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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③-2] 감자 꽃 필 무렵감자전, 추억에서 혜안을 얻다.

세널리 2017. 1. 5.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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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전, 추억에서 혜안을 얻다.


감자전은 종종 감자적, 혹은 감자부침으로도 불리곤 한다. 껍질을 벗긴 감자를 잘게 갈아 풋고추나 부추를 섞어 부친다. 신선한 식자재도 중요하지만 강판 등을 이용하여 으깨거나 문지르는 방법에 따라 식감이 판이하기 십상이다. 제철에 제맛이거나 제격이지만 집집마다 다양한 맛을 계절별에 따라 음미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혹은 그렇기에 어디로 갈지가 중요한 측면이 있다.




음식문화에는 언제나 개별적인 추억이 있기 마련이다. 감자전 부치는 집안 곳곳에는 초대받은 손님이건 불청객이건 그들만의 연회를 흥청망청 즐겼다. 예나 지금이나 그 음식 맛에는 재래시장의 시끌벅적한 활기가 있고 마을 부녀회 어머니들의 왕성한 입담이 있다. 어릴 적 어머니는 동료 부녀회원들과 함께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에게 감자전을 파셨다. 산이 낮아진 만큼 나이든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그 꼬마는 ‘서부시장’이나 구정면 부녀회가 운영하는 맛집 등에 도깨비처럼 출몰한다. 기본 틀에서 큰 변함이 없는 듯싶지만 감자전도 사랑처럼 대상이 바뀌면 맛도 분위기도 변하는 듯싶다.


무엇보다도 감자전에는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는 국수만큼이나 감자전을 즐기셨다. 당신이 살아생전 그처럼 간절하게 원하셨고 입에 올리신 감자전이었기에 필자는 그것을 보며 당신의 모습을 역연하게 떠올리곤 한다. 아버지는 당신과는 그다지 상관없는 지역 사회의 정치경제나 문화 등에 관심을 두셨고 그 일환에서 “감자전을 세상에 널리 알리면 그게 애향일수 있다”하셨다. 꿈이 이루어졌는지 모르지만 서울에 감자전이 등장했다. 하지만 ‘코리아타운’이나 세계 대도시에서 ‘범지구촌 위장’에 영향을 주기는 아직도 미흡하다. 서울의 그것도‘우리 맛’과 달랐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마시따니’라는 평가였다. 감자전 등의 향토 음식을 세상이 주목하는 것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이런 고심을 다 같이 공유했으면 좋겠다.


감자옹심이, 전통과 현대의 갈림길에 들다



감자전과 곁들여도 좋고 그 자체로도 충족한 것이 아마도 감자옹심이 아닐까! 감자옹심이는 감자를 갈아 둥글게 빚어서 장국에 넣고 끓인 ‘일종의 수제비’다. 여기서 장국이란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장시간 끓인 육수 자체를 말하기 쉽다. 옹심이 혹은 ‘옹시미’ 모두 ‘새알심’의 사투리다.. 새알심은 원래 팥죽이나 호박죽 등에 넣어 먹는 새알만한 덩어리를 말한다. 감자옹심이와 달리 새알심은 찹쌀이나 수수 가루로 만들어진다.


감자옹심이는 앙금을 건더기와 잘 배합하여 둥글게 빚은 것을 일컬으나 시간에 쫓기어 소외되어가는 현재 상황에서 ‘감자수제비’ 정도로 전락되고 있다. 수제비처럼 얇고 크게 떼어 넣으니 정성과 시간 투자 등이 아껴진 결과다.


감자옹심이는 육수가 끓을 때 넣는다. 그것이 익어 떠오르면 일종의 신호다. 즉, 호박, 표고버섯, 냉이 등을 썰어 넣어 함께 끓일 것을 알려준다. 취향에 따라 메밀국수나 칼국수를 첨가하기도 한다. 자칭 ‘옹심이 전수자’인 지인이 귀띔 해주기를, ‘감자 물을 적당하게 빼 주어야 아린 맛이 제거되고 빛깔이 좋아’진다 한다. 실제로 수분이 적어서 아린 맛이 덜하고 좀 더 바삭한 것이 강원도, 특히 강릉 감자의 특징일 수 있다.


강릉에서 감자옹심이의 묘미는 입맛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자옹심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각각의 맛에 헷갈리지 않는다. 마치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에 혼돈이 사라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착한 가격에 품평이 좋은 공간들 중 몇몇을 꼽는다면, 중앙동 주민자치센터 근방이나 오죽헌 일대의 신축된 한옥마을 근처에서 입소문 무성한 맛집을 발견할 수 있다. 정동진으로 여정을 계획한다면 심곡마을에서 소문난 맛집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감자, 특히 감자옹심이에는 또 다른 시작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설렘이 있다. 요리를 직접 할 때가 그렇고 맛을 음미할 때가 그렇다. 여행이나 운전에 지칠 때도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는데 적합할 듯싶다.. 일반화하기에는 분명 무리가 따르지만 감자가 ‘장생과 치유’에 좋은 음식임을 명심한다면 이해됨직하지 않을까!


감자, 추억을 먹다.


‘추억의 도시락’을 떠올리는데 적절한 반찬 문화 역시 감자를 배제하기란 그다지 쉽지 않다. 멸치볶음만큼이나 자주 등장했던 것이 감자조림이나 볶음 등이었다. 어머니들의 음식에 대한 안목이나 건강에 대한 혜안이 높았던 덕분일까? 감자의 영양학적 가치가 분명한 탓이다. 감자의 영양소 성분은 녹말 입자에 알알이 스며들어 있어 열에 견디는 힘이 남달리 강하다. 그런 연유로 감자는 다른 음식과 달리 익혀도 영양학적 가치의 손실이 적다. 비타민 C가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세계화된 입맛’에 등 떠밀린 탓인지 아니면 감자 조리법 탓인지 요즘에는 그런 음식을 접하기가 수월하지 않다. 서운하다 못해 씁쓸하기조차 하다.


감자, 정겨운 술안주 문화


막걸리와 감자전 궁합에서 느끼듯, 안주거리로도 손색없는 것이 감자다. 특히 여름날 오후 감자전에 막걸리를 즐기는 강릉 풍경은 ‘흉흉하거나 사나운 인심’과는 명확한 거리감을 제공하곤 한다. 감자에 너무 익숙했던 문화 탓에 감자를 주재료로 하는 음식으로 감자탕을 착각하기도 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코미디였다.


소회를 밝히며 정리하기로 한다. 아버지는 강릉의 감자 음식을 ‘이방인들’에게 소개하고 그들의 구미를 당길 수 있다면 강릉이 경제적으로 자립하는데 매우 유익할 것이라 말하셨다. 그런 아버지를 다시금 떠올리는 순간을 얻을 수 있어서 즐거운 작업이 감자 이야기였다.



최우영 기자  bg243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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