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내전, 환경, 젠트리피케이션, 휴머니즘…그리고 평등과 평화. 멀리 있는 듯싶지만 엄연히 우리 곁에 존재하는 동시대 문제들을 현대미술은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해답은 ‘강원국제비엔날레’에서 찾을 수 있다. 전세계 인류가 겪고 있는 비극과 고통, 극복해야할 재앙에 대한 대안을 23개국 58명(팀)의 작품 130여점을 통해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강원국제비엔날레’에서는 미디어 영상 설치 및 회화와 조각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당대 인류가 처한 문제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놓고 있다.
우선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라파엘 고메즈 바로스(콜롬비아)의 ‘집 점령’ 작품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작품 속에 담긴 메시지가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커다란 개미 조각이 인상적인 이 작품에서 작가는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지만 세상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는 곤충인 개미를 의도적으로 확대하여, 전 세계의 보편적 문제로 자리 잡은 이민자와 난민 문제를 주목하게 한다.
일레인 회이(아일랜드)의 VR작품은 관객체험형 작품이다. 줄을 서서 대기할 만큼 관객들의 반응도 좋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난민사태를 가상현실로 제작해 헤드마운트로 볼 수 있도록 한 ‘물의 무게’라는 작품이다. 관객들은 VR 간접체험을 통해 바다를 건너 유럽으로 건너오는 난민들의 생생한 여정을 공유할 수 있다.
시리아의 난민 작가인 압달라 알 오마리의 ‘보트’에선 익숙한 얼굴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난민들처럼 한 배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야 하는 난민들이 아니라, 세계 정상들의 얼굴이다. 작품 속에서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의 얼굴을 만날 수 있다.
6‧25와 남북 대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쟁의 흔적을 읽을 수 있도록 한 디자인 작품도 관객들의 관심을 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 마수드 하사니(네델란드)가 만든 작품 ‘지뢰 카폰’이 그것.
이 작품은 어린 시절 아프가니스탄에서 자란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뢰를 제거하는 풍력제거기를 제작했다. 지뢰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어린이들의 목숨이 희생당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주변의 재료로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장치를 디자인하여 지뢰 문제에 맞선다.
이 밖에도 침↑폼(일본)과 블라디미르 셀레즈뇨프(러시아)는 도시와 환경의 문제를 생각해 보게 한다. 침↑폼의 ‘빌드 버거’는 현대의 도시가 마치 햄버거의 패스트푸드처럼 대량생산, 대량 소비되는 것이 과련 올바른 일인지 질문한다. 블라디미르 셀레즈뇨프의 ‘메트로폴리스’는 관객들에게 놀랄만한 반전을 제공한다. 불이 꺼진 어둠 속에서는 도시가 불빛으로 아름답게 빛나지만, 불이 켜졌을 때는 쓰레기로 가득 찬 모습이 드러나는 ‘반전’이 특징이다.
또한 싱가포르 출신 작가 한 사이포는 ‘검은 숲’이라는 작품으로 삼림 파괴가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페트리샤 레이튼(영국)의 설치 작품은 ‘자연에 대한 명상’이라는 제목답게 인간이 본질적으로 찾아야 할 사색과 정신의 고양을 위한 공간을 제공한다. 커다란 서클은 예술과 자연, 그 외의 모든 것들이 하나 되는 궁극적인 일치의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강원국제비엔날레에서는 관객들이 보다 쉽게 작품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슨트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상세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는 도슨트 프로그램은 매일 총 4회 11:00, 13:00, 15:00, 17:00에 전시장 A홀 인포메이션센터 앞에서 시작한다. 일정 관계상 도슨트 설명을 들을 수 없는 관객은 작품 옆 캡션에 부착된 QR코드 활용도 가능하다.
강원국제비엔날레2018은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18일까지 진행되며, 관객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타투 이벤트 등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부대행사가 마련되어 있다. 관람은 무료이며,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를 지나는 시내순환버스(202, 202-1)가 20~30분 간격으로 3월 20일까지 운영된다.
한정복 기자 gn3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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