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홍준일 논객

[창간특집] 민병희 강원교육감에게 듣는다.“혁신교육의 모종을 심는 역할에 최선”

세널리 2016. 12. 1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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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민병희 강원교육감에게 듣는다.“혁신교육의 모종을 심는 역할에 최선”




재선 이후 반환점을 돌고 있다. 그동안 가장 잘한 정책은 무엇이고 아쉬움이 남는 정책은 무엇인가?


재선 이후에는 수업과 평가혁신에 힘썼습니다. 1기 때는 초등학교의 변화가 가장 크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이번에는 중학교에서 가장 큰 변화를 감지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거꾸로 수업이라든가 토론수업 등이 일부 교사에게만 국한됐는데, 이제는 많은 중학교에서 교사 수업연구 동아리가 활동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수업혁신의 싹이 자라고 있습니다. 


"1기에서 고교평준화를 이뤄냈는데요, 이것이 중학생 입시 경쟁을 해소하면서 혁신이 가능한 토양을 만든 것 같습니다."


아쉬움이 남는 건, 고교 무상급식을 관철하지 못한 것입니다. 도교육청은 정부의 누리과정 부담 떠넘기기와 교육예산 감축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지자체도 올림픽 때문에 예산 여력이 없었던 이유도 있겠지요.


모 언론 창간기념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가 더 높게 나타났고(긍정 37.6%, 부정 42.2%), 반면 지난 6월 한국메니페스토실천본부에서 교육감 공약추진 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인 SA 등급을 받았다. 강원교육청과 민병희교육감을 바라보는 외부평가는 어떻다고 생가하나?


우리가 매년 학생, 학부모, 교직원 대상으로 ‘교육정책 수요 설문조사’를 합니다. 올해는 6만명이 넘게 참가했는데, 강원교육 종합만족도가 82점으로 평가됐습니다. 2011년 70.3점에서 시작해서 5년 연속 상승한 것이지요. 작년에 실시한 교원 설문조사에서는 정책 공감도 81.6% 등 긍정 평가를 얻은 바 있습니다. 어쨌든 교육 구성원들은 제가 추진하는 방향성에 공감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외부에서는 누리과정, 국정교과서 등 정부와 갈등하는 모습에 실망한 분들이 계실 테고, 또 우리 정책 실천이 흡족하지 못하신 분들도 있겠지요. 새로운 교육 정책이 과거의 관행과 충돌하는데서 오는 불협화음일 수도 있겠고요, 부족한 영역은 개선해 가면서 전체적인 만족도를 높여가겠습니다.



교육감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사건이 있다면?


최근 도내 학생들이 대자보나 집회로 지금 시국에 대한 자신들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하는 걸 보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북원여고 학생들이 붙인 대자보 제목이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었는데, 예전 같았으면 학교에서 크게 혼내고 대자보 떼고 난리가 났을텐데, 이번에는 오히려 그 대자보 옆에 선생님들이 답서를 붙여주셨어요. 이건 제목이 ‘소수의 독점을 배격하고 다수의 참여를 수호하는 정치 체제, 그 이름을 민주정치라고 부른다’ 였습니다. 이 사건은 전국 언론과 네티즌의 뜨거운 관심을 얻기도 했지요.


"감동적이었습니다. 학생은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고, 선생님은 공감하고 응답했던 것이죠. 이것이 바로 참 민주주의이자 진정한 교육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리고 제가 재임하는 동안 학교 문화가 조금은 민주적으로 바뀐게 아닐까 하고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그래서 온 교직원들에게 메신저 쪽지로 이 일화를 소개하고 감동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혁신에 가장 핵심적인 열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특히 선진형 참학력 향상, 학교 혁신 활성화, 마을교육공동체 추진을 강조하고 계신데 이에 대해 보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됐습니다. 국영수 중심의 성적 줄 세우기 교육은 시효가 다 됐습니다. 그걸로는 미래 사회를 주도하기는커녕 질 높은 삶도 불가능합니다. "


경쟁 위주의 입시교육은 서민들의 사교육비와 대학 등록금 부담을 너무 높이고 아이들의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떨어뜨릴 뿐입니다. 일단 정부에서 과감한 교육혁신을 주도해야 하는데 현 정부는 별 고민도 없거니와 이젠 그럴 힘도 없지요. 제가 예전부터 주창해온,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꼭 필요합니다.


"새 시대를 미리 대비하며 혁신교육의 모종을 심는 역할에 최선을 다 할 생각입니다. "


제가 가꿔놓은 강원도 교육 환경에 국가적 교육혁신이 결합될 때 선진국형 혁신교육이 더 활짝 꽃을 피울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며, 바람직한 시민의식을 갖는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 이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참학력이고, 학교혁신입니다.


또 올해부터 우리교육청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마을교육공동체는 이러한 참학력을 길러내는 핵심 인프라입니다.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에만 매여 있는게 아니라, 지역에서 인성과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이죠.


강원도 전 지역을 돌며 학부모 정책 간담회를 하고 있다. 간담회에서 주로 나오는 얘기는 무엇이며 좋은 정책 제안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도내 18군데를 도는데 한 달 반 정도 걸립니다. 작년에 비해 강원교육정책에 대한 학부모님들의 인지도와 만족도는 무척 향상됐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모든 지역 학부모님들의 가장 큰 관심 정책은 자유학년제 전면 시행이었는데, 관련해서 자녀들의 진로 및 진학에 대한 정책 제안이라든지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대안 마련 요구 등이 많았습니다."


