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의 책임자는 ‘국민’이 아니다.
이태원 참사를 보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책무는 국가에 있고, 그 최고 책임자는 대통령이다. 정부는 국무총리와 행정안전부장관이며, 지방정부는 서울특별시장과 용산구청장이다. 이것이 대한민국 재난안전법이 규정하는 정신이며, 책무와 역할이다.
천재지변도 아니고 한 두명도 아니고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한 눈에 보아도 국가의 잘못이다. 그 군중에게 질서를 명령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은 국가 뿐이다. 국민이 그 권한을 위임했기 때문이다. 재난안전법을 보면 우선 용산구청과 서울시가 중심이 되어야 했고, 정부가 나서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결론은 국가가 책무를 방기한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점점 그 책임이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이 대규모 수사조직을 만들고, 현장과 영상을 분석하고, 그 과정에 나오는 뉴스가 기가 막힌다. 밀집된 군중과 아비규환 속에서, 그 안은 이성이 지배했던 곳이 아니다. 누구나 한번도 겪지 못한 인파 속에 사투를 벌여야 했던 참혹한 공간이다. 그런데 그 안에서 책임자를 찾으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국가의 책무를 방기하고, 그 책임을 애꿎은 국민에게 돌리려는 얄팍한 의도라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이런 식으로 이 상황을 모면하려 한다면 국가는 한번 더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정말 용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의심을 하게되는 이유가 또 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난지 3일이 지났는데, 국가가 진정성있게 사과하고 반성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꺼낸 일성은 ‘주최자 없는 행사’라는 표현이다. 다시 말해 윤석열 정부의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이다. 왜냐하면 이태원 행사는 주최자가 없었기 때문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하고 있다. 대통령이 이런 인식을 하고 있으니 이 정부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은 “경찰력 증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라는 망언을 내 놓았다. 안전 주무장관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다니 한마디로 어처구니 없다. 이후 많은 질책에도 의견을 굽히지 않다가 마지못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런 장관을 질책하긴 커녕 비호하는 발언을 내놓았다. 박희용 용산구청장은 “구청이 할 일은 다했다”라는 황망한 발언까지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특별한 입장없이 눈치만 보고 있다. 정말 이런 사람들이 국가를 책임지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니 개탄스럽기 짝이 없다.
꼭 기억해야 한다. 이들이 책임자이다. 그 군중 속에서 자신들을 대신할 희생양을 찾고 있다면 큰 오산이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헙법도, 재난안전법도 국민을 재해로부터 보호할 책무가 국가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있다. 몇몇 이상한 언어로 면피하려는 행위는 용납되어선 안된다. 죄를 지는 사람보다 그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지 않은 것이 더 큰 죄인이다. 윤석열, 한덕수, 이상민, 오세훈, 박희영은 더 이상 그 입을 봉하고 석고대죄하길 바란다. 스스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하고, 자신의 위치에 맞게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한다.
홍준일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저작권자 © 강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채영 기자 young@nate.com
출처 강릉뉴스 http://www.gangneung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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