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일 편집위원] '바보 김두관'의 마지막 승부수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은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며, 이 전 대표가 연임을 위해 무슨 내용으로 출마 선언을 할지 더 관심이 높다. 이미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을 기정사실화하며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그래서 한 때는 추대 혹은 찬반 투표를 논의했다.

그런데 며칠 전 김두관 전 의원이 당대표에 출마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편으론 느닷없고, 또 다른 한편으론 무모한 선택으로 비친다. 박지원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중진들은 만류했다. 또한 각종 언론도 들러리라고 평가절하했다. 더 지독하게는 이재명 전 대표와 짜고 나왔다는 조롱도 있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개딸을 중심으로 김두관 전 의원을 폄하하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아마 이재명 전 대표의 추대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인식이다.

그럼 김두관은 왜 이 바보 짓을 마지막 승부수로 던졌을까?

첫째, 김두관은 변방과 낮은 곳에서 출발한다. 명확하게 말하지만 민주당 내부에는 이재명 전 대표와 ‘이재명 팬덤=개딸’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상당수가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길 두려워 한다. 지금 그것을 말하는 것은 정치적 사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선 이전 몇몇 민주당의 리더들은 이재명 전 대표의 대항마로 비판적 시각을 가졌던 인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총선 이후 모두 사라졌다. 아마도 지금은 때가 아니라 위안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보 김두관은 그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뻔히 죽을 수 있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바보 김두관의 길이었다.

둘째, 대의명분과 상식에서 출발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민주당 전당대회가 추대나 찬반 투표로 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너무나 상식적이고 당연한 생각이다. 박정희, 전두환과 같은 군사정권 시대나 3김 시대도 아니고 지금 이 시점에 민주당의 당대표를 연임, 추대, 찬반 투표로 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그 많은 현실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타당하지도 않다. 너무나 상식적이며 보통사람들의 생각이다. 이를 대변하기 위해 그 어떠한 수모와 핍박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것이다.

셋째, 김두관은 무리를 만드는 장수의 길을 간다. 정치와 정당은 한마디로 말하면 국가의 비전과 목표를 세우고, 그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람과 사람이 무리를 이루며, 실천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정치와 정당은 단순히 정당인, 직업인이 모인 곳이 아니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인은 민심의 바다 위에 자신을 던져야 한다. 그것이 장수, 리더의 길이다.

바보 김두관, 마지막 승부수를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누구나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은 쉽다. 그러나 다른 길도 있다고 손을 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이 김두관의 길이며, 진보와 민주가 가야할 길이다. 

홍준일 편집위원

홍준일 편집위원 gnhong1@gmail.com
출처 : 일요서울i(http://www.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