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한계] 왜 그는 자꾸 실패하는가?
이 글은 절대 안철수를 폄하하기 위해 쓰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야권진영의 대선 패배 이후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야권의 재구성’ 문제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안철수의 한계에 대해 분석할 필용성이 대두된다.
사실 안철수현상은 이제 아주 오래된 일이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로 폭발했던 안철수 현상은 잠시 신기루에 그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역에서 광범위하게 지속적으로 확산되었다. 안철수 현상은 모두가 인정하듯이 국민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다만 그 불만이 정치적으로 조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철수의 한계가 시작된다. 사회의 불만이 응축되면 하나의 현상으로 폭발할 수 있지만 그것이 사회적으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식으로든 조직화되어야 의미가 있다. 특히, 정치의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 안철수의 이러한 한계와 실패는 어디서 오는가?
첫째, 안철수 자신이 정치적 자산이 너무 없다.
그의 삶의 흔적에서 정치는 너무 생소한 영역이다. 그 반면에 그가 그리고 있는 그림은 너무 거대한 그림이다. 대통령이 되겠다거나, 신당을 만들겠다거나, 정치권을 재구성하겠다거나 모두가 거대한 디지인이다. 이번 노원병에서 낮은 자세로 작은 디자인부터 시작한다는 그의 결정에는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지금도 그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디자인을 자꾸 언급한다. 안타깝다. 따라서, 안철수가 정치적 자산이 없다면 다른 곳에서 그 자산을 빌려와야 하는데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안철수를 둘러싸고 있는 핵심그룹 역시 정치적 자산을 가지고 있지 못한 정치 초보자 엘리트가 다수를 차지고 하고 있다.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그들의 자존심과 직결됨으로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여하튼 결론적으로 그의 정치적 자산의 한계는 이후 그의 행보에서 잘못된 결정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이고 있고 안철수는 이 모자란 정치적 자산을 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그의 행보에서 그것을 찾아 볼 수가 없다. 더욱이 정치적 자산이란게 하루 아침에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한계는 몇 번의 선거에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여 만들고 있다. 정치의 영역에서 아무것도 개입하지 못하거나 양보하는 것으론 자신의 존재감을 가질 수도 없고, 정치적 자산도 축적하지 못한다.
둘째, 안철수 지지층이 갖는 한계이다.
우선, 20-30대와 무당파층 그리고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탈층이 중심으로 이루고 있다. 20-30대는 아직 사회 전반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세대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과거 386세대처럼 전국적이고 대공업적인 사회적 이슈와 조직을 경험하지도 못했다. 심지어 이들의 정치적 형태는 기성세대와 어울리며 확산되기 보다는 인터넷과 SNS라는 특정 공간에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안철수에게 있어 그나마 조직된 힘이라곤 20-30대가 가장 큰 우군인건 사실이다.
또한, 무당파층이란 우선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에서 안철수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이들의 정치적 특성은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사회적으로 쉽게 표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아가 정치적 조직이나 결사를 기대하는 것은 더 무리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이탈층 역시 자신의 조직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2-3류의 그룹이거나, 그 조직에서 세력을 갖추지 못하는 한계를 가진 이들이 대부분이다. 역시 정치적 영향력이나 조직력이 없다.
따라서, 안타깝게도 안철수는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참모 그룹, 그리고 지지층조차도 정치적 자산이나 조직화된 힘을 기대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노원병 선거에서 패배는 말할 것도 없고 승리 이후에도 자신의 정치적 구상을 현실화할 힘을 만들기가 어려우며 계속된 숙제가 될 것이다.
셋째, 안철수에겐 대한민국을 개조할 현실성있는 비전과 계획이 없다.
안철수 현상의 시작은 기성문화에 대한 도전에서 시작되었다. 그 도전은 대한민국 기성문화에 대한 반문화적 도전이었으나, 구체적인 현상에 대한 분석과 대안을 주장했다기 보다는 문화적 차원의 진단 수준에 그쳤다. 그런데, 여기서 그가 정치 선언을 하는 순간 얘기는 달라지며 한계에 봉착한다.
사회현상을 둘러싸고 기성문화를 비판하기란 쉽다. 그것도 문화적 수준에서의 논평은 시골의 한 촌부라 할지라도 사회적 관심을 조금 가지면 반문화적 태도를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개조하고 새로운 비전과 꿈을 말하며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것은 다른 문제로 발전한다.
안철수의 한계는 여기서 또 시작된다. 지난 대선에서 그가 밝힌 ‘안철수의 생각’, 그리고 수많은 정책들은 세상을 놀라게 했다. 아무것도 없었다. 거의 대부분이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나열되었고, 대한민국의 비전과 꿈 그리고 그것을 현실회시킬 디자인은 하나도 없었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렇게 강조했던 새정치조차도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오해될 수 있는 제안을 서슴치 않고 해버렸다. 정치학계의 전문가조차 혀를 찰 정도로 준비되지 않은 얘기를 한 것이다. 요즈음 유행하는 개그 표현을 빌리면 너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넷째, 안철수에겐 ‘야권의 재구성’과 관련된 정치 디자인이 전혀 없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에서 시작해서 2012년 총선과 대선, 그리고 지금 노원병 출마에 이르기까지 그의 선택을 보면 정치에 대한 디자인이 전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선택은 너무나 파편적이고 개인적이다.
서울시장은 박원순에게 그냥 양보했다. 대한민국을 개조하기 위한 정치인의 선택치곤 너무 개인적이다. 결국 치밀한 정치 디자인이 없는 것이다. 안철수가 정치를 시작하며 가장 큰 실수가 자기의 출발점을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즉, 자신의 포지션이 없으니 어떠한 세력을 규합할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정치는 결국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동지를 규합하여 종국에는 정당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위치는커녕 어떠한 동지들을 규합할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니 그 결과야 뻔한 것이다.
서울시장 선거 이후 총선에서 그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여기가 화룡점정이다. 대한민국 정치의 핵심은 총선과 대선이다. 그런데 대선 1년 전 치루어지는 총선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다. 그가 기성 정치권을 그렇게 비판하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2012년 총선에서의 행동은 명백한 무책임이다.
2012년 대선에서 그의 행보는 한마디로 좌충우돌이다. 자신의 핵심참모인 변호사 그룹 몇 명과 새누리당과 민주당에서 이탈한 몇몇 인사를 규합하여 대선을 치루었다. 안타깝지만 현실이 그랬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만으로 안철수에게 보낸 국민의 지지와 희망에 비하면 그의 정치 디자인은 한마디로 실망스러웠다. 그가 꿈꾸는 대한민국의 정치가 무엇인지 아직도 의문이다. 왜냐하면 안철수에겐 그런 정치 디자인이 없다. 결론적으로 지금도 야권진영에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 당연하다. 자신의 정치 디자인이 없는데 어떻게 대한민국 혹은 야권진영의 재구성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정치는 절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시장은 점유할 수 있지만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신의 한계를 보다 정확히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얻은 명성과 부를 통해서 한 명의 국회의원은 될 수 있겠지만 안철수 현상이 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다.
따라서, 지금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고, 함께해야 하는 동지가 누군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안철수가 꿈꾸었던 대한민국이 만들어 질 수 있다. 지금 노원병 출마에 올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야권진영과 대한민국 변화와 재구성에도 안철수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한다. 그것이 안철수를 지지하고 있는 국민의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안철수의 미래 역시 그 수 많았던 제3후보가 실패했던 길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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