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낱 같은 희망이 있더라도 대화를 시작해야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핵 사용에 대한 법령화를 발표했다. 이는 북한의 핵 사용을 법으로 명문화한 것으로, 스스로 핵에 대한 공식화와 함께 선제적 핵 사용에 대한 국가적 체계를 만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비핵화와 평화를 말한던 때를 상기하면 북한은 완전히 돌변한 것이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9.19군사합의 4주년을 맞이하며 남북 간의 신뢰를 강조했다. 이어 ‘남북합의는 정부가 바뀌어도 이행되어야 한다’며 다시금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을 당부했다. 최근 윤석열정부의 대북정책과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모양새다. 이는 한 토론회에 서면축사를 빌었지만, 퇴임 후 첫 정치적 의사를 나타낸 점에서 관심이 집중되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여권은 발끈하고 나섰다. 한 인터뷰에서 소개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은 그 진위를 의심 할 지경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정치 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교실에서 한 친구에게만 사로잡힌 학생같아 보였다’는 식으로 희화했다. 대통령이 이러니 여권은 더 기가 찰 노릇이다.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제발 도보다리의 미몽에서 깨어나길’ 바란다는 조롱에 가까운 말을 던졌다.
최근 윤석열정부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 공동성명으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고 결정적인(overwhelming and decisive)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명시했다. 또한, 한미는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이 동해에서 훈련 예정이다. 미 항공모함 전대가 한국군과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거의 5년 만이다. 그 만큼 한반도의 긴장이 강화되고 있다.
남북관계는 너무 복잡해서 단순하게 이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다. 고도의 국제 정세와 그에 따른 중장기적인 전략 그리고 매 순간마다의 정책과 수단을 잘 선택해야 한다. 특히 남북관계에서 '고질적인 병'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략적으로 바뀌는 정부의 정책이다. 이러한 태도는 국제적으론 신뢰를 잃고, 남북관계는 지속성을 잃게 된다.
우선, 북한의 핵 사용에 대한 법령화와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각설하면 북한은 언제든 선제적으로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고, 한미는 북핵에 대해 압도적이고 결정적인(overwhelming and decisive) 대응을 하겠다는 것이다.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보면 서로 물리적인 힘으로 상대를 억압, 굴종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며, 이것은 전쟁에 준하는 군사적 행동을 전개하는 것이다. 아직 한반도가 휴전 중임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신냉전시대 한반도가 그 중심으로 빨려들고 있다. 전쟁은 파국이고 공멸이다. 실낱 같은 희망이 있더라도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모든 것은 평화를 향해 나가야 한다. 무엇보다 남과 북이 우선이다. 한반도 평화는 남과 북이 주도할 때 성사될 수 있다. 한반도는 미일중러라는 4강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곳이다. 77년 전에도 남과 북은 해방 이후 3.8선이 그어졌고, 그후 6.25 전쟁과 더불어 아직도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휴전 상태에 놓여 있다. 그 누구도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어 주지 않는다. 남과 북이 바꾸어야 한다. 그 동안의 남북정당회담과 남북 간의 합의사항이 사문화되지 않고, 정권이 바뀌어도 이행될 수 있는 불가역적인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략적 태도를 버리고, 보다 유연하게 대화와 신뢰를 위한 접근부터 시작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강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채영 기자 young@nate.com
출처 : 강릉뉴스 http://www.gangneu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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