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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선 79.4%의 투표율...고령화와 20대의 침묵 본문

세널리 정치/정국분석

제21대 대선 79.4%의 투표율...고령화와 20대의 침묵

세널리 2025. 12. 1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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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대 대통령선거 최종 투표율은 79.4%였다. 제20대 대선(77.1%)보다 2.3%포인트나 오른 수치이고, 제18대 이후 이어지는 대선 투표율 반등의 추세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겉으로만 보면 “한국 민주주의의 참여열기는 여전히 뜨겁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간한 투표율 분석 보고서를 조금만 들춰보면, 이 높은 투표율 뒤에 어떤 세대가, 어떤 지역이, 어떤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떠받치고 있는지가 훨씬 복잡한 얼굴로 드러난다.

 

이 글은 해당 보고서의 주요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21대 대선 투표율 구조를 다시 읽어보려는 시도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대선에서 확인된 것은 “전 국민적 참여의 확대”라기보다 “고령화된 유권자 구조 위에서 중·노년층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에 가깝다. 동시에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 방식의 갈라진 선호, 지역별 상반된 투표문화, 해외 유권자의 높은 참여율은 향후 선거제도와 정치 전략을 둘러싼 중요한 과제를 제기한다.

 

1. 인구 86.7%가 유권자… 고령화된 선거인단의 구조

 

먼저 선거인 구성부터 보자. 제21대 대선 확정 선거인 수는 4,439만 1,871명으로, 전체 인구(5,117만 5,222명)의 86.7%에 이른다. 제20대 대선·제22대 총선 때보다 각각 19만여 명, 11만여 명이 증가한 수치다. 유권자 기준에서 보면 한국 사회는 사실상 ‘보통선거의 포화 상태’에 근접해 가고 있다.

 

그러나 연령별 구성비를 보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50대가 19.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이어 60대(17.7%), 40대(17.2%), 30대(15.0%), 20대(13.1%), 70대(9.8%), 80세 이상(5.6%) 순이다. 18·19세는 각각 1% 수준에 머무른다. 2014년과 비교하면 40대 이하 선거인 비율의 합은 58.4%에서 47.3%로 크게 줄어든 반면, 50대 이상은 41.6%에서 52.7%로 대폭 늘었다. 유권자 풀 자체가 고령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투표율이 같은 80%라 하더라도, 80%를 채우는 사람들의 연령 구조에 따라 ‘대표되는 이해관계’는 달라진다. 중산층·노년층의 비중이 커지는 선거인단은 복지, 연금, 세제, 부동산 정책의 방향에 강한 압력을 행사한다. 이번 대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든, 모든 정당과 후보가 중·노년층의 표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2. 참여는 60·70대가, 이탈은 20·30대가… ‘세대 불균형 민주주의’

 

실제 투표율을 보면 이런 구조는 더 극명해진다. 표본조사 기준 전체 투표율은 79.5%인데, 남성 78.6%, 여성 80.3%로 여성의 참여가 소폭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70대 87.8%, 60대 87.3%로 압도적인 상위권이다. 반면 20대는 74.5%, 30대는 75.0%로 평균보다 한참 낮다. 특히 20대 후반 남성의 투표율은 69.4%로 전 연령·성별 집단 중 최하위다.

 

요약하면, 선거인 비중이 높은 50·60·70대가 투표 참여에서도 ‘과대표’되고, 인구 비중이 줄어드는 20·30대는 투표 참여에서도 ‘과소대표’되는 구조다. 정치사회학적으로 보면 이는 단순한 “세대별 무관심 차이”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대표성 자체를 뒤틀 수 있는 변수다.

 

제20대 대선과 비교하면, 6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투표율이 올랐고, 특히 18세는 5.6%포인트나 상승했다. 선거권을 막 얻은 최연소 유권자들이 의외로 높은 정치 참여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신규 참여층’의 에너지가 20대 전체의 낮은 투표율을 구조적으로 뒤집을 만큼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다.

