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홍준일 논객

유승민과 정청래 사태를 보며

세널리 2016. 3. 2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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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 공천제’가 필요하다!

- 20대공천 잘못된 공천제도의 최악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20대 총선이 23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야를 막론하고 최고의 이슈는 공천이다. 공천은 정당이 국회의원, 대통령 등 공직후보자를 선출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렇다고 반드시 정당의 공천을 받아야만 후보로 등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아도 무소속으로 출마할 수 있다. 하지만 대의제와 정당정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정치상황에서 정당의 공천을 받지 않으면 국민의 선택을 받기 어렵다. 아무리 대중적 지지를 받고 유명세가 있다 하더라도 정당의 공천에서 탈락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정당의 공천이 양질의 후보자를 만들기 위해 국민의 의사를 잘 반영하고 민주적 절차를 밟았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정당이 공천 과정에서 특정 이해나 권력에 의해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민주적 과정을 밟지 않는다면 그것은 국민의 선택권을 빼앗은 것이며, 그렇게 선출된 권력은 국민과 나라를 생각하기보다는 특정 이해와 권력에 맹종하기 때문이다. 최근 여야의 공천을 지켜보며 이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새누리당은 ‘유승민 사태’가 대표적이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유승민은 지난해 5월 국회법 파동의 주인공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맞섰다는 이유로 원내대표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이번 20대 공천에선 유승민과 가까웠다는 이유만으로도 추풍낙엽처럼 낙천된 후보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탈락 사유는 더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마치 봉권시대 절대군주가 자신에게 충성하지 않는 신하에게 죄를 씌워 벌하듯이 유승민은 ‘대통령 모욕죄’, 이종훈과 조해진은 ‘대통령 괘씸죄’, 비박계의 임태희는 ‘친박학살의 주범’이란 죄목을 붙여 탈락시켰다.

앞서 말했듯이 정당의 공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의사와 민주적 과정이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대의정치와 정당정치는 붕괴되는 것이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을 지켜보면 국민의 의사나 민주적 과정은 사라지고, 특정한 이해와 권력만이 작용했다. 한마디로 새누리당 공천은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 ‘진박’을 공천하기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새누리당은 국민보다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친박’과 ‘진박’의 일사불란한 충성 경쟁만이 남은 것이다. 정당정치의 기초는 국민의 의사를 어떻게 반영하는가에 달려 있다. 이것이 무너지면 정당의 존립기반도 무너지고마는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와 같은 현실이 반영되듯 유승민이 새누리당 내 차기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이 얼마나 민심을 외면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다음은 더민주당의 ‘정청래 사태’다. 정청래는 스스로 자신을 ‘당대포’라 불렀듯이 대여투쟁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야당 공격수로서 거침없는 말을 해왔다. 따라서, 더민주당 내부에는 그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가 많다. 하지만 그의 패착은 야당공격수가 아니라 당내 문제에서도 대포를 쏘았던 것이다. 지난 문재인체제에서 당대표의 거취문제를 둘러싸고 주류와 비주류 간의 거친 논쟁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공갈발언’이 나왔다. 아마도 이 ‘공갈발언’이 공천에서 탈락하는 결정적 요인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과 주장을 담는 그릇이다. 따라서, 정치인은 그들의 의견과 주장을 잘 반영하고 대표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정청래의 발언과 행동이 기성문화에서는 ‘막말과 튀는 행동’으로 눈살을 지푸릴 수 있는 반면 그의 많은 지지자는 그의 행동과 발언 에서 통쾌함을 느끼고 자신의 울분과 정당성을 해소하는 창구로 삼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민주당은 정청래를 ‘막말과 튀는 행동’이라는 가치 취향에 따라 일방적으로 국민의 선택 기회를 빼앗고 말았다.

진보 혹은 자유주의를 대표한다는 더민주당이 국민의 대표가 되는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취향에 따라 후보자의 기회를 박탈한다면 그것 역시 비민주적이며 독선이다. 어떤 사람이 그 사람의 가치 취향이 싫다고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제하려 한다면 그것은 민주적 사회가 아니다. 정청래의 발언과 행태가 지나치다고 비판은 할 수 있지만 그의 정치가 싫다고 해서 그의 정치적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분명히 민주주의가 아니다.

20대 총선을 지켜보며 더 이상 정당의 공천문제를 정당에 그냥 맡겨두어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의정치와 정당정치에서 국민들은 정당들이 합리적이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후보를 선출했다고 믿고 정당의 후보를 더 선호한다. 그런데 정당이 자신들 내부의 특정 이해와 권력에 따라 자신의 입맛에만 맞는 후보만을 내놓고 국민에게 선택을 강요한다면 정당정치는 더 이상 신뢰받을 수 없으며 정치적 허무주의만 증가시킬 것이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제도가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고 민주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의 대선후보 모두가 공약했던 ‘완전국민경선제’와 같이 여야가 동시에 합의할 수 있는 ‘국민 공천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여야의 대선후보가 동시에 공약으로 제시했음에도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이유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줄 세우는 가장 최고의 방안은 ‘공천권’을 쥐는 것이다. 대통령 뿐만이 아니라 여야의 지도부는 모두 이 공천권을 움켜쥐고 권력을 행사하고 싶은 유혹을 뿌리 칠 수 없다.

결론적으로 20대 총선의 공천은 잘못된 공천제도의 최악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치의 최우선 과제는 공천 제도의 혁명이다. 그것은 바로 국민에게 진정 공천권을 돌려주는 ‘국민 공천제’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정치는 국민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정치인이 나올 수 없다. 아무리 좋은 정치인도 특정 권력과 이해관계에 충성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함부로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 국가에서 정치인의 운명은 반드시 국민 이외에 그 누구에게도 침해받지 말아야 한다. 20대 국회가 들어서면 이번 공천과정에 대한 분명한 사과와 반성이 있어야 하며 이와 함께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는 ‘국민 공천제’를 만들어야 한다. 여야가 ‘국민 공천제’에 대한 방안을 제시하고 법제화하는 일이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김대진 조원씨앤아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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