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더민주 전당대회
더민주 전당대회가 ‘맥빠진 전당대회’ 혹은 ‘흥행 빨간불’이란 평가에 시달리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더민주의 당 대표 출마가 확실시되는 후보는 추미애 의원과 송영길 의원 단 두명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김부겸 의원을 포함하여 박영선 의원, 원혜영 의원, 김진표 의원, 신경민 의원 등이 언급되었지만 대부분 불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가 불확실해졌다. 그래서 더민주 전당대회가 컷오프도 없이 송영길과 추미애 의원 간의 양자대결로 치루어질 전망이다.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출마를 시사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여기에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과도한 ‘문바라기’ 경쟁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 의원 중 누구의 손을 들어주는가에 따라 승부가 결정된다는 얘기가 점점 더 확산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더민주의 8.27전당대회는 점점 더 세간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새누리당의 전당대회에 밀리고 있다.
2017년 대선을 위기로 만들 수 있다.
더민주의 입장에서 대선 직전 전당대회가 이렇게 맥없이 진행되는 것은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잠재적 대선후보들의 입장에서도 심각한 패착이다. 왜냐하면 대선을 1년 반 남겨둔 시점에서 각 정당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당과 지지 세력의 힘을 결집시키는 전당대회가 필요하다. 그래서 각 정당은 대선을 앞둔 전당대회에 총력을 쏟아 붓는다.
그래서 정당은 대선 직전 전당대회를 보통 '대선 전초전'이라 부른다. 현재 새누리당의 전당대회가 정상적이다. 새누리당은 8월 9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의 모든 세력이 권력의 향방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지금은 당이 깨어져라 싸우지만 이번 전당대회를 거치면서 2017년 대선을 향한 첫 발을 내딛는 것이다.
그런데 더민주는 이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이렇게 맥없이 만들어진 당 대표는 절대 2017년 대선을 충실히 준비할 수 없다. 더 나아가 정권교체를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 밑에 누워 감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같다.
더민주가 지금처럼 모든 논의와 과정을 생략하고 무책임하게 전당대회를 치룬다면 이후 반드시 곤란한 지경에 빠지게 될 것이다. 예를들어 새로 뽑힌 당 대표가 2017년 대선을 바라보는 전략적 판단도 명확하지 않고, 대선경선을 어떠한 방향과 방식으로 치룰지도 고민할 수 없다.
정상적인 전당대회라면 더민주의 8.27전당대회는 이상과 같은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하게 논쟁하고 격돌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각각의 대선후보 역시 당의 집권 방향과 방식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고 당원과 지지자를 향해 설득해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에서 선출된 당 대표만이 당의 힘을 하나로 결집시켜 2017년 대선을 준비하고 승리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왜 우리는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의심하는가?
지금 야권은 김부겸, 문재인, 박원순, 손학규, 안철수, 안희정 등이 대선후보를 둘러싸고 경쟁하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야권은 여권에 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다. 총선 결과는 국회를 여소야대로 만들어 주었고 대선후보군 역시 여권에 비해 야권이 훨씬 다양하다. 그렇지만 2017년 대선에서 야권승리를 확신하는 사람보다 의심하는 사람이 더 많다.
가장 첫 번째는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은 여권과 일대일 구도로 경쟁할 수 있는가? 예를들어 여권의 후보는 한명인데 야권의 후보는 2-3명으로 분열될 수 있다는 의심이 계속 생기고 있다.
두 번째 더민주는 대선후보들이 공정하고 치열하게 경쟁하여 야권의 세력과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대선후보 선출과정을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해 의심한다. 결론적으로 더민주는 또 다른 이탈없이 대선경선을 역동성있게 치룰수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세 번째 더민주와 국민의당의 대선후보는 각각 선출될 예정인데 총선처럼 각각 분열되어 대선을 치루어도 야권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지도 의심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모든 문제를 뒤로하고 당내 혹은 지지 세력의 논의와 동의 과정도 없이 송영길 의원과 추미애 의원 간의 ‘문바라기’경쟁으로 만들어진 당 대표가 이러한 복잡한 과정을 해결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더민주의 입장에서 지금의 전당대회는 형식적으론 치루어질 수 있다. 다만 대선을 1년 앞둔 전당대회로는 자격미달이다. 송영길과 추미애 의원 개인에 대한 평가가 아니다. 더민주 구성원과 야권의 모든 세력이 이번 전당대회를 치룰 준비가 안되어 있다. 더민주의 전당대회는 더민주만의 전당대회가 아니다. 만약 더민주가 지금 상태로 전당대회를 치룬다면 대선 준비 첫 걸음부터 패착이 될 것이다.
더민주 전당대회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당내 제 세력과 각 대선후보들은 이번 전당대회를 더 내실있게 준비해야 한다. 지금 더민주의 당내 세력과 대선후보는 당의 대선준비를 너무 무책임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총선 이후 김종인 체제를 바꾸자고 주장했던 당시의 결단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모두가 제3의 방관자가 되어있다.
더민주의 전당대회가 새롭게 시작되어야 한다. 보다 격렬하게 논의하고 책임있는 리더들은 나서야 한다. 제1당 더민주가 정권교체의 중심을 만들지 못하면 2017년 정권교체는 없다. 전당대회에서 중립을 지키는 것도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도 국민과 당원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에 우선하지 못한다.
더민주가 제1당으로서 국민과 당원의 정권교체 열망을 키우고 역동성을 만들어야 2017년 정권교체도 가능하다. 지금의 더민주 전당대회는 정권교체의 첫발을 내딛는 것이다. 시작이 반이란 말이 있다. 더민주의 전당대회가 성공할 수 있도록 다시금 신중한 결단을 호소한다.
일요서울 및 서울21 편집위원
정치여론연구소(조원C&I) 소장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더불어민주당 전략기획부본부장
경희대학교 신문방송학과(석사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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