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능과 독선 사이”
윤석열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25일 정부 출범 이후 첫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대통령 스스로 덫에 걸렸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과 적대적 관계를 쌓아왔다. 야당을 향해 '이XX', '주사파, 반국가, 반헌법’ 등 거의 망언에 가까운 발언을 했다. 급기야 국감 시기에 피감기관인 검찰이 야당 당사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시도해 버렸다. 이미 이재명 대표의 한 측근은 신뢰할 수 없는 자의 진술만으로 구속되었고, 문재인 정부의 장관급 인사도 구속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칼 끝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야당이 바보가 아닌 이상 국회 본회의장에서 앉아 대통령 시정연설을 들을 수 있을까? 누가봐도 불가능하다. 이미 야당은 ‘대통령의 사과와 특검 수용’을 요구하며, 시정연설 보이콧을 예정하고 있다. 모든 공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윤석열 대통령 시정연설 못하면 “무능”, 한다면 “독선”...갈 길이 안보여
누구도 예측을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 조차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한 채 여당에 공을 던져 놓은 상황이다. 경우의 수는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다. 첫째는 시정연설을 연기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여당 단독으로 시정연설을 강행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는 무능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내년 예산에 대한 대통령 시정연설은 단순히 예산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새해 윤석열정부의 정책기조를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설명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런데 취임 첫 시정연설도 못하게 된다면 윤대통령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맞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도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작은 야당도 아니고 169석의 거대야당이 빠진 상황에서 국민의힘만으로 시정연설을 하는 것은 그 본래의 취지도 살릴 수 없다. 만약 윤대통령이 텅빈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강행한다면 이 또한 국민 앞에 부끄러운 장면으로 역사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 사과는 필수이고, 특검을 논의하는 조건으로 시정연설 반드시 해야
비속어 논란을 비롯해 윤대통령이 그동안 야당에 보였던 언행을 볼 때 사과는 필수적으로 보인다. 이도 하지 않고 국회 시정연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독선과 오만이다. 대통령 리더십의 핵심은 국민통합이며, 그래서 야당과의 협치는 필수적이다. 다음으로 특검인데 대통령이 여당에 넘겨 야당과 논의를 시작하는 것으로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지금과 같은 대결정치를 끝 낼 수 있다.
대통령이 새해 예산과 정책기조에 대해 설명하고, 여야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두고 머리를 맞대는 민생정치로 전환해야 한다. 언제까지 '수사와 투쟁'으로 세월을 보낼 것인가?
이번이 파국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이번을 놓치면 대한민국 정치가 무한투쟁의 무덤으로 빠질까 너무 두렵다. 이제는 국민을 위한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
저작권자 © 강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채영 기자 young@nate.com
출처 강릉뉴스 http://www.gangneu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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