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은 8일 "국민의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지키면서 국민 뜻을 잘 받들겠다"고 다짐했다. 취임 100일도 안 돼 지지율은 20%대로 떨어지고 국정운영 부정평가가 70%대에 육박하는 '위기 상황'을 직시하고 몸을 바싹 낮춘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국정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살피겠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진 참모회의,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오찬 회동에서도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긍정 평가하면서도 그에 상응하는 행동이 이어져야 지금의 국정 난맥상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각성'에 가까운 수준의 국정철학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본지 취재에는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 홍준일 대진대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황태순 시사평론가 등이 응했다.
◆"국민 무서움 뼈저리게 느낀 듯···민심 바다와 같다"
황태순 평론가는 당 태종의 '정관정요(貞觀政要)'에서 나온 '민심은 바다와 같아 배를 띄우기도 뒤집기도 한다'는 말을 인용해 "윤 대통령은 선출직 정치인을 해본 적이 없어 민심을 잘 몰랐다"며 "(당선 후) 들뜬 분위기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다가 지지율이 폭락했고, 이제야 민심의 무서움을 뼈저리게 느낀 것"이라고 설명했다.
엄경영 소장도 "좋은 신호"라고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쇄신 조치가 나올 때까지 진정성이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쇄신 조치로 '인사'를 꼽았다.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 여당 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2선 후퇴 등이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지적하고 "정치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민생‧경제 기본 중 기본···尹 태도 변화 필요하다"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이 향후 규제 개혁, 민생0‧경제 행보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역대 민생·경제를 살피지 않은 정부는 없다"고 지적했다. 민생·경제를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그 이상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홍준일 교수는 "여야 현안과 정쟁에 거리를 두고 민생경제 행보를 한다면 10% 정도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20% 지지율은 어떤 말을 해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35% 이상 끌어올리지 않으면 대한민국 자체가 위기상황에 돌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종찬 소장은 "민생과 경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기본만 하면 30%대 지지율은 돌아온다"며 "40%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중도층을 끌어당기기 위한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 소장은 "근본 핵심과제는 윤 대통령의 정치 현실과 국정운영을 바라보는 태도 변화"라면서 "윤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서생적 문제의식'은 있지만, '상인적 현실감각'은 없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법과 원칙'이라는 이상론에 집착하다 정치의 근간인 소통과 협력을 소홀히 해 자칫 손님(국민)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경고다.
엄 소장도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가 말해온 공정과 상식, 원칙이 무너진 측면이 있다"면서 "그것들이 복원되려면 굉장히 입체적이고 복잡한 면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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