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마흔의 경쟁력

세널리 2019. 9. 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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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 50 이후의 남자, 아저씨가 사는 법

“나는 내가 실력이 있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다 조직의 힘이었더군요. 재취업해서 일해보니까 내가 바보처럼 느껴져요. 기존의 경력으로 이런 일쯤이야 쉽게 생각했는데, 어쩌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최근 재취업을 했다가 결국 새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 두는 A씨의 말이었다.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 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도 있고, 맷집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아니 예요. 밑바닥부터, 다시 새로 시작한다는 게 쉽지 않아요. 무엇보다 경쟁력이 없어요, 이 나이는.”

최근 커피숍을 하다 장사가 안돼 가게를 정리한 B씨의 말이었다.

A씨와 B씨는 모두 실패의 원인을 은퇴 준비를 제대로 못했고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사진=Pixabay

 

은퇴 준비는 마흔부터

은퇴 준비는 마흔부터 해야 한다. 은퇴가 끝이 아니기 때문에 제2의 인생을 준비하는 것이 은퇴 준비다. 나이 마흔이라면 한창 일할 나이다. 은퇴라는 게 뭔지 실감하기 어렵다. 그래서 주위에서 은퇴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는 충고를 듣고 부지런히 개인연금을 가입하고, 월세가 나오는 부동산이나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을 곁눈질 하는 것이 전부다. 하지만 돈을 준비하는 게 은퇴준비의 전부일까? 인생은 생각하는 것보다 길다. 벌어놓은 돈으로 막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돈이 아니라면, 세상을 헤쳐나가는 실력이나 경쟁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A씨와 B씨도 그렇게 생각했다. 대기업의 과장을 지냈는데 그깟 은퇴 후 재취업이나 창업이 어렵겠냐고 생각한다. 그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한다. 조직 안에 있을 때는 조직의 말을 잘 들으면 그게 실력이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실력이었다. 경쟁력은 조직의 경쟁력이지 개인의 경쟁력이 아니다. 조직 바깥에 놓였을 때 그 실력과 경쟁력은 의미가 없다.

지금의 실력과 경쟁력은 당신 것이 아니다

은퇴 후의 제2의 삶은 냉정하게 말해 당신에게 경쟁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 30대건 20대건 조직 바깥에 홀로 선 당신을 그 누구도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경쟁상대로 생각한다면 오히려 큰 일이다. 은퇴자인 당신이 백전백패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이 과열될수록 먼저 나가 떨어지는 것은 은퇴자다. 경쟁 리스크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B씨처럼 은퇴 후 자영업 대열에 들어선 많은 이들이 좌절을 맛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두 가지다. 실력과 경쟁력이 아니라, 차별성과 팀 혹은 동료를 준비해야 한다. 혹시 차별성이 경쟁력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둘은 엄연히 다르다. 차별성이란 경쟁을 회피할 수 있는 무기다. 경쟁을 회피하면서 경쟁자를 따돌리고 결국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차별성이다. 남들이 쳐다보지도 않은 길을 걸으며 한 우물만 판 장인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다.

남들이 도외시 하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라

꼭 장인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남들이 도외시하거나 하지 않는 일을 찾아 가치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점에서 제2의 삶에 있어서는 기존 시장에 진입하는 창업 아이템보다 창직 아이템을 찾는 것이 더 어울린다. 존재하지 않는 업종을 만들어내는 것이야 말로 남들이 당신을 넘보지 않게 만드는 방법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실력이다. 내가 아는 한 지인은 마흔 살부터 시골마을을 찾아 동네 할머니들의 책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아무도 그것을 하려 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경쟁자 없이 10년 이상을 그 일을 꾸준히 할 수 있었으며 지금 현재는 정부부처와 지자체에서 나서서 지원해주는 대형 사업이 되었다.

차별성과 더불어 꼭 필요한 것이 팀이다. 자신을 정점으로 하는 팀이 있어야 한다. 팀이 아닌 동료라고 해도 무방하다. 함께 길을 걷는 협력자, 파트너가 있어야 한다. 창업을 함께 하는 팀을 만들거나 동료를 만드는 것은 비교적 쉬운 일이다. 대체로 돈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창직을 함께 한다는 것은 인생을 함께 하는 것에 가깝다. 눈 앞의 이익이나 경쟁에서 조바심을 내며 노선을 갈아타려고 하지 않는 동료들을 만들어야 한다.

 

* 필자 채희철은 강원도 삼척 출생으로 강릉에서 자랐으며, 추계예대 문예창작학과를 다녔고 1997년 계간 사이버문학지 <버전업> 여름호에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를 게재하며 작가로 데뷔, 인문교양서 <눈 밖에 난 철학, 귀 속에 든 철학> 등의 저서가 있다.  1969년 생인 그는 현재 아저씨가 되어 강릉의 한 바닷가에 살고 있다.

 

 

채희철  kikib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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