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돌풍' 안철수의 3대 딜레마
安 대망론의 앞과 뒤
4.13총선 이후 정치권에서 가장 주가가 뛰어오른 사람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라 할 수 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총선 내내 당 안팎에서 수많은 공격과 비판을 받았지만 야권연대 없는 3당 체제로 승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총선 결과는 안철수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호남을 기반으로 안철수 제2의 정치실험은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안철수 현상에 이어 녹색돌풍의 배경과 한계를 짚어봤다.
-전당대회 연기와 박지원 원내대표 추대
-차기 지도자 선호도, 文 누르고 1위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는 총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안철수가 무모한 모험을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내부 조차도 심각한 혼란에 시달렸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 김한길 의원은 야권연대와 통합을 둘러싼 논의에서 당이 깨질 위기까지 몰고갔다. 그러나 안 대표는 그 논쟁에서 승리했고 4.13총선은 야권연대나 통합 없이 3당체제로 치렀다. 하지만 놀랍게도 안철수의 판단은 적중했다.
국민은 4.13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를 모두 심판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당은 반사이익을 챙기며 확고한 제3당의 위상을 차지했다. 특히 정당투표는 근소한 차이지만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누르고 제2당으로 올라섰다. 더욱이 호남에선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압도했다. 속된 말로 국민의당과 안철수가 대박을 친 것이다.
최근 한국갤럽 4월 넷째주 조사도 이러한 정치 지형의 변화를 담고 있다. 우선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는 여야 총 8명 중 안철수(21%)가 문재인(17%)을 누르고 1위에 올라섰다. 그 뒤를 오세훈(7%), 박원순(6%), 유승민(4%), 김무성(3%), 김부겸(3%), 안희정(2%)이 뒤따랐다.
다만 총 8명 중 더민주 후보가 4명이나 포함되어 표가 분산된 것은 고려해야 한다. 다음정당 지지도 조사도 새누리당(30%), 더민주(24%), 국민의당(23%) 순으로 총선 이전과 비교하면 국민의당이 나머지 두 당과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주의할 점은 국민의당 지지는 아직 변동성이 있고 향후 여론 추이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4.13총선 이후에도 안 대표와 국민의당은 놀라운 ‘녹색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안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반사이익으로 횡재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안 대표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4.13총선은 ‘정치 생명’을 건 결단이었다.
만약 이번 총선에서 안 대표가 야권 연대나 통합을 하지 않아 야권이 궤멸적 상황을 맞이했다면 그 책임은 모두 안 대표가 껴안아야 했다. 그리고 그 후폭풍은 안 대표의 정치생명을 빼앗고도 남았다. 그러나 안 대표는 그 수많은 반대와 공격에도 불구하고 3당 체제를 밀어붙였고 모든 승부수를 던졌다. 이번 총선 결과는 안철수의 횡재가 아니라 그의 정치 생명을 건 승부수의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것이 정당하다.
‘강철수’로 변한 安 리더십
4.13총선 이후 가장 달라진 것은 바로 3당 체제라는 새로운 정치 지형이다. 국민은 새롭게 들어선 3당 체제가 과연 어떠한 정치를 보여줄지 궁금해 하고 있다. 따라서 새누리당, 더민주, 국민의당은 모두 20대 국회에서 자신의 생존을 건 경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초반 분위기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기선을 잡았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새누리당과 더민주가 새로운 지도체제와 원내대표 선출을 둘러싸고 혼란에 빠져 있다. 반면 국민의당은 가장 재빠르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 안 대표의 리더십이 4.13총선을 거치며 더 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원래 국민의당은 창당 6개월 후 전당대회를 치러 새로운 지도부를 선출하기로 당헌당규에 못 박혀 있다. 따라서 안철수와 천정배 공동대표 체제는 끝내야 했다. 특히 당헌당규에는 당권과 대권이 분리되어 있어 차기 대선후보인 안 대표는 당 대표 후보에 나설 수도 없었다. 따라서 당권은 천정배, 박지원, 정동영과 같은 호남 정치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최종 결과는 전당대회를 내년 2월로 연기한 것이다. 그리고 안철수와 천정배 공동대표 체제는 연장되었다. 또한 안 대표는 당 대표에 나설 박지원 의원을 설득해 원내대표로 추대했다. 더욱이 자신의 복심인 수도권의 김성식 당선자에게 정책위의장을 맡겼다. 결국 국민의당은 잠시 논란은 있었지만 안철수가 원하는 방향대로 모두가 결정되었다. 안철수가 더 강해진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다. 새누리당과 더민주와 비교하면 돋보이는 대목이다.
국민의당은 지난 총선에서 총 38석의 의석을 얻었다. 이 중에 비례대표 13석을 제외하면 지역구 의석은 총 25석이다. 지역구 25석은 서울 2석, 광주 8석, 전북 7석, 전남 8석이다. 서울 2석을 제외하면 모두가 호남이다.
정당 투표는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호남에서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이 더민주를 압도했다. 수도권도 국민의당이 근소한 차이지만 더민주를 모두 앞질렀다. 결론은 국민의당이 지역구는 호남에서 압승을, 정당 투표는 전국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다.
대부분의 공통된 해석은 새누리당은 ‘집권여당’, 더민주는 ‘제1야당’으로써 국민에게 심판을 받은 것이다. 반면 국민의당은 이러한 국민 심판 과정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심판’이며, ‘국민의당의 반사이익’이다.
