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시다 총리가 UN총회 기조연설에서 ‘북한과의 조건없는 대화’를 제안했다. 기시다 총리는 “납치·핵·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해 국교정상화를 목표로 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며 김정은 위원장과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했다. 결국 일본은 북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동시에 북한과의 대화를 열어 놓는 전략적 접근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일 성 김 대북정책특별대표도 미국이 북한과의 접촉을 시도한 사실을 알렸다. 지난 7월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와 코로나19 방역지원을 위한 제안을 했고, 북한의 응답은 아직 없는 것으로 확인해 주었다. 성 김 대표는 조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과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결과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미국도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 압박과 동시에 대화와 신뢰를 위한 전략적 행동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담대한 구상’뿐 북한에 대한 강공 드리이브만 보여왔다. 이미 많은 대북 전문가가 ‘담대한 구상’은 이명박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의 복사판이며 그 현실성이 미약하다고 비판했다. 그런 탓인지 이번 UN총회 기조연설에선 ‘담대한 구상’을 빼 버렸다. 윤석열 대통령도 ‘담대한 구상’이 비현실적임을 인식한 것이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담대한 구상’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면, UN총회라는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것이다.
남북관계는 다른 무엇보다 남북이 주도권을 쥐고 풀어야 한다. 남북이 주도해야 미일중러와 국제사회도 협력할 수 있다.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에 대한 가능성을 최대한 높였었다. 남과 북이 그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북한과 미국이 북핵과 제제완화에 대한 최종 합의를 도출하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언제나 그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는 남북이 공존할 최소한의 보루이며, 그 발걸음은 중단되어선 안된다.
북한은 2016년 4차 핵실험 이후 UN과 미국의 제재가 강화되며 일반교역을 포함해 사실상 국제적으로 고립된 상태이다. 오직 중국과 러시아에 의존하며 몇몇 소수 국가와 불법적 거래로 근근히 경제를 유지하고 있다. 설상가상 최근 코로나19로 국경이 완전 봉쇄되며 중국과의 교역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중 삼중의 고통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핵을 포기하자니 자신의 안위를 보존 받기 어렵고, 핵을 유지하자니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하노이 회담이 조금의 성과도 없이 완전히 결렬되고, 후속조치도 뒤 따르지 못하면서 남북 및 북미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앞서 보았듯이 미국과 일본도 북한과의 대화를 열어 놓고 있다. 하물며 우리가 북한과의 대화에 의지를 놓아선 안된다. 지난 3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트럼프, 김정은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했듯이, 이번엔 더 준비를 잘해서 윤석열, 바이든, 김정은이 한자리에 서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위한 합의문을 읽기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강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채영 기자 you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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