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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 자란 강릉
나는 강릉에서 태어나 자랐다. 나는 세상의 중심이 강릉인 줄 알았고, 어린시절 강릉을 벗어나 본 기억이 없다.
『한여름 남대천 제방둑 비석에 칠성뱀장어를 올려놓고 깔깔대며 웃던 불알친구들..., 동명극장에서 중국무술영화를 보고 나와 남대천 제방둑에서 이소령을 흉내내며 쌈박질 하던...,가을이면 어김없이 회산으로 소풍을갔고..., 매일 밤 늦게까지 축구하다 어머니에게 회초리로 맞던 생각..., 단오장에서 야바위꾼 아저씨에게 걸려 몇푼 안되던 용돈을 털리던 장면, 처음 산 자전거를 타고 중학교 첫 등굣길을 달리던 모습, 단오제 농상전에서 강릉의 모든 시민이 모여 응원하고 피투성이 되도록 싸우던 농상고 형들의 모습, 오죽현에서 스케치북과 물감을 들고 강릉의 가을을 그리던 기억, 삼형제가 아카시아 나무를 들고 전쟁놀이에서 골목대장하던..., 여름이면 가족들과 경포바닷가에서 한나절 물놀이에 닭튀김과 복숭아를 먹던..., 박정희대통령 서거일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울던 모습...,겨울이면 경포호수 위에서 스케이트와 연을 날리면서 먹던 따뜻한 오뎅 궁물, 보름에는 망우리를 돌리며 다양한 오곡밥을 나누어 먹고..., 잠시 강릉을 벗어나려면 아흔 아홉구비의 대관령때문에 차멀미로 고생하고..., 유남규의 금메달로 탁구장에 몰려가고』
강릉은 나의 부모, 형제, 친구이며 삶이다. 내인생의 꿈과 미래의 기준을 설정해주고, 나를 지금까지 존재하게끔하는 인식의 기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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