 

정당과 후보 입장에서 보면, 18세와 60·70대는 가장 적극적인 유권자층, 20·30대는 ‘투표 여부부터 설득해야 하는 집단’으로 나뉜다. 정책 경쟁과 메시지 전략이 청년세대의 구조적 불이익과 미래 불안을 얼마나 정면에서 다루느냐에 따라, 이 세대의 장기적인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3.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 갈라진 세대와 지역의 선택

 

이번 대선의 또 다른 특징은 투표 방식별 편차다. 전체 투표율 79.4% 가운데 사전투표율은 34.7%였고, 전체 투표자 중 사전투표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43.8%였다. 제20대 대선과 비교하면 전체 투표율은 2.3%포인트 올랐지만, 사전투표율은 2.2%포인트 떨어졌다. 그만큼 선거일 투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것이다.

 

성별로 보면 사전투표는 남성(36.2%)이 여성(33.3%)보다 2.9%포인트 높고, 선거일 투표는 여성(46.1%)이 남성(41.3%)보다 4.8%포인트 높다. 같은 30대라 해도 남성은 “사전투표 선호”, 여성은 “선거일 투표 선호”라는 식으로 투표문화가 엇갈려 있을 가능성이 높다.

 

연령대별로는 60대(40.0%)와 50대(39.6%)가 사전투표율 1·2위를 기록했고, 80세 이상(23.5%)이 가장 낮다. 세부적으로는 60대 남성의 사전투표율이 43.4%로 최고인 반면, 18세 남성(22.9%)과 80세 이상 여성(20.7%)은 최저다. 역설적이지만, 신체적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60대가 ‘편의성·시간 효율성’을 이유로 사전투표를 적극 활용하고, 이동이 어려운 고령층에서는 여전히 선거일 투표 의존도가 높은 구조다.

 

이러한 투표 방식의 분화는 선거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사전투표율이 높은 연령·지역에서는 선거 막판 여론의 출렁임이 실제 결과에 반영될 여지가 줄어든다. 반대로 선거일 투표 의존도가 높은 집단은 마지막 일주일의 이슈, 특히 ‘막판 파괴력’을 가진 스캔들·네거티브 캠페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 정당과 후보들이 사전투표 기간과 선거일 직전, 서로 다른 메시지와 동원 전략을 사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 광주·전남·전북 vs 대구·경북… 두 개의 투표문화

 

지역별로 보면, 사전투표율과 선거일 투표율의 순위가 거의 ‘거울상’처럼 바뀌는 것도 눈에 띈다. 도 지역의 사전투표율(35.6%)이 8대 도시(33.7%)보다 다소 높았고, 시·도별로는 광주(52.1%), 전남(56.5%), 전북(53.0%)이 압도적 상위권이다. 반대로 대구(25.6%)와 경북(31.5%)은 사전투표율이 가장 낮은 지역이었다.

 

그런데 선거일 투표율(전체 선거인 기준)을 보면 판세가 뒤집힌다. 대구(54.0%)와 경북(46.2%)이 각 그룹에서 가장 높은 선거일 투표율을 기록한 반면, 광주(30.7%)와 전남(26.1%)은 최하위권이다. 사전투표율 1~3위인 전남·전북·광주가 선거일 투표율에서는 15~17위로 내려앉고, 선거일 투표율 1위인 대구는 사전투표율 17위를 기록한다. 보고서는 이를 “투표 방식 간 순위의 뚜렷한 역관계”로 정리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제도 선호를 넘어 ‘정치문화의 분기점’을 시사한다. 광주·전남·전북은 이미 일정 기간에 맞춰 사전투표로 조기 결집을 끝내는 문화가 강하다. 대구·경북은 전통적으로 “선거일 당일에 한 표를 행사한다”는 관성이 여전히 강하다. 결과적으로 양 지역 모두 전체 투표율은 높은 편이지만, 투표가 집중되는 시점과 방식이 다르고, 그에 따라 여론조사와 실제 결과의 괴리, 막판 이슈의 영향력, 조직동원의 패턴이 달라진다. 선거제도 측면에서 보면, 동일한 제도 아래에서도 지역별 정치사회적 맥락에 따라 제도가 활용되는 방식과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향후 선거관리와 여론조사·출구조사 설계에서도 이 ‘이중 구조’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5. 해외 유권자의 79.5%… ‘거리’가 참여를 막지 못했다

 

재외선거인(국외부재자·재외선거인 포함)은 총 25만 8,254명으로, 여성 비율(54.2%)이 남성(45.8%)보다 높다. 연령별로는 40대(26.5%)와 30대(21.5%)가 두드러지고, 국내 주소지 기준으로는 서울(30.7%)과 경기(28.3%) 출신이 약 60%를 차지한다.

