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의 반란’은 계속돼야 한다
2월 8일 새정치연합 전당대회가 끝났다. 당 대표 선거는 문재인과 박지원 후보의 혈투 끝에 문재인후보가 승리했다. 그런데, 8명의 후보가 각축을 벌인 최고위원선거에서 5명의 당선자보다 더 주목을 끄는 6위의 후보가 있다. 바로 박우섭 구청장이다.
현직 기초단체장의 도전 주목받다
우선, 그는 이번 새정치연합 최고위원 선거에서 현직 인천남구청장으로 국회의원이 아닌 유일한 후보였다. 또한, 전당대회 사상 최초의 기초자치단체장이었다. 전당대회 초반 많은 이들은 그를 의구심에 가득찬 눈빛으로 보았다. 간단히 말해 “무슨 구청장이 구정이나 잘하지, 당 지도부 선거에 출마해”라는 말이었다. 사실 현직 구청장으로서 자칫 정치생명을 건 모험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도전을 감행했다. 그는 스스로 ‘중앙정치를 향한 지방의 반란’이라고 했다.
“자치와 분권, 지방의 힘으로 여의도에 갇혀있는 정치를 해방시키겠습니다.”(박우섭후보 전당대회 연설 中에서)
그의 출마 이유를 한마디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지방자치가 시작된지 올해로 20년이 되었다. 이제 지방정치는 그동안 중앙정치가 해오지 못한 주민의 삶속으로 파고 들고 있다. 박우섭 후보가 강조했듯이 평생 학습, 마을 만들기, 사회적 경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도입, 로컬 푸드 사업, 혁신 교육, 친환경 무상급식 등 지방정부는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지방정치는 아직도 중앙정치에 예속되어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제 그는 지방정치 스스로의 힘으로 자치와 분권의 시대를 열어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의원 중심 정당구조 혁신해야
그런데, 아직도 정당은 여의도와 국회의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박우섭은 이것을 바꾸자고 제안한다. 정치가 중앙에만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자치와 분권, 지방과 지역 주민의 생활정치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음에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 선거 전 모든 여론조사에서 그는 거의 골찌였다. 무명의 구청장이 당 지도부 선거에 나왔으니, 재삼선의 다른 후보들에 비해 인지도와 조직력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아무도 그의 선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적이 일어났다. 2.8일 전당대회 현장에서 그는 지방정치를 포효했고, 현장 대의원들은 그를 선택했다. ‘대의원투표 16.24%’로 그가 1위를 차지했다. 개표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현장의 대의원들도 탄성을 지르며 놀랐다. 그의 호소가 당에 받아들여졌다. 적어도 새정치연합 대의원은 그를 최고위원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인지도와 조직력에 밀려 최종 합산은 6위에 그쳤다. 5위 유승희후보와 0.65%의 미세한 차이로 떨어진 것이다. 아쉬운 패배다.
▲ 최고의원 투표 결과
1. 유승희(11.31) 10.35, 14.7, 9.42, 8.34
2. 박우섭(10.66) 16.24, 6.42, 6.06, 5.19
3. 문병호(10.5) 10.36, 11.91, 9.49, 8.43
4. 이목희(9.67) 10.57, 6.37, 11.61, 12.62
5. 정청래(14.74) 9.68, 14.78, 23.36, 24.45
6. 주승용(16.29) 15.98, 18.88, 14.93, 11.96
7. 전병헌(14.33) 11.66, 14.73, 17.47, 20.44
8. 오영식(12.49) 15.16, 12.21, 7.67, 8.6
지명직 최고위원에 박우섭 구청장?
그런데, 재미있는 이야기 돌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당헌당규는 대표가최고위원 2명을 지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래서, 문재인대표가 최고위원 2명을 지명할 때 박우섭 구청장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문재인후보 역시 분권정당을 강조하고 있다. 그의 당 혁신 공약으로 발표된 ‘이기는 정당’의 세 번째 공약이다. 그는 ‘자치와 분권의 풀뿌리정당’을 주장하며, 지방정부가 주축이자 미래인 정당으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당 혁신의 핵심공약이다. 따라서, 박우섭후보의 지명직 최고위원 지명도 아주 터무니 없는 주장은 아니다. 문재인대표가 분권정당을 구현하기 위해 그를 지명하는 것이 필수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그를 지명하는 것이 분권정당의 좋은 출발이 될 수 있다.
사실 지역 주민의 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주민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지방정부이며, 지방정부는 생활정치의 근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방정치를 풀뿌리정치라고 부른다. 생활현장의 중요한 의제, 즉 주민들이 생활속에 피부로 느끼는 현장의 이야기가 중앙당의 의제로 올라오고 다루어 져야 한다.
중앙당이 민생과 현장에서 멀어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여의도와 국회의원이 당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지방정치가 당의 한 축으로 서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2, 3의 박우섭의 도전은 계속되어야 한다. 최근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기초단체장의 진출이 늘어나는 추세다. 결론적으로 중앙정치를 향한 지방정치의 반란은 법과 제도를 개혁하여 자치와 분권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앙정치를 향한 지방정치의 도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질 때 그 균형을 잡게 될 것이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전략마케팅 본부장>
[프로필]
조원씨앤아이(http://www.jowoncni.com) 전략마케팅 본부장
새희망포럼(대표:설훈의원) 연구소 소장
한국적 제3의길(대표:박영선) 연구위원
전)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전)민주당 강릉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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