“반사이익만으로…” 녹색돌풍의 한계
4월 18일 문화일보와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이유로 응답자 중 50.2%가 ‘기존 양당 정치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꼽았고, ‘안철수 대표의 새정치에 대한 기대감(25.1%)’, ‘호남을 집중적으로 공략한 점이 성공(16.8%)’ 등이 뒤따랐다. 특히 국민의당 지지층 과반(52.7%)이 국민의당 성공 이유를 ‘양당정치 실망에 대한 반사이익’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안철수와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이 반사이익에만 의존한다면 쉽게 한계에 도달 할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많은 정치 전문가는 안철수와 국민의당이 ‘녹색돌풍’을 계속 지속하기 위해선 단순히 ‘반사이익’만이 아니라 그들만이 가질 수 있는 정체성과 가치 체계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하나의 정당이 존립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국가에 대한 미래 비전, 정책과 노선이 뚜렷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호남 자민련, 정체성의 ‘혼란’
안철수와 국민의당은 총선 막판 수도권에 총력을 기울였다. 왜냐하면 호남은 어느 정도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했고, 호남에서 생긴 ‘녹색돌풍’을 수도권으로 북상시키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였다. 하지만 결과는 서울 관악에서 김성식 당선자 한 명을 내는 데 그쳤다.
수도권은 대한민국 민심의 진앙지이며 향후 국민의당이 전국적인 정당으로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승부처였다. 또한 총선 결과도 보듯이 국민의당은 서울 2곳을 제외하면 모든 의석이 호남에 있다. 그 결과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이란 비판에 자유롭지 못하다.
만약 정당투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남 자민련’이란 꼬리표는 한동안 국민의당을 계속 괴롭힐 것으로 보인다. ‘호남 자민련’ 외에도 국민의당을 괴롭히는 또 하나는 ‘새누리당 2중대’, ‘더민주 2중대’라는 비판이다. 국민의당은 제3당으로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쥘 수 있는 반면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을 수 있는 위험도 동시에 갖고 있다.
최근 국민의당이 ‘국회의장 선출’과 ‘연립정부 구성’을 놓고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과도 협력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쳐 정체성 논란을 일으켰다.
안 대표가 말하는 ‘합리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는 결국 새누리당의 합리적 보수와 더민주의 개혁적 진보 세력을 국민의당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의당은 좌우로 경도되지 않고 중도세력을 지향한다. 이번 총선에서도 안철수는 새누리당에 실망한 합리적 보수와 더민주에 지친 개혁적 진보 세력을 국민의당 지지로 끌어오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향후 국민의당은 ‘호남 자민련’과 ‘새누리당 2중대’, ‘더민주의 2중대’라는 정체성 문제에 계속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이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지속 가능한 정당이 될 수도 아니면 2017년 대선 이후 사라질 정당도 될 수 있다.
‘안철수파’와 ‘비안철수파’의 대결
국민의당은 이제 겨우 38석을 가진 미니 정당이다. 하지만 그 안에도 팽팽한 권력 역학구도가 숨어 있다. 우선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천정배, 박지원, 정동영과 같은 호남 거물 정치인이다. 이들은 호남을 중심으로 최대 계파인 ‘비안철수파’를 형성하고 있다. 뚜렷한 지도자나 대선후보는 없지만 호남이란 튼튼한 지역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반면 ‘안철수파’는 지역구는 김성식 당선자가 유일하며 지난 대선부터 함께 한 박선숙, 이태규 당선인을 포함해 이상돈 당선자가 주축으로 비례대표가 중심이다. 정치 세력으론 아직 미미하지만 안철수가 강력한 대선후보이며 당대표를 맡고 있어 주도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안철수파’와 ‘비안철수파’가 가장 심각하게 대립한 것은 지난 총선에서 야권 연대와 통합을 둘러싸고 펼친 대립이다. 1차전은 야권 연대 없이 3당 체제를 밀고간 ‘안철수파’가 완승했다. 2차전은 최근 ‘전당대회’를 둘러싸고 생긴 대립이다. 2차전 역시 전당대회를 연기하고 안철수가 당의 간판이 되어야 한다는 ‘안철수파’가 승리했다. 결론적으로 ‘안철수파’는 숫자나 세력에선 밀리지만 대선후보 안 대표가 버티고 있어 ‘안철수파’는 당분간 당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안 대표를 중심으로 권력 역학구도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특히 호남 중심의 ‘비안철수파’가 계속 도전하고 있다. 사실 ‘비안철수파’는 국민의당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안철수와 대립해 왔다. 특히 ‘비안철수파’의 천정배, 박지원, 정동영은 언제든 안 대표를 궁지로 몰 수 있는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이 두 세력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계기는 2017년 대선이 될 것이다.
안 대표가 여야를 통틀어 대세론을 형성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지난 대선과 같이 ‘단일화’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진다면 ‘안철수파’와 ‘비안철수파’의 긴장관계는 다시 폭발할 수 있다. ‘안철수파’는 무조건 독자 출마를 주장할 것이고 반면 ‘비안철수파’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단일후보를 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결국 두 세력은 2017년 대선을 계기로 또 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가 최근 ‘결선투표’를 제안한 것도 이와 같은 대립을 사전에 막기 위한 정지작업이라 할 수 있다. <홍준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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