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홍준일 논객

[홍준일의 펀치펀치] 5者 회담 득실

세상을 널리 이롭게하라 2015. 10. 2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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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모두 국민에게 ‘반성문’ 제출해야
- 국민의 삶을 위한 상생정치가 절실






요란했던 5자회동이 무의로 끝났다. 별도의 합의문도 없었다. 향후 연말정국이 얼마나 경색될지 예상할 수 있는 지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무의미한 회동을 했을까?

박근혜대통령은 미국 순방 전에 ‘역사교과서 국정화’란 의제를 정치권에 던지고 나갔다. 사실 당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간에 차기 총선공천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점이다. 그런데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제가 나온 뒤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혼연일체가 되어 있다. 얼마 전만 해도 공천 문제로 대립하던 갈등은 어디 론가 사라졌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총선 전에 여권 세력을 하나로 규합시키는 데 성공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박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층의 결집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2일 오후 서울역광장에서 고엽제전우회, 애국단체총연합회 회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좌편향 역사교과서 바로잡기 국민대회’에서 “박근혜 대통령만큼 밤낮을 자지 않고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서 노심초사하는 대통령을 본 적이 있느냐”며 박근혜대통령 치켜세우기에 여념없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21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과 가까운 게 당연한 일”이라며 자신을 ‘신박(新朴·신 박근혜계)’으로 불러도 개의치 않겠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 자중지란 중에 빠졌던 여권이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성공을 걷었다. 김무성 대표의 입장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동거하며 총선승리의 과실을 나눌 공산이 커졌다.

결국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대표는 이번 5자회동을 통해 여권의 단결을 만천하에 알리고, 총선승리를 위한 행군에 들어간 것이다. 사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누가 보아도 국민을 둘로 나누는 이념정쟁의 소지가 다분한 의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그 어떠한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에는 다분히 정략적 의도가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정치권보다는 역사학계가 중심이 되어 진정 ‘올바른 역사교육’에 대한 논의가 전제되었어야 했다. 지금처럼 정치권이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것은 아주 낡은 정치행태이며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여권진영은 총선을 눈 앞에 두고 완전히 전열을 가다듬었다.

문재인 대표는 5자회동에서 얻은 것이 하나도 없다. 또 다시 무능한 야당이란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표는 왜 5자회동에 임했을까? 첫째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저지투쟁에서 야권의 대표주자로 우뚝 서고 싶었다. 그래서 문재인은 그동안 소원했던 정의당 대표 심상정과 무소속 천정배의원과의 3자회동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야권진영의 대표선수로 서고 싶었다.

둘째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척점에 섬으로써 명실상부한 야권의 1인자 자리를 구축하고 싶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3자 회동을 제안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표도 5자회동 직전 당내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다. 새정치연합은 혁신위가 활동을 끝내자 혁신위의 활동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국회의원 79명이 혁신위 결정을 뒤엎는 연판장에 사인을 했다. 당헌당규 상 의원총회 소집의 요건이 갖추어진 것이다. 마치 그동안 잠시 소강상태에 있었던 당내 분열상황이 혁신위 활동이 종료되며 기다렸다는 듯이 쏟아져나온 것이다.

따라서, 문재인대표는 5자회동을 통해 당내 분열상황을 조정할 시간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5자회동이 너무나 어이없이 끝나면서 자칫 정치적으로 무능하다는 공격꺼리만 만들어 버렸다. 5자 회동 이후 문재인 대표는 ‘거리정치’와 ‘당내 분열’이란 두가지 덫에 걸리면서 또 다시 리더십 문제가 불거질 공산이 커진 것이다.

이제 여권은 총선체제로 급전환할 것이다. 더 이상의 논쟁이 필요없다. 여권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고 지지층을 결집시킬 것이다. 또한 청와대, 정부, 여당이 삼위일체가 되어 경제활성화와 민생을 위한 쾌속정에 올라탈 것이다. 여권은 국민을 삶을 챙기는 민생진영으로, 야권은 민생을 외면하는 ‘거리정당’으로 몰아갈 것이 뻔하다.

따라서, 야권 역시 냉철한 자세가 필요하다. 무조건적인 거리투쟁과 분열로는 여권의 정치공세를 이길 수 없다. 결국 현대 정치는 국민이 바라는 정치, 국민의 마음을 얻은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던진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매몰되어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도 없으며 총선에서도 결코 승리할 수 없다. 따라서, 야권진영도 ‘거리투쟁’보다는 국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정치, 경제활성화와 경제정의를 위한 야권의 비전과 정책을 보여줘야 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연계하며 무조건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정치는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을 것이 뻔하다.

결국, 문제는 경제이고, 국민의 삶이다. 여야 모두가 자신의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정략정치나 정쟁정치로는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도 결국에는 자신의 정치적 이익보다는 국민과 민생을 향한 정치 앞에 타협했다. 그래서 우선 자신의 전열을 정비하고 경제비전과 정책을 중심으로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문재인대표와 새정치연합도 자신의 진영논리에 갇히지 말고 야당의 경제비전과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여야가 서로 이렇게 경쟁해야 국민도 아름다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이다. 5자회동 이후 연말정국이 경색될 것이란 언론 예측이 많다. 그러나, 누가 정쟁의 유혹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와 국민의 삶과 민생의 길을 가는가가 이번 총선 승리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너무나 쉬운 결론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야는 이 쉬운 진리를 번번히 어겼다. 왜냐하면 정쟁정치가 국민의 표를 얻는 데 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대한민국의 민도가 그것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다른 무엇보다 대화와 타협에 의한 상생정치가 자리잡아야 한다. 그 요란했던 5자회동이 아무런 성과없이 끝났다. 회동 이후 모두가 하나 같이 절벽을 느꼈다며 하소연한다. 싸울 것은 싸워야 하지만 합의할 것은 합의하는 것이 정치의 미덕이다. 여야 모두 국민에게 반성문을 써야한다. 내가 옳았다는 넋두리는 국민을 향한 모독이다. 5자회동 이후 정국경색이 아니라 새로운 대화와 타협이 있기를 기대한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 일반대 학원 정치학 석사
조원C&I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국회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 연구위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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