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널리 이롭게하라
10일 긴 연휴 올 추석에 사람들은 뭘 할까 본문

2025년 추석은 달력의 장난처럼 길게 이어진다. 10월 3일 개천절부터 9일 한글날까지 이미 7일이 연휴이고, 10일 금요일 하루 연차만 내면 12일 일요일까지 최대 10일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가 임시공휴일을 공식 지정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많은 직장인들에게는 스스로 ‘황금연휴’를 설계할 수 있는 선택지가 열린 셈이다.
⸻
귀향과 여행 사이의 균형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여전히 귀향이다. 그러나 올해는 단순한 ‘서울 탈출’로 설명되지 않는다. 앞쪽 며칠은 부모·친지 방문과 성묘, 뒤쪽은 여행으로 이어가는 혼합형 일정이 뚜렷하다. KTX 예매는 이미 시작과 동시에 동났다. 항공사들은 10월 2일부터 11일까지 성수기 운임을 책정했고, 일본·동남아 단거리 노선의 예약률이 가장 높다.
많은 직장인들은 연휴 전체를 여행으로 채우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평균 여행 기간은 3.9박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집에서 휴식하거나 간단한 나들이로 채운다. “밀도 높은 여행 + 회복의 시간”이라는 새로운 휴식 공식이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다.
⸻
소비와 선물의 변화
길어진 연휴는 소비에도 변화를 준다. 예전 같으면 긴 연휴는 곧 소비 폭증을 의미했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 공식은 더 이상 단순하지 않다. 설 임시공휴일, 5월 황금연휴에서도 카드 소비는 늘기보다 줄거나 일정하게 유지되었다.
그럼에도 백화점과 온라인몰은 움직임이 빠르다.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앞당겨 프리미엄 정육·과일·장류 세트를 내세운다. 동시에 정부와 지자체는 숙박 할인 쿠폰 등 지역 내수 진작 프로그램을 연휴에 맞춰 집중한다.
⸻
달라지는 명절 풍속도
사회학적 관점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명절 규범의 약화다. 한국은 이미 1인 가구 1,000만 시대다. 그만큼 “혼자 보내는 추석”이 낯설지 않다. 또 제수 준비와 가사노동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지만, 온라인 제수·밀키트, 벌초 대행 서비스, 온라인 성묘 같은 의례의 외주화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명절이 갈등의 장이 되기도 한다. 정치적 이슈, 세대 갈등, 젠더 논쟁은 명절 상차림만큼이나 흔한 대화 주제지만, 이제는 회피와 침묵이 전략이 된 지 오래다. 사회적 긴장보다는 ‘평화로운 시간’을 지키는 것이 가족모임의 목표가 된 것이다.
⸻
새로운 추석의 풍경
결국 올해 추석의 풍경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1. 선택 – 연차를 낼지 말지, 귀향과 여행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 개인이 주도적으로 결정한다.
2. 혼합 – 귀향과 여행, 휴식과 소비가 한데 섞이며 개인화된 ‘추석 패키지’가 완성된다.
3. 외부화 – 의례는 간소화·서비스화되고, 소비는 온라인·사전 예약으로 이동한다.
⸻
추석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명절이지만, 그 의미는 변하고 있다. 대가족 중심의 규범적 명절에서, 각자가 원하는 시간을 설계하는 선택의 연휴로 이동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가족의 품에서, 어떤 이는 공항과 바닷가에서, 또 다른 이는 집에서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것이다.
“10일 긴 추석”, 단순한 연휴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변화된 가족구조, 노동조건, 소비문화가 응축된 사회적 실험이 될 것이다.
'세널리 데일리 > 생활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널리 데일리 – 2025-09-02 (1인 레시피·패션·음악·AI·책·명문장) (0) | 2025.09.02 |
---|---|
세널리 데일리 – 2025-08-30 (일상 인사이트 & 취향 레시피 · 패션 · 음악 · AI 팁) (0) | 2025.08.30 |
윤도현의 박하사탕 / 세널리 데일리 – 2025-08-24 (0) | 2025.08.24 |
냉파스타 세널리 데일리 | 2025-08-21 (0) | 2025.08.21 |
세널리 데일리 | 2025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 관람 가이드 (0) | 2025.08.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