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이 클럽 월드컵 최대 우승팀으로 등극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역시 개인적인 경력으로나 수상 내역에서 기념비적인 순간을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세계 축구의 현주소와 아시아 축구의 위상을 가늠하는 경기였고 ‘방심은 금물’이라는 교훈을 다시금 재확인하는 경기였다.
강릉 기준으로 12월 18일 저녁 일본의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2016 FIFA 클럽 월드컵’ 결승전이 열렸다.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확보한 가시마 앤틀러스 (이하 가시마)가 세계 축구의 심장부, 레알에 도전장을 던진 경기였다. 레알이 2014년 우승의 영예를 재현하고자 했던 반면, 개최국의 이점을 살려 아시아 클럽 최초의 우승을 넘본 가시마였다.
예상대로 경기를 주도하던 레알이 8분경 선제골을 터뜨렸다. 루카 모드리치 슈팅에 이은 카림 벤제마의 깔끔한 마무리였다. 이후에도 레알은 우위를 점했으나 개인 전술이나 능력에 의존하는 다소 느슨한 경기 운영으로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가시마는 측면 공격을 중심으로 몇 차례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결국 전반 막판에 시바사키 가쿠의 동점골이 나왔다. 이는 분명 아시아 클럽 축구 위상을 높이는 자그마한 성과였고 가능성이었다.
후반 들어 추가골을 터뜨렸던 것은 의외로 가시마였다. 52분경 역전골을 기록한 것 역시 시바사키였다. 레알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거센 반격을 도모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경기장 전역에 감돌기 시작했다. 루카스 바스케스가 59분경 페널티 킥을 얻었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호날두의 골 세리머니는 없었다. 레알의 자존심과 체면이 얼마나 구겨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달리 말하면, 오만과 편견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며 겸손이 왜 미덕인지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호날두는 이 경기에서 우승과 득점왕을 통해 골든 볼을 꿈꾸었다. 여전히 진행 중인 미완성의 퍼즐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준결승에서 클럽 선수로 개인 통산 500호 골을 기록하며 새로운 금자탑을 쌓았던 호날두였다. 그의 간절한 소망에도 아랑곳없이, 양 팀은 정규 시간에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연장전에 돌입했다. 지극한 정성으로 바라면 하늘도 정녕 감명을 받는 걸까! 두 골을 연장 전반에 추가하면서 호날두는 해트 트릭을 달성했다. 마침내 그는 만면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호날두 효과에 힘입어, 레알은 세계 챔피언 자리에 또 다시 올랐다. 2년 만에 왕좌에 재등극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객관적인 전력 열세에도 투지를 불살랐던 가시마는 레알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그것의 한계를 절감해야 했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제 레알의 다음 행보가 세간의 주요한 관심이 될 듯싶다. 과거에 그랬듯이 클럽 월드컵 여파가 레알의 후반기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혹은 레알의 연승 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Jason Choi 기자 antisys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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