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등지에서는 ‘개저씨’라는 비속어가 일상어처럼 쓰인다. 개저씨란 자기의 존엄은 귀하게 대접받길 원하면서 타인의 존엄에 대해선 안하무인 격으로 행동하면서도 그에 대한 자각조차 없는 40대 이후의 남성을 가리키는 말이다. 심지어 젊은 세대들은 소수의 경우 없는 아저씨가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남성이 이 ‘개저씨’ 부류에 속한다고 여기고 있을 정도다. ‘개저씨’는 한국 남성성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성찰이 우선이다
내 주위의 남성 반응은 분개가 압도적으로 많다. 누군가 자기가 속한 특정 그룹이나 세대, 계층을 비하한다면 분개하는 것이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분개의 감정에 머무른다면, 젊은 세대가 기성 세대에 갖는 불만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상징 명예(사회의 어른, 사회 리더)에 상처를 입었다고 해서 발원지를 찾아내 괘씸죄를 묻겠다며 공격적 자세로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좋은 자세는 자신을 성찰하고 자신의 변화를 모색하는 것이다.
한국 남성들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부터 ‘기분을 상하지 않을’ 권리, ‘자존심에 상처받지 않을’ 특권을 누려왔다. 한국 사회는 남성들의 ‘기 살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해왔고 남성들의 잘잘못을 가리기 보다는 덮어두었다. 빠른 시간 내에 산업화와 사회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그런 문화가 형성되었다. 그러나 산업 고도화를 이뤄내고 성장의 임계점에 달한 지금의 사회에서 남성 ‘기 살리기’ 문화는 되려 사회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 사회 남성은 ‘기 살리기’ 문화 때문에 끊임없이 타인의 돌봄과 희생을 필요로 하는 응석받이가 되어버렸다. 자신을 위해 타인의 돌봄과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고마운 줄 모르는 유아독존, 자신에 대한 비판이나 변화의 요구를 거부하고 특권을 유지하려는 유아기적 퇴행 상태를 겪고 있다.
꼰대 짓이 대표적인 퇴행의 기미다. 보통 꼰대 짓이라는 것은 보다 많이 알고 경험한 사람이 그 정보를 이용해 세상을 헤쳐나가는 데 있어 경험이 미숙하거나 지식이 짧은 이에게 전달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문제가 되는 꼰대 짓은 그런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시대는 세상이 달라졌고 달라진 세상에서 살아가는 법을 모두가 찾아 헤매는 시대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을 갖고는 살아가기 힘든 시대다. 과거의 경험과 지식만으로 지금 세상을 헤매는 젊은 세대에게 조언을 해줄 수 없다. 조언조차 문제가 되는데, 조언은 고사하고 오직 남의 삶을 폄하하기 위해 자신의 과거 경험과 지식을 자랑하니까 문제가 된다.
노년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작년은 ‘책의 해’ 였다. 통계에 의하면 한국 남성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다. 의무교육만 마치면 성인 남성의 대부분은 책을 접하지 않는다. 책의 구매하는 대부분은 여성들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에 목말라 있고 변화를 원하는 쪽이 언제나 책을 많이 읽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40대 여성들까지 책을 많이 읽는다. 자기 삶의 변화를 도모하건, 한국 사회의 변화를 갈망하건 그만큼 지식에 굶주려 있다. 책을 가장 잘 읽지 않는 쪽이 책 읽는 쪽을 가르칠 순 없다. 그것은 세상을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최근 ‘노년인문학’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지자체 문화센터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강좌 개설이 한창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자기 자신에 갇히는 경향이 있다. 인문학은 자신의 경험과 관찰의 한계에서 벗어나 인간과 인간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혀 강건하고 조화로운 중용의 삶을 사는 데 목적이 있다. 지금 한국 남성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른 성별이나 세대, 문화를 가진 사람들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다. 성•세대 감수성을 키우는 것이 가장 필요하다.
* 필자 채희철은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강릉에서 자랐으며,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다녔고 1997년 계간 사이버문학지 <버전업> 여름호에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를 게재하며 작가로 데뷔, 인문교양서 <눈 밖에 난 철학, 귀 속에 든 철학> 등의 저서가 있다. 1969년 생인 그는 현재 아저씨가 되어 강릉의 한 바닷가에 살고 있다.
채희철 kikib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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