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의 정치가 필요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감동이 없다. ‘자유, 인권, 공정, 연대’를 비롯한 몇몇 상투적인 단어를 제외하면 속빈 강정이다.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한 상황 인식도 없고, 그 해법도 보이지 않는다.
새 대통령의 취임사는 향후 국정운영을 내다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취임사는 비전과 정책은 물론이고 현실에 대한 구체성도 없다. 오로지 ‘반지성주의’와 같은 관념적이고 상투적인 단어가 반복되었다.
보다 냉정해져야 한다.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준비되지 못한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국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혼돈 속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박근혜 국정농단을 수사하고, 문재인정부 검찰총장으로, 국민의힘에 급조된 대선후보로 순식 간에 대통령이 되었다. 솔직히 말해 그는 대통령으로서 정치적 능력은 물론이고 자질과 리더십에 대한 검증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오늘의 취임사는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당선 이후 그의 행보에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대통령실 이전과 내각 인사는 지지층조차 이탈하고 있다. 또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적 리더십도 그 한계를 보였다. 국민의힘은 당론을 뒤엎고 우왕좌왕했고, 더불어민주당과는 그 어떠한 정치 협상이나 협치도 보여주질 못했다. 이와같은 상황이 반복된다면 미래가 없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국정운영의 비전과 정책을 내놓고, 국정운영을 주도하는 역할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은 청와대와 정부를 통솔하고, 국회를 둘러싼 여야와 협력하며, 언론과 시민사회를 비롯해 국민과 밀접하게 소통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 취임사를 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몇몇 측근에게 고립되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오늘과 같은 무미건조한 취임사는 나올 수 없다.
왜냐하면 국내외 정세가 매우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첫째, 세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신냉전체제와 더불어 경제 위기가 닥쳐오고, 둘째, 국내적으론 북핵 위기를 비롯해 러시아, 중국, 일본과도 이해가 충돌하고 있으며, 셋째, 코로나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민 삶은 고물가와 대출이자 걱정으로 하루 하루가 어려운 형편이다. 한마디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그런데 오늘의 취임사에는 이런 심각성이 엿보이지 않는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찢겨진 국론분열을 치유하고, 여야 간에 격화된 대립을 해소하며, 언론과 국민의 목소리에도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까지 그 어떤 대통령에게도 보지 못한 국정운영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총체적 난국을 돌파하기 어렵다. 그만큼 골이 깊기 때문이다. 오늘의 취임사는 국민과 고립된 독백과 같았다. 벌써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측근정치의 그림자가 보인다. 그 어느 때보다 정파정치를 넘어 대통합의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지금의 위기를 뛰어넘는 최고의 힘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강릉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채영 기자 you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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