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올해 들어 17차례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다. 또한 7차 핵실험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윤석열정부는 강력한 ‘확장 억제’를 수단으로 북한의 의도를 무력화 하겠다고 공언 중이다. 하지만 북한은 다양한 전략무기를 운용하며 우리의 ‘확장 억제’의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다양한 사거리와 종류의 미사일 그리고 북핵은 한국, 미국, 일본 모두를 겨냥하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이 깔려있다. 설상가상 러시아와 중국도 지난 24일 우리의 카디즈(KADIZ·한국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대립하고, 중국과는 대만, 쿼드(Quad),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로 충돌 중이다. 서방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북아는 북핵을 둘러싸고 급격하게 신냉전 체제로 빠져들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한국, 미국, 일본과 러시아, 중국, 북한이라는 전통적인 대립관계가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전쟁은 소리없이 우리를 엄습하고, 그 결과는 참혹하다. 대한민국은 72년 전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을 경험했다. 그 잿더미 속에서 대한민국은 어렵사리 전후복구와 경제건설에 성공했고 지금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성장했다. 다시는 그 비극을 반복해선 안된다. 누구나 알고있는 진리이다. 해방 이후 만들어진 분단도 미․소의 냉전 속에 만들어졌고, 결국은 동족 간에 총부리를 겨누는 지옥을 만들었다. 전쟁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찾아와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아 간다. 그래서 지금의 신냉전을 경계해야 한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지켜야 할 확고부동한 두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북한은 우리에게 어떠한 존재인가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다. 다른 하나는 우리의 헌법정신이다. 이 두가지 원칙이 대전제가 되어야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첫째, 북한은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적대적인 존재인 동시에 한반도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대화해야 할 한민족이며 운명공동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러한 이율배반적인 긴장관계를 한순간도 놓쳐선 안된다. 6.25 이후 남북의 정전체제는 상호충돌과 평화를 위한 노력이 공존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수 많은 충돌도 있었지만 정전체제를 깨지 않고 평화체제를 위한 노력은 가장 성공적이라 평가해야 한다. 정전체제를 넘어 확고한 평화체제로 넘어가기 위한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3번의 남북정상회담은 많은 선언과 약속을 남겼지만 미완성이다. 반드시 넘어야 한다. 절대 깨뜨려선 안된다. 그것이 모두의 비극을 막는 유일한 길이다.
둘째, 대한민국의 헌법정신 ‘평화통일’을 확고히 해야 한다. 우리 헌법에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고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여 이를 추진한다’(4조),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66조)라고 명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은 평화통일이며, 이를 위해 모든 노력은 복무해야 한다.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감정적으로 격양되거나, 혼돈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평화통일이라는 대전제를 헌법정신에 공유하고 있다. 그동안 독재정권이 수 십년 동안 정권유지를 위해 ‘반공’이나 ‘멸공’을 활용했던 구시대적 사고는 청산되어야 한다. 지금도 이에는 이, 눈에는 눈과 같은 단순한 논리를 펼치는 주장이 있는데, 이러한 논리는 언제나 남과 북에 동시에 있을 순 있다. 하지만 그것이 지배하는 순간 제2의 6.25 혹은 더 참혹한 민족상잔의 비극을 낳을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정신이 명확히 ‘평화통일’에 있고, 모든 노력은 ‘평화통일’을 전제할 때 그 의미가 있다.
윤석열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이전 정부의 노력을 쉽게 뒤집거나 반대로 질주하는 것이 모두 해답만은 아니다. 특히, 외교안보를 포함한 남북관계는 보다 냉정할 필요가 있다. 한 국가의 외교안보가 지속성이 없이 순간적으로 바뀌는 것은 외부적으론 ‘경솔함’과 ‘불신’을 낳게되며, 내부적으론 ‘분열’과 ‘대립'만을 낳게 된다. 새로운 미래는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할 때 가능하다. 다시 한번 간곡하게 요청한다. 순간의 선택이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 있어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대화와 평화’의 원칙이다. ‘대화와 평화’라는 대전제가 있을 때 그 누구와도 승리할 수 있다. 이것이 부정되는 순간 다른 모든 전략과 전술은 공멸의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홍준일 대진대학교 통일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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