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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류지에서 만난 이재명, 다카이치 두 정상이 만들어 낸 한일관계의 상징들 본문





정상회담의 둘째 날은, 외교의 문장들이 잠시 숨을 고르고 사람의 표정이 앞에 나서는 시간이었다. 나라(奈良) 호류지(法隆寺)로 향한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친교 일정은 “큰 합의문”보다 더 오래 기억되는 장면을 남긴다. 전통과 시간이 축적된 공간에서 두 정상은 같은 풍경을 보고, 같은 목조건축의 결을 만지며, 관계의 온도를 ‘말’이 아니라 ‘동행’으로 보여줬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는 무겁게 풀지 않아도 세 가지로 충분하다. 첫째, 안보·경제안보·첨단기술 협력을 둘러싼 실무 의제가 다시 중심축으로 복귀했다는 점이다(북핵, 경제안보, AI·반도체 협력 등).  둘째, 역사 문제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쟁점이 남아 있어도, ‘관계 관리’ 자체를 중단하지 않겠다는 신호를 분명히 했다는 점이다.  셋째, 무엇보다 상징의 선택이 절묘했다. 정상들이 절을 산책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갈등의 역사를 넘어, 교류의 역사를 복원하자”는 메시지로 읽힌다. 
호류지에서의 친교행사는 ‘의전’이라기보다 ‘대화의 장치’에 가까웠다. 도착 시각부터 총리가 먼저 나와 맞이하고, 악수와 짧은 환담 뒤 나란히 경내로 들어서는 동선은, 긴장과 경계가 아니라 ‘동등한 방문객’의 태도를 만든다.  현장에서 이 대통령이 “이 목조 건물을 어떻게 보존하느냐”를 물었다는 대목은 특히 좋다. 외교는 결국 지속가능성의 기술인데, 그 질문 하나가 관계의 ‘관리’가 아니라 ‘보존’이라는 어휘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호류지는, 그 질문을 받아낼 자격이 있는 장소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호류지 일대 불교 유적’에는 7~8세기 목조건축이 남아 있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여기서 한일관계의 역사적 의미는 단순히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호류지는 일본 고대 불교·건축·조각이 형성되는 시기에 한반도(특히 백제) 문화·기술의 영향이 스며든 공간으로 자주 언급되며, 실제로 국내 언론도 ‘백제 영향’과 ‘백제관음’ 같은 상징을 함께 꺼내 든다.  즉, 호류지는 갈등의 기억만이 아니라 교류의 흔적도 함께 보관하는 장소다. 두 정상이 그곳을 함께 걸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회담은 “미래지향”이라는 단어를 덜 추상적으로 만들었다.
여행지로서의 호류지는, ‘나라 여행’의 문법을 바꿔놓는다. 나라 공원과 사슴, 도다이지의 거대한 대불을 보고 난 뒤에 호류지를 가면, 여행의 초점이 “크기”에서 “시간”으로 이동한다. 서원의 금당(곤도)과 오층탑이 만들어내는 비대칭의 균형, 마당을 가로지르는 바람의 속도, 나무가 낡아가며 단단해지는 표면은 사진보다 느린 감각으로 다가온다. 호류지가 “약 1,300년 전 재건”이라는 시간감을 유지하며 오늘까지 이어져 왔다는 사실 자체가, 이곳을 단순한 명소가 아니라 ‘체험하는 역사서’로 만든다. 
가벼운 일정으로 다녀오려면, 동선은 단순할수록 좋다.
• 서원(금당·오층탑) → 동원(유메도노) 순으로 걷고,
• 마지막은 박물관/보물 관련 전시로 마무리하면, “건축—신앙—예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호류지의 구조적 구성은 서원·동원으로 나뉜다.) 
• 겨울 나라의 공기는 차갑지만 대신 시야가 맑아, 목조건축의 윤곽이 또렷해진다. 그 선명함 덕분에, 정상회담의 둘째 날이 왜 ‘호류지’였는지도 감각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결국 이번 일정이 남긴 상징은 거창하지 않다. 회담의 문장들은 종종 번역되고 해석되지만, 함께 걷는 장면은 번역이 필요 없다. 오래된 목조건축 앞에서 “어떻게 보존하느냐”를 묻는 순간, 외교는 오늘의 계산을 넘어 내일의 유지관리로 넘어간다. 그리고 한일관계도, 그렇게—큰 선언이 아니라 작은 동행들로—조금씩 ‘상징’을 축적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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