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

부자감세 모두 철회땐 한해 세수 20조원

세널리 2011. 1. 25.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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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감세’ 모두 철회땐 한해 세수 20조↑



[한겨레] [무상복지 오해와 진실] ② 복지재원 마련 방안

경제분야 지출 과도…예산 우선순위 조정을

증세 방안은 다양…‘조세저항’ 극복이 과제

민주당 등 야당에서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필요하다. 어느 분야까지, 어느 수준까지 복지혜택을 확대하느냐에 따라 소요예산은 달라질 수 있지만, 야당 추산에 따르더라도 최소 16조원, 많게는 20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쪽에서 내세우는 재원 마련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지출구조 개혁’과 ‘증세’다. ‘지출구조 개혁’은 기존의 예산과 세금감면 혜택 가운데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자는 것이다. ‘증세’는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기존 세율을 인상해서 세금을 더 걷은 뒤 복지 쪽에 쓰자는 것이다.

■ 예산·세금낭비 줄이면… 우리나라 예산 가운데 다른 선진국에 비해 비중이 높은 분야는 사회간접자본(SOC), 연구개발(R&D),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농림·수산·식품 등 경제 분야와 국방 분야다. 이에 반해 복지 분야는 비중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 재정사회정책연구부장은 “경제분야 지출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서 과도한 편”이라며 “사회간접자본도 이제는 충분히 확충된만큼 축소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책위는 예산 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7조~8조원의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4대강사업(올해 9조원, 내년 3조3천억원), 정부 홍보성예산, 기관장 특수판공비 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원칙은 단순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정부도 사회간접자본 분야를 줄이겠다는 방침이지만, 지난해말 ‘쪽지 예산’ 파동에서 보듯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도로건설 예산에 매달린다. 연구개발 분야도 ‘미래성장동력 확보’라는 명분이 있고, 농림·중소기업 쪽 역시 ‘경제적 약자’라는 점을 내세우면 메스를 들이대기 쉽지 않다. 국방비 삭감은 남북분단이란 현실 때문에 진보 진영조차 꺼내기 조심스러워한다. 더구나 올해도 나랏빚(국채)을 21조원이나 내야 할만큼 ‘적자 예산’를 짜고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재정부 예산실 관계자는 “4대강 예산을 복지 쪽으로 돌리자고 하지만, 4대강 사업이 끝나면 그만큼 국채 발행을 줄여야지 모두 복지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비과세감면(조세지출)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비과세감면’은 소득공제 등을 통해 세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감면 규모가 한해 31조3천억원(올해 잠정치)에 이른다. 민주당은 이 가운데 2조5천억원을 줄여서 복지 재원으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임시투자세액공제(1조4천억원)는 소수 대기업에 혜택이 집중돼 폐지 1순위로 꼽힌다.

하지만 비과세감면 역시 항목마다 이해관계자가 있고, 대부분 ‘취약계층 지원’ 같은 명분을 가지고 있어 대폭 축소가 쉽지 않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근로자·중소기업·농민 등 소위 취약계층 관련 항목이 전체의 70~80%에 이른다. 축소라도 검토할 수 있는 부분은 10개 항목, 5조원 정도다”라고 말했다.

■ 부자감세 철회하면… 민주당이 내세운 방안 중 하나는 ‘부자감세 철회’다. 내년에 시행 예정인 소득세·법인세 2단계 감세안을 철회해 복지 재원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2단계 감세 규모는 재정부 추산으로 매해 3조7천억원(소득세 5천억원, 법인세 3조2천억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당연히 필요한 조처지만 이는 복지재원 감소를 막는 것일뿐 재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은 아니다”(윤종훈 시민경제사회연구소 기획위원)라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이미 시행 중인 감세 조처까지 철회할 경우에는 상당한 규모의 재원이 생기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2008년 단행한 대규모 감세(소득세·법인세·종합부동산세 등 인하)를 노무현 정부 수준 세율로 회복시킨다면 매해 20조원 안팎의 세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시행된 감세를 되돌리는 건 사실상의 ‘증세’나 마찬가지여서 반발이 적지 않을 게 분명하다.

■ 증세를 하면… 증세를 주장하는 쪽은 지출구조 개혁만으로는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재원을 모두 마련하기 힘들다고 본다.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지출개혁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최대 10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며 “‘복지다운 복지’를 해보려면 ‘지출개혁’과 ‘증세’ 두 바퀴로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증세 방안은 최근에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표 참조)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구간 신설을,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부유세’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사회복지세’를 주장하고 있다. 각각 8조3천억원, 7조8천억원, 15조원씩 세수가 늘어난다. 이런 방안들이 고소득자와 대기업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자 증세’인데 반해, 일부 진보진영에서는 보편적 복지의 정당성 확보를 위해 중산층과 서민까지 포괄하는 ‘보편 증세’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증세방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조세 저항’이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최근 국민들의 복지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이를 위해 추가로 세금을 내겠다는 의식은 여전히 낮은 것이 현실”이라며 “고부담-고복지를 할 것인가, 저부담-저복지를 할 것인가는 결국 국민이 선택할 문제 아니겠냐”고 말했다.

안선희 기자 s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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