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토의 70%는 산이다. 계절의 전령인 봄꽃들의 릴레이를 감상할 수 있는 봄 산과 단풍이 장관을 이루는 가을산도 무척 경이롭지만, 눈 내린 산을 가로지르며 설원의 장쾌함을 느낄 수 있는 겨울산은 눈꽃의 낭만과 함께 비경의 감동을 제공한다. ‘세계 산의 해’를 기념하고 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기 위하여 산림청에서 2002년에 ‘100대 명산’을 선정했는데, 홍천의 산으로는 가리산, 공작산, 팔봉산, 계방산이 뽑히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이들은 아름다운 절경과 울창한 원시림, 생태적 가치가 큰 산으로서 역사, 문화성, 접근성, 선호도, 규모, 생태계 특성 등 5개 항목에 가중치를 부여해 최종 선발된 산들이다.
-가리산[加里山]
100대 명산 중 첫 번째 산이다. 홍천군 화촌면, 두촌면과 춘천시 북산면 경계에 위치한 해발 1,050.9m의 고산으로 강원도에서 진달래가 가장 많이 피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능선은 완만한 편이지만 정상 일대는 좁은 협곡을 사이에 둔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고 강원 제1의 전망대로 손꼽힐 만큼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암봉이 솟아있는 정상에서 소양호를 조망할 수 있으며 산 정상에 서면 탁 트인 시야와 400리 홍천강으로 흐르는 석간수, 코발트빛 소양호 풍경이 등산객들의 발을 묶는 아름다운 산이기도 하다. 산자락을 감싸 흐르는 조그마한 폭포의 물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는 가리산은 우거진 숲과 노송들이 어우러져 비경을 이루고 야생화가 많이 서식해 자연학습관찰에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는데다가 소양호 쪽으로 하산 길을 택하면 배를 타고 피로를 풀 수 있는 등 각 코스마다의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다. 또한 가리산 기슭에는 가리산 레포츠파크와 자연휴양림이 조성되어 있어 각종 레저스포츠 및 통나무집, 야영장,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가족휴양지로 각광받고 있다.
-공작산[孔雀山]
강원도 홍천군 동면과 화촌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공작이 날개를 펼친 듯한 산세에 암봉과 노송이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해발 887m의 산이다. 정상에서 바라보면 홍천군 일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풍치가 매우 아름답고 깎아 세운 듯한 기암암벽이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봄에는 철쭉이, 가을철에는 단풍이 노송과 함께 바위들과 조화를 이루며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눈 덮인 겨울산 역시 등산객들을 매료시키는 곳이기도 하다. 산 정상에서 서남쪽 능선 약 6km 아래에는 천년고찰 수타사(壽陀寺)가 자리 잡고 이곳에는 보물 제745호인 월인석보 제17권, 18권이 보존돼 있으며 수타사 주변으로는 다양한 초화류와 꽃나무, 소나무 등 3만여 그루를 식재한 생태숲이 조성되어 있어 작년에만도 방문객 35만명이 다녀가는 등 청정 자연의 숲속 향기를 감상하고자 관광객들이 사계절 내내 찾고 있다. 수타사에서 노천리까지 이어지는 8km 길이의 수타계곡은 갖가지 멋진 바위와 백색 암반 위를 흐르는 맑은 계곡물, 용담을 비롯한 여러 소, 하늘을 덮은 수림이 잘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고 있다.
-팔봉산[八峰山]
홍천군 서면 팔봉산 유원지 앞에 8개 암봉으로 이뤄진 산이다. 주능선이 마치 병풍을 펼친 듯한 산세를 가지고 있고 여덟 봉우리마다 비경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어 예부터 '소금강' 이라 불리어질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주능선 좌우로 홍천강이 감싸 안고 흐르며 맑은 물줄기와 백사장이 여덟 바위봉과 잘 어우러져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한폭의 동양화처럼 더없이 좋은데다, 봄, 가을의 암릉산행과 더불어 여름피서를 강변에서 즐길 수 있는 산행지로도 적합해 국민관광지로 지정되어 있다. 팔봉산은 흔히 산세와 암릉에 두 번 놀란다고 한다. 해발 327m로 작지만 강단 있는 이 산은 산세가 아름다워서 놀라지만 일단 산에 올라 보면 암릉이 줄지어 있어 산행이 만만치 않아 놀란다는 것이다. 이는 여덟 봉우리가 모두 바위로 되어있어 둥근 톱날처럼 역동적이고 스릴이 넘치기 때문인데, 이곳을 방문하는 등산객들은 8개 봉우리를 넘나드는 아기자기한 재미와 함께 홍천강이 선사하는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오토캠핑장이 조성되어 있는 팔봉산 유원지는 가족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높다.
-계방산[桂芳山]
남한에서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계방산(해발 1579.1m)은 백두대간의 등줄기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고 겨울철 설경이 백미로 꼽히는 유명한 산이다. 홍천군 내면과 평창군 진부면에 걸쳐 있는 광대한 산맥을 거느리고 있고, 산약초나 야생화 및 희귀수목인 주목·철쭉나무의 군락 등 원시림이 가득히 들어차 있어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내린천(內麟川)으로 흐르는 계방천의 발원지로 높은 산이면서도 유순한 산세와 능선을 가지고 있으며, 산기슭에 위치한 방아다리 약수는 위장병, 피부병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흔히들 산의 유익으로 맑은 공기, 유산소 운동, 근력·심폐 증진 등을 손꼽지만 여기에 정신적인 산소라 할 만한 긍정, 웃음, 여유와 같은 유익한 정서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눈꽃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겨울산행도 좋겠고, 날이 풀리게 되면 우리 곁에 다가올 봄철 산행도 기대가 된다. 올해는 4계절 아름다운 홍천의 명산에서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치유과 회복의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싶다.
한정복 기자 gn3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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