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대표의 사퇴와 김종인 체제의 등장
당을 살려내고, 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문재인 대표가 지난 19일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해 2월 8일 당 대표에 당선되었으니 임기 절반도 못 채우고 내려 온 것이다. 그는 당 대표가 되는 순간부터 끊임없이 비주류의 공격에 시달렸고, 특히 4월 재보선 참패 이후에는 러더십이 급격히 무너지며 대선후보 지위조차 흔들린게 사실이다.
어쩌면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문재인이 당대표에 출마할 때 이미 당 내부에는 ‘대표 불출마론’이 확산되어 있었다. 첫째, 그의 출마가 당을 ‘친노와 비노’로 분열시키고, 둘째 당권과 대권이 독점되어 그 분열을 증폭시킬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래서 대안으로 문재인, 박지원, 정세균 등이 2선 후퇴하고 세대교체형, 통합형 지도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 되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당대표에 출마했고 결국 당은 분열과 분당 사태로 나아갔다.
결국, 문재인은 지난 19일 ‘당을 살려내고, 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해’ 대표를 사퇴하며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과연 그의 선택이 당을 살려내고, 통합의 물꼬를 트는 반전의 계기가 될 수 있을까? 아직은 모든 것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는 사퇴 의사를 밝히며 완전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김종인 체제가 그 책임과 권한을 이양 받고 있다. 이미 선대위원장은 수락했고 금주에는 지도부의 책임과 권한 모두를 이양 받는 비대위원장도 맡을 예정이다. 한마디로 20대 총선에서 김종인이 전권을 쥔 지도부가 되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제1야당의 운명이 당 외부 인사에게 넘어 갔다.
더민주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위급한 환자처럼 김종인이란 극약처방을 받아 들였다. 만약 문재인 대표가 더 버티었다면 호남 민심과 분당 사태는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그 만큼 다급했고 위기였다. 한 때 문재인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는 호남에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도 추격 당했다. 안철수의원 탈당 후에는 탈당 의원 숫자가 80명에 육박한다는 정보도 돌아다녔다. 결국 더민주의 입장에선 김종인 카드가 피할 수 없는 선택이 된 것이다.
다행히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고 김종인 카드가 발표되면서 탈당 분위기는 잦아 들며 안정되었다. 김종인 카드의 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문재인 대표가 결단을 내린 것이 결정적이었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는 탈당과 분당 사태를 진정시켰고, 반전의 계기를 만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며 말했던 ‘당을 살려내고, 통합의 물꼬를 트는’ 과제는 미완으로 남아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문재인 대표의 구원투수로서 당을 살려낼 수 있을까?
더민주의 입장에서 지금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미 탈당과 분당, 야권 분열로 국민의 신뢰가 바닥에 도달했다. 두 번의 집권 실패와 빈번한 선거 패배에도 야당은 국민이 변화하고 혁신하라는 명령에 응답하지 못했다. 여야를 넘어 가장 먼저 19대 국회를 반성하고 변화하려는 몸부림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반복되는 말이 아니라 행동과 실천이다. 총선은 대한민국 의회권력을 바꾸는 것이다. 여기서 변화의 몸부림이란 결국 새로운 인물의 등장이다. 아무리 좋은 공천 제도를 만들어도 그 결과가 새롭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더민주가 그 변화의 경쟁에서 앞서야 한다. 국민이 깜짝 놀랄정도의 변화 없이 신뢰를 찾아올 수 없다.
두 번째는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국민에게 꼭 필요한 민생 대안을 제시하여 국민이 선택할 수 있게 해야한다. 가장 좋은 사례가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과 같은 정책이다. 국민이 가장 고통 받고 힘들어 하는 문제를 찾아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이며, 국민이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민생 대안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정치권이 민생 얘기하며 빠지지 않는 것이 가계부채 문제다. 국민은 가계부채가 얼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 문제가 근본적으로 직접적으로 어떻게 해결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박근혜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대안을 제시하여 국민이 선택하면 삶이 바뀔수 있다는 믿음을 주어야 하다. 김종인 위원장은 특히 경제 문제에 전문가이니 특히 강점이 될 수 있다. 경제정의, 불평등의 문제에서 더 민주가 앞서 나가길 기대한다.
세 번째는 소득, 이념, 세대, 지역 등으로 점점 분열되고 있는 한국 사회를 통합해야 한다. 상생과 공존의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나아가 양극화 해소와 동반성장과 같이 국가의 미래비전과 가치를 실천하는 대안정당, 수권정당의 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이제는 국민도 투쟁하는 야당보다는 대안을 보여주는 야당을 요구하고 있다. 야당의 문화와 체질을 완전히 바꾸어야 한다. 낡은 이념과 노선에 볼모가 되어 항상 두개의 진영으로 나누어 싸우는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로 경쟁하는 대안정치를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변화된 야당의 모습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통합의 물꼬를 틀 수 있을까?
김종인 체제의 최대 위기이며, 기회가 되는 것이 ‘통합’이다. 문재인 대표는 자신이 물러서는 두 번째 이유로 통합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자신 때문에 생긴 탈당과 분당 사태를 다시 회복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사퇴의 변에도 천정배와 정의당을 언급하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역설했다. 사실상 총선 과정에서 야권이 분열되면 그 어떠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패배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김종인 체제에서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전권을 쥐고 야권통합을 추진할 ‘야권통합위원장’이다. 비대위원장이 직접 맡을 수도 있겠지만 야권 전반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전략적 협상에 능수능란하며, 정무적 능력을 갖춘 인사가 필요하다. 그에게 협상의 전권을 주어 초반부터 야권통합과 협력을 위한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 이것은 더민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야권 전체의 운명이 걸린 문제다.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통합’이지만 3자구도에서도 잘 협력하고 연대하면 그 못지 않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그만큼 야권통합의 과제는 김종인 체제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문재인의 결단이 빛을 보기 위해선 김종인 체제가 당을 살리고, 통합의 물꼬를 열어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이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16명의 선대위원을 잘 이끌어 위기의 더민주를 구하길 기대한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원C&I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국회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 연구위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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