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에 ‘오륜기’ 문신 새기며 올림픽 준비해 온 서영우, ‘봅슬레이 불모지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브레이크맨으로 기억되고파’
- 26살 늦은 나이에 봅슬레이를 시작한 늦깎이 선수 원윤종, ‘봅슬레이 대표팀 지도하다 세상을 떠난 코치 말콤 로이드를 기리며...’
‘봅슬레이’는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썰매를 타고 눈과 얼음으로 만든 트랙을 활주하는 경기다. 봅슬레이 종목은 오픈 4인승, 남자 2인승, 여자 2인승 총 3개의 종목으로 나뉜다. 2인승 봅슬레이에는 썰매를 조종하는 ‘파일럿’과 썰매를 밀고 멈추는 역할을 하는 ‘브레이크맨’으로 이뤄진다. 최고 시속 150km, 코스 평균 1.3km를 질주하는 봅슬레이는 파일럿과 브레이크맨의 호흡이 생명이다.
이번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에 봅슬레이 남자 2인승에 출전하는 ‘파일럿’ 원윤종(33)과 ‘브레이크맨’ 서영우(27) 또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원윤종은 대한체육회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다니던 대학교 게시판에 붙은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 공고문을 우연히 보고 관심이 생겼다. 그렇게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고, 26살의 늦은 나이에 선수생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윤종은 체육교사의 꿈을 접고 바로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해 1위를 차지했다. 어린 시절부터 올림픽을 준비하며 달려온 타 선수들과 출발점부터 달랐던 셈이다. 서영우 또한 “20살 때, 우연히 봅슬레이 강습회에 갔다가 봅슬레이의 매력에 반했다. 봅슬레이는 얼음 위의 F1이라 불릴 만큼 바른 스피드를 지닌 종목이다. 힘과 스피드를 한계까지 끌어올리는 봅슬레이만의 폭발적인 경기력에 매료돼 여기까지 왔다”고 봅슬레이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2010년 ‘썰매 불모지’ 한국에서 봅슬레이를 시작한 두 사람의 지난 시간은 결코 쉽지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서영우는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봅슬레이 종목이 늦게 도입됐다. 그러다 보니 고난과 역경이 많았다. 가장 힘들었을 때는 봅슬레이를 처음 시작했을 때다. 사실 시작이 가장 어렵지 않은가. 어떻게 운동을 해야 할지,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 놓았다. 실제로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기 전까지 한국의 봅슬레이 선수들은 제대로 된 훈련 장소도 없이 외국에서 사용하던 중고 썰매로 훈련을 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원윤종-서영우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대회에서 18위에 오르며 한국 봅슬레이의 희망을 쏘아 올렸다. 이어진 2015/2016 IBSF(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월드컵에서 세계랭킹 1위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IBSF 월드컵 3차 대회에서 6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올림픽을 앞 둔 시즌에서 21위로 다소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윤종-서영우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대회의 우승 후보로 꼽힌다. 지난 16일, 남자 봅슬레이 2인승 세계랭킹 1위인 캐나다의 저스틴 크리프스가 원윤종-서영우를 우승 후보로 거론했다. 개최국 선수인 데다 유능한 선수라는 것이 저스틴 크리프스의 평이다.
원윤종-서영우는 지난해 9월부터 평창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 트랙을 하루에 8번씩 주행하며 훈련에 매진해왔다. 발목에 오륜기 문신을 새기며 평창 올림픽을 준비해 온 서영우는 “자국에서 열리는 첫 동계올림픽이다. 홈에서 열리는 경기인 만큼 이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열심히 노력한 결실을 금메달로 보여드리겠다. 봅슬레이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난의 과정에 있었던 브레이크맨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원윤종은 “국민들이 기뻐할만한 결과를 이뤄내는 것이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의 내 목표다. 무엇보다 이번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어 한국 썰매 종목이 앞으로 꾸준히 국제무대에 활약하고, 국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행에는 또 다른 사연이 담겨 있다. 원윤종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우리를 지도하고 이끌어줬던 말콤 로이드 코치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너무 힘들었다“며 2년 전 고인이 된 데니스 말콤 로이드 코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했다. 실제로 한국 봅슬레이팀은 데니스 말콤 로이드 코치를 추모하기 위해 '곰머(로이드 코치의 별명)'에서 딴 첫 번째 영어 이니셜 'G'를 헬멧과 썰매에 붙이고 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한국 봅슬레이의 새 역사가 시작될 날이 다가온다. 다가오는 18일, 역사의 포문을 여는 원윤종-서영우의 경기가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펼쳐진다.
한정복 기자 gn3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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