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홍준일 논객

[홍준일 정국분석] '이재명 사퇴론'의 본질과 해법은?

세널이 2023. 3. 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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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혼돈에 휩싸여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지난 국회체포동의안 부결 과정에서 벌이진 이탈표가 상당한 충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이 논란을 단순히 '이재명 지키기'와 '배신'이란 양극단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우선, 민주당 구성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인식은 무엇일까?

첫째, 윤석열 정권은 야당을 정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검찰독재로 야당을 궤멸시키려 한다는 인식이다. 둘째, 이 과정에서 야당의 대표이며, 정치적으로 가장 부담이 되는 이재명 대표를 정적으로 규정하고, 윤석열 정권은 제거해야 할 제1호 정적으로 삼고 있다는 인식이다. 셋째, 이재명에 대한 정적 제거는 그 과정에서 야당을 위축시키고, 국민 여론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정권은 실정으로 인한 정권 불안전성을 이를 통해 상쇄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도 자신과 의견이 다른 파트너들을 정적으로 몰아 제거했다. 집권 이후 이준석을 비롯하여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등이 좋은 사례이다. 결론적으로 윤석열 정권은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보다는 자신과 의견이 다르면 정적으로 몰아 제거하는 전제주의에 가까운 정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해법은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민주당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해법은 무엇인가? 

대체적으로 크게 세가지 입장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당 주류 그룹의 입장으로 이재명 대표로 단일대오를 구성하고, 윤석열 검찰독재에 맞서는 정면돌파론이다. 둘째,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방탄 논란'이 민주당을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으니, 방탄을 벗고 법원에 출석하거나 당과 대표를 분리하자는 우회론이다. 셋째, 이미 이재명 대표로 2024년 총선을 치루기 어렵다는 인식으로, 비대위 등 새로운 리더십으로 당의 변화를 주어야 하는다는 기회론이다.

정면돌파론, 우회론, 기회론 모두가 민주당이 2024년 총선을 준비하는 큰 전략 차원에서 상당한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이 윤석열 검사독재에 맞서 내년 총선까지 커다란 전략을 세우고, 전술을 운용함에 있어 각각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일까?

우선 정면돌파론은 상황인식이나 전술 운용이 매우 간단하다는 강점이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을 막아내면서 내년 총선을 승리로 만들자는 인식이다. 하지만 정면돌파론의 가장 큰 약점은 국민여론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국민은 피로감을 느끼며, 국민 여론 역시 악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변수가 등장할 경우 총선에 막대한 영향을 주며 민주당의 패배를 불어 올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내포하고 있다.

우회론의 입장은 윤석열 검찰독재가 이재명 대표에 대해 더 노골적으로 공격해 올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다. 지루한 방탄 논란과 검찰 수사는 민주당에 대한 국민 여론을 악화시키며, 민주당의 대응을 난처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이 상황을 우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재명 대표가 법원에 출석하거나, 이재명 대표와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인식이다. 이 방안은 매우 현실적 전술운용이란 강점이 있지만, 민주당이 주도적으로 전술 운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에 민주당의 운명을 맡겨 버리는 허무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윤석열 정권이 보여준 야당에 대한 인식이나 이재명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공격을 볼 때 매우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또한 이재명 대표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을 경우 속수무책이란 점이다.

기회론의 입장은 사실상 이재명 대표로는 내년 총선을 치룰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비대위를 포함하여 신속하게 당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총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이재명 대표가 스스로 자신의 거취를 표명해 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 입장도 매우 명쾌한 전술 운용이란 강점이 있으며, 민주당의 근본적인 위기가 이재명 대표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 입장의 가장 큰 약점은 비대위를 포함하여 새로운 리더십이 가능한가에 대한 물음에 자신있는 대답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객관적인 평가는 이재명 리더십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자칫 당의 리더십 부재로 더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또한 당원이 압도적으로 지지하여 선출된 당 대표를 특정할 수 없는 이유로 혹은 윤석열 검찰독재의 공격으로 거취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정당 민주주의에서 용납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기회론의 근본적인 문제는 민주당이 새로운 기회를 만들 것인지, 더 혼란의 상황을 치닫을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이와 같은 다양한 인식이 민주당 구성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윤석열 검찰독재에 맞서야 한다는 공통된 상황인식은 변함이 없다. 지금은 이에 대해 가장 효과적인 대응방안을 숙고하는 중이다. 따라서 윤석열 정권이 의도하는 대로 내부분열을 만드는 것은 가장 치명적인 실수이며, 지금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과정에서 당 내부의 소통과 합의를 통해 민주당의 선택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총선까지 민주당은 계속 흔들릴 것이다.

세가지 입장 모두 쉬운 선택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선택이 국민과 민주당에겐 중요한 정치적 기로에 놓여있다. 좀 더 폭 넓은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민주당 내부에 논의를 더 활발하게 만들고, 국민과 당원 앞에 그 과정과 문제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민주적 토론과 절차를 통해 민주당이 선택을 한다면 그것이 문제해결의 시작이 될 것이다.

 

홍준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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