 

주목할 점은 투표율이다. 재외선거인 등의 최종 투표율은 79.5%로, 국내 전체 선거인 투표율 79.4%보다 0.1%포인트 높다. 대륙별로는 아프리카(87.2%), 구주(85.2%), 중동(84.8%) 순으로 높고, 연령별로는 18세가 86.9%로 최고, 80세 이상은 32.1%로 최저다. 물리적 거리가 멀다고 해서 정치적 거리가 반드시 멀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해외 유권자의 높은 참여는 두 가지 함의를 지닌다. 첫째, 재외국민 선거제도가 초기 시행기의 혼선을 넘어 점차 안정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둘째, 이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미주·구주·아시아 등)에서 발생하는 국제정치·경제 환경이 한국 내 정치 선택에도 점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재외국민을 ‘외곽 변수’가 아니라, 글로벌 한국 사회의 일부로서 전략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6.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제도·정치·시민의 과제

 

제21대 대선 투표율 분석 보고서는 숫자와 그래프를 통해 몇 가지 명확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한국 민주주의의 참여 기반은 전체적으로 높지만, 세대 간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고령화된 선거인단에서 중·노년층의 높은 참여율은 곧바로 정책 어젠다와 재정 배분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청년층의 낮은 투표율이 계속된다면, “청년에게 불리한 정책”이 구조적으로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층의 무관심을 개인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이유다. 일자리·주거·부채·돌봄 등 청년의 삶을 둘러싼 구조적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치에 대한 불신은 투표함 앞에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둘째, 사전투표와 선거일 투표, 두 투표 방식의 선택이 세대·성별·지역별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은 선거제도 운영에 새로운 고민을 요구한다. 사전투표 기간의 정보 접근과 선거운동 규범, 여론조사의 반영 방식, 선거일 당일의 공휴일·근무제도 등 모든 요소가 특정 계층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는지 점검해야 한다. 특히 ‘면 지역만 사전투표를 더 선호한다’는 통계는 교통·근로환경 등 지역 불균형과 연결해 볼 여지가 크다.

 

셋째, 지역별 투표문화의 분화는 향후 정치 갈등의 공간적 지형과 직결된다. 광주·전남·전북과 대구·경북처럼 투표 방식과 시점에서부터 서로 다른 리듬을 가진 지역에서는, 같은 선거제도와 결과를 두고도 체감하는 정치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지역의 표는 이미 결집됐지만, 저쪽은 막판에 뒤집었다”는 인식은 선거 이후 정당 간 불신과 갈등의 언어로 쉽게 번진다. 선거관리와 정치권은 이 분화를 ‘공정성 논쟁’으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참여 확대와 제도 개선의 관점에서 다뤄야 한다.

 

넷째, 재외투표의 높은 참여율은 선거제도 논의에서 종종 간과되던 ‘글로벌 한국 시민’을 다시 조명하게 한다. 이들의 정치적 선택은 한국 내 여론과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국내외를 아우르는 생활세계의 일부다. 재외국민 보호·투표 편의 개선·정책 정보 제공 체계를 강화하는 것은 단지 “해외 동포에 대한 배려”를 넘어, 한국 민주주의의 외연을 넓히는 일이다.

 

이번 제21대 대선 투표율은 숫자만 보면 “성공적인 참여 선거”였다. 그러나 그 숫자를 세대·지역·방식별로 쪼개어 보면, 한국 민주주의는 여전히 ‘고령화된 선거인단, 불균형한 대표성, 분기된 투표문화’라는 구조적 고민과 마주해 있다. 정치권은 이 구조를 단기적인 승패 계산의 소재로만 활용할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과 사회 통합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청년층의 정치 참여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고, 사전·선거일 투표의 형평성을 점검하며, 지역·세대·해외를 아우르는 포용적 정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제21대 대선 투표율 분석이 던지는 진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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