는 등 반대 흐름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국회의 노동개혁 입법도 순탄하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박근혜정부는 이와 같은 난관을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까?
우선, 중단된 노사정 대화를 반드시 재개해야 한다. 박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주문한 후 당정청은 너무 일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벌써부터 노동계의 저항을 무시하고 정부가 밀어붙여야 한다는 강경주장이 등장하고 있다.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노동개혁은 다른 무엇보다 노사정 대화와 대타협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개혁’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다.
정부의 일방적 독주는 노동자와 노조의 투쟁을 만들 것이며, 경제발전의 동력이 아니라 사회적 갈등과 투쟁만 일으킬 것이다. 따라서, 김대환 노사정위원장은 중재안을 구두약속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노동계가 믿을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이고 여야가 명문화해서 한국노총 등 노동계가 신뢰하고 노사정 대화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노동개혁의 시작이다.
둘째, 노동개혁과 재벌개혁에 형평성을 가져야 한다. 우선 야당은 정부여당의 노동개혁에 대해 ‘先재벌개혁론’을 제기하며 반대 입장을 천명했다. 반면 정부여당은 ‘노동개혁-재벌개혁 병행론’을 내세우며 야당의 주장을 역공하고 있다. 실례로 새누리당은 대기업이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취업 할당제나 재벌 총수의 국감 증인 채택 등 대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강력한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박근혜정부의 경제민주화 정책은 실종되었고, 특히 법인세 정상화와 조세 형평성 강화와 같은 재벌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따라서, 박근혜정부는 ‘노동개혁’의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보다 선제적으로 대기업 및 30대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기업들이 정부의 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몇 명의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속빈 ‘선언’이 아니라 보다 강제성을 가진 법이나 제도로 뒷받침돼야 한다.
원래 기업은 자신들이 급하면 공수표를 남발하고, 정부정책에 동조하는 듯하다 시간이 흐르면 갖은 핑계를 대며 회피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박근혜정부가 노동개혁에 성공하기 위해선 재벌개혁에도 성공해야 한다. 최근 CBS노컷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한 조사(8.8-9)에 의하면 국민은 노동개혁이 시급하다(61.6%)라고 답변한 반면, 노동개혁과 재벌개혁 중 어느 것이 더 시급하냐는 질문에는 재벌개혁(51.9%)이 노동개혁(38.2%)보다 훨씬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임금피크제는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새정치연합 이동학 혁신위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임금피크제’에 대해 노동자와 노조의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선, 노사정 각각의 입장에서 보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그것은 바로 대기업 및 공공기관의 노조가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는 대신 ‘임금피크제’로 절약된 임금만큼 실제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와 같은 좋은 일자리와 청년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보장이 있어야 한다. 예를들어 노사가 임금피크제를 합의할 경우 기업은 무엇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해 노동계가 납득할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결론적으로 어느 일방의 양보만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해야 한다.
넷째, 야당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에서도 보았듯이 정부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야당의 동의와 협조가 절대적이다. 특히, 노동개혁은 노사정 간의 대타협이 가장 중요하고, 그 중에서도 노사의 대타협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여야 정치권의 합의된 강력한 명분이 있을 때 가능하다. 지금처럼 여야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선 노사는 절대 대타협에 나설 수 없다. 또한 노동개혁에 대한 국민적 명분도 얻을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여당은 막바지에 몰려 야당에게 협조를 요청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야당과 적극적으로 협상해야 한다. 야당 역시 박대통령이 주장하는 노동개혁에 많은 부분 공감하는 측면이 보인다. 따라서, 박대통령의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선 야당이 주목하고 있는 ‘재벌개혁’이나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협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원C&I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국회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 연구위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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