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50 이후의 남자, 아저씨가 사는 법
최근 서울 관악농협에서는 '웰다잉심리상담사 및 노인통합 교육지도사 전문가 교육과정'이 열렸다. 웰다잉심리상담사라니? 그런 직종이 있었나 싶지만, 생각해보면 현재 우리 사회에선 그 필요성이 점점 더 증대될 수밖에 없다.
잘 죽기 위해 심리상담을 받는다고?
100세 시대가 열렸지만 그 세월을 내내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없다면, 100세 시대는 인간의 품위를 유지하기 힘든 참혹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배우자가 배우자를 간병하다 지쳐 살인을 한 후 동반자살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되는 요즘이다.
인간은 누구나 오래 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욕망도 어느 '정도껏'이다. 유한한 것이 생명이라 언제가 결말이 있고 인생의 끝이 있기 마련이다. 여기에 예외는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말이 있다. 이는 인간의 죽음을 두고도 적용할 수 있는 말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다면 잘 죽는 것이 중요하다. 잘 죽기 위해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심리적으로 무너지지 않게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 웰다잉이다.
고령화시대를 사는 요즘 현대인들은 비교적 죽음을 성숙한 태도로 잘 받아들이는 모양새다. '서울시 웰다잉 문화조성 실태조사 및 인식개선'에 따르면, 만 65세 이상 노인 1000명 중 83.1%가 '존엄사를 찬성하며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반대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연명의술 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돕는 호스피스 서비스 활성화'에 동의하는 응답이 87.8%에 달했다.
올해 초 ‘연명의료절정법’ 시행을 계기로 웰다잉 문화 확산
이런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듯 각 지자체와 공공기관에서는 웰다잉 문화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부천시 인생이모작지원센터는 '삶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 교육' 과정을 개강하기도 했다. 서천군(충청남도) 보건소는 1인 가구의 확산으로 인한 고독사 급증 문제를 해소하고자 지역민을 대상으로 웰다잉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프로그램 중 '용서와 화해', '인생 꽃 그림 그리기', '생명 사랑 서약서' 등이 눈에 띈다.
웰다잉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치매관리사·유품정리사·노년 플래너 등 관련 신종 직업도 늘고 있는 추세다. 유품 정리사는 가족의 돌봄 없이 사망한 사람들의 유품, 재산 등을 정리·처리해 주는 사람으로 일본의 경우에는 현재 5000여개 업체가 운영 될 정도다.
그린장례지도사는 묘지 대체 수요로 수목장, 납골당 등 화장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급부상한 직업이다. 죽은 후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취지로 기존의 무덤이나 묘비 같은 인공물을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그린장례 방법에 따라 장례절차를 진행한다.
노년 행복의 조건은?
미국의 정신과 전문의 조지 베일런트는 70년간 814명에 이르는 성인남녀의 삶을 추적 조사했다. 조사 대상을 크게 세 개의 집단으로 나눴다. 268명의 하버드 졸업생, 서민 지역 소년 출신 456명, 천재아동 출신 여성 90명이다. 조사의 이유는 이들의 삶을 통해 인간에게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지 알기 위함이었다.
저자가 발견한 행복한 노년의 삶을 결정짓는 것은 재산과 건강이 아니었다. 행복한 노년을 지탱하는 힘은 '성숙'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미성숙하고 부적응적인 자아 방어기제들을 감소시키고 이타주의와 유머와 같은 성숙한 방어기제를 증가시키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이다.
웰다잉 문화의 대두는 우리가 좀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데 필요 불가결한 '성숙'의 관문을 거치고 있는 중임을 의미한다.
* 필자 채희철은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강릉에서 자랐으며,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다녔고 1997년 계간 사이버문학지 <버전업> 여름호에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를 게재하며 작가로 데뷔, 인문교양서 <눈 밖에 난 철학, 귀 속에 든 철학> 등의 저서가 있다. 1969년 생인 그는 현재 아저씨가 되어 강릉의 한 바닷가에 살고 있다.
채희철 kikib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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