또, 지역에서 교사 순환이 지나치게 잦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원 인사제도 개선, 학부모들의 다양한 학교 참여 기회 확대를 바라고 있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요. 특히 군 지역의 경우 에듀버스 운영에 대한 높은 만족도와 함께 추가적인 개선을 바라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충분히 경청했고요, 제안해주신 내용을 학부모님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2017년 계획에 적극 반영할 생각입니다.


도교육청과 도의회 간의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경과는 무엇이고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사실은 도의회와 도교육청이 풀 수 없는 문제인 누리과정 갈등이 계속 발목을 잡아왔죠. "


법적 근거도 없을 뿐 아니라 초중고 예산도 빠듯한데, 현 정부가 교육 예산을 헐어서 어린이집에 지원하라고 강요하니 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그런데 지난 2일이었죠, 그동안 우리가 요구해온 근본 대책에는 못 미치지만,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3년 한시로 몇 백억 원을 추가 지원한다고 했습니다. 아쉬움이 많지만, 결과적으로는 강원도의 교육예산 파이가 커진 면도 있습니다. 앞으로 도의회와 긴밀히 협조하면서 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가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아직도 고등학생은 입시문제로 고통 받는게 사실이다. 초중고 모두 문제가 있겠지만 특히 고등학교에서의 진로교육과 혁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등학생 정도 되면 스스로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잘 하는지 압니다. 그런데 이 다양한 아이들을 성적으로 한 줄 세우고, 대학 못 가면 인생 망하는 것 같은 불안감을 조성하는게 문제입니다. 


"아이들의 욕구에 부응하고 지원하는 것이 최선의 진로교육이자 혁신이라 보고요, ‘모든 교육은 진로교육’이라는 원칙 아래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민은, 강원도의 학교가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에 쉽지 않다는 것이죠. 그래서 특별히 전국 최초로 강원진로교육원을 만들었고, 마을교육공동체라는 지역 인프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공부에 소질 있는 애들은 공부하고, 대학 진학을 원하는 아이들에겐 대입지원관이 전문적인 컨설팅을 해주고, 다른 것에 소질 있는 아이들은 학교 안팎에서 맘껏 배우며 자기 진로를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것. 이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또 있을까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수험생 응원 동영상 ‘잘보든 못보든’이 화제가 되었다. 내년에도 계속 할 생각인가?


계속 해야죠. 아이들이 좋아하고 호응해 주는데 못할 이유가 없죠.


야간자율학습 등 고등학교에 잔존해 있는 잘못된 관행에 대한 개혁과 새로운 방향을 세우겠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일종의 각인효과라고 할까요? 아직도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이 과거의 학력고사 잔상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었고, 쉼 없이 바뀌고 있습니다. 대학에 가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강원도 아이들은 대부분 수시, 그 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학을 갑니다. "


아주 쉽게 말하면, 아이들이 야자하는 것보다, 자기 적성을 찾아 동아리 활동하고 독서하는게 대학 가는데 더 도움 되는 시대라는 것이지요.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학습 선택권 완전 보장이 중요한데요, 얼마 전 조례가 제정되어 야자의 강제성을 없앴습니다. "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지도감독할 겁니다. 나아가 내년에는 매주 수요일은 야자와 보충수업이 없는 날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그 시간에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하고 선생님들은 학습공동체 활동을 합니다. 대입지원관도 더 늘리겠습니다. 문화예술 분야를 꿈꾸는 아이들은 야자를 안하고 저녁에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자체, 민간단체 등과도 계속 협력해 나가겠습니다.



누리과정 예산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궁극적인 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까도 잠깐 말씀드렸듯이, 정부와 국회가 어린이집 지원에 필요한 예산의 41%, 그것도 3년동안 한시적으로 대안을 내놨습니다.


"근본적 해결책이 아닙니다. 정부가 100% 예산 책정하고, 유보통합을 주도할 정부 부처와 관계 법령을 만들어야 합니다. "


하지만 현 정권에서는 이게 최선이라고 보고, 영유아 학부모님들 걱정 없도록 잘 조치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정권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시도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국정교교서 논란이 뜨겁다. 강원교육청의 입장과 대안은 무엇인가?


"국정교과서는 물론이고 국정교과서 계획 자체가 폐기되어야 합니다."


검토나 의견수렴의 대상이 아닙니다. 특정 정치세력이 주도해서 만든, 학계와 역사교사 절대 다수가 반대하는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아이들에게 나쁜 약을 주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정부가 사과하고 폐기해야 합니다. 그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입니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밀고 갈 과제는 무엇인가?



"초-중-고 각 급별로 배움의 혁신을 체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역점 과제입니다."


우선 내년부터 한글교육책임제를 실시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이들이 한글 사교육에 시달리고, 가정 형편에 따라 격차가 생긴다는 지적이 많았죠.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한글을 충분히 배워서, 공정한 출발을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중학교에서는 수업혁신과 평가, 생활기록부 등이 짜임새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배움성장평가제’를 운영하고요, 고등학교는 수업 혁신과 동아리 활동, 진로 상담 등을 강화해서 아이들이 저마다 자기 진로를 찾아가게 할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학생, 학부모, 교직원에게 할 말이 있다면?


나라가 몹시 혼란스럽습니다. 앞으로 일어날 격랑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현 정권도 문제지만, 국민들은 지난 수십년 간 쌓인 대한민국의 적폐와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제 교육도 새로운 꿈을 꿔야 합니다. 아이들이 더 즐겁게 배우고 가정 형편과 상관 없이 공정하게 자기 꿈을 찾아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라고 왜 불가능 하겠습니까. 우리 함께 새로운 꿈을 꿉시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됩니다. 우리 교육청도 안정감 있게 강원교육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준일 기자  gnhong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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