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50 이후의 남자, 아저씨가 사는 법
자조(自助)란 ‘스스로 돕는다’는 뜻이다. 스스로를 돌본다는 의미도 있다. 자조모임은 외부의 도움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문제는 스스로가 해결하려는 조직이나 단체를 말한다. 협회나 협동조합이나 그런 단체들도 자조모임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과거부터 왕이나 국가의 간섭을 덜 받기 위해서 또는 불경기에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 정부를 대신하기 위해서 크고 작은 규모의 자조모임이 발달해 있다. 우리나라의 ‘품앗이’ 전통도 조직의 형태는 아니지만 자조정신에 따른 전통이라 할 수 있다.
왜 자조모임 얘기를 하느냐? 노년을 위해서는 스스로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비혼, 1인가구의 현실
얼마 전 만난 40대 중반의 여성은 내게 이런 고백을 털어놓았다.
“남들을 보면 다 행복해 보여. sns에선 늘 여행지와 비싸고 맛난 음식을 먹었다는 자랑만 올리잖아. 그런 걸 보고 있으면 두려워져. 나중에 홀로 늙어가면서 병이라도 걸려 고독하게 죽으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어서 우울해.”
그녀는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비혼’의 삶을 살고 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 늘어나고 있는 비혼 대열에 가담한 1인인 셈이다. 현재 그녀는 자기 부모의 노년의 삶에 대해 일부 짐을 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노년에 대해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녀는 물론 자신이 선택한 삶에 후회는 없다. 단지 노년을 함께 할 동반자가 아쉬운 것이다.
나는 그녀의 사례가 비혼의 신중년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했다면 사정이 조금 나을 수도 있겠지만, 현 중년들의 고민은 비슷하다. 가족들에게 노년을 위탁할 생각이 없고 요양원 같은 곳에 들어갈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 노년의 홀로서기를 위해 준비라도 제대로 했는가? 그렇지도 못한 것이다. 이것이 현재를 사는 중년의 모습이다.
낙관과 우울 사이에서 방황하는 신중년
이에 대한 중년들의 대처 모습은 두 가지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라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적 태도를 보이는 유형이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대체로 남자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듯 하다. 내심 정부정책이나 사회적 지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다. 상황이 나빠지면 남 탓을 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높다.
또 하나는 노년 불안으로 인해 우울증세를 보이는 유형이 있다. 대체로 여자들이 그런 것 같다. 노년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걱정이나 한탄만 하고 있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취해야 한다.
노년의 동지를 지금부터 구해야 한다
나는 노년을 고민하는 그 여성에게 ‘공동 주거 협동조합’에 대해 소개했다. 공동 주거란 여러 사람이 하나의 주택에 모여 살며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양로원이나 요양소도 그런 공동 주거의 한 형태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공동 주거 협동조합은 양로원이나 요양소처럼 노년을 타인의 관리에 맡겨두는 형태가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가 관리하고 조율해나가는 형태를 말한다.
즉, 조합원들이 주거문제를 중심으로 노년의 삶을 서로 돌보며 서로 의지하자는 취지다. 공동재원을 확보하고, 정관을 만들고, 준칙을 만드는 등의 공동주거 협동조합도 있다. 영국을 비롯해 유럽에서는 초고령화사회의 대안적 주거정책 모델의 하나로 각광받는 중이다.
그러나 공동 주거 협동조합이 가능하려면 노년의 삶을 함께 할 마음에 맞는 ‘동지’들을 구해야 한다. 동지를 구하기 위해 가벼운 자조모임이라도 만들자. 노년의 불안과 자신의 준비에 대해 솔직히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고 뜻을 모을 수 있는 자조모임이야말로 현재 신중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다.
* 필자 채희철은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강릉에서 자랐으며,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다녔고 1997년 계간 사이버문학지 <버전업> 여름호에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를 게재하며 작가로 데뷔, 인문교양서 <눈 밖에 난 철학, 귀 속에 든 철학> 등의 저서가 있다. 1969년 생인 그는 현재 아저씨가 되어 강릉의 한 바닷가에 살고 있다.
채희철 kikib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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