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일의 펀치펀치] ‘메르스’ 위협해도 정치권은 권력투쟁만

- ‘정쟁중단 선언’하고 국민생명부터 지켜야
- 청와대 -여야당-정부 모두 ‘따로국밥’ 

6월 4일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감염의심자와 격리자가 계속 늘어나 각각 600명과 1600명을 넘어섰다. 벌써 전국적으로 703개의 학교가 휴업에 들어갔고, 군에서도 메르스 증상이 발견되어 초비상이다. 국민은 마스크를 쓰고 온갖 괴담에 시달리고 있다.

정부의 초기 대응은 미숙했고, 관련 정보도 독점하거나, 오류를 보이면서 국민의 공포심과 괴담은 날로 증폭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신종감염병 비상대응 인력운영계획이 제대로 수립되지 않아 초기 대응에 실패해 3차 감염자를 확산시켰다는 분석에는 화가 절로 난다. 세월호 사태가 벌어진 지 1년만에 또 이러한 정부의 안전 무능을 접하게 되니 한숨을 막을 길이 없다. 국가와 정부의 기본적인 임무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인데, 이것이 무너지면 국민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

이런 와중에도 청와대와 여당은 ‘국회법 개정’을 둘러싸고 끊임없이 충돌하고 있다. 국민은 메르스 확산으로 떨고 있는데,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와 여당은 자신들의 권력투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유승민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여당은 청와대가 국회의 논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서로 공격하고 있다. 급기야는 메르스 대책을 위해 당정청 협의가 필요하고, 청와대와 여당이 합심하여 국민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 올인해야 한다는 여당의 제안조차 청와대가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여당의 메르스 대책특위 회의에는 외부 전문가만 참여하고 정부당국자는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박근혜대통령 주재의 민관합동 긴급 점검회의 역시 여당의 인사는 아무도 초대 받지 못했다. 결국, 청와대는 국가적 재난 대응에 여당을 완전히 배제하고 있다.

야당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늘 국회는 똑같은 메르스 문제로 두 개의 대책위가 열렸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서로가 자신들 얘기만 하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와 정부가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하며, 따로 대책위 회의를 했다. 국가적 재난 앞에 여당과 야당은 서로에 대한 견제만 하고, 국회 차원의 공동 대응커녕 정부여당의 혼란을 즐기듯 조롱만 하고 있다.

세월호도 그렇고, 메르스도 마찬가지다. 국가적인 외교나 안보, 특히 국가적 재난 앞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앞서도 말했듯이 정치적 현안에 대해 여야가 서로 경쟁하는 것은 충분히 용납될 수 있다. 그러나, 세월호 사태나 메르스와 같은 국가적 재난에는 모든 정략적 이해를 중단하고 오로지 국민을 우선하는 입장에서 여야가 공동 노력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그러나, 야당의 행태를 보면 세월호에도 그랬고, 이번 메르스에도 정부와 여당을 공격하는데 급급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심한 정치행태를 또 반복하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를 보면 대한민국의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 국민들에게‘우리 사회는 어느 정도 통합 또는 분열되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통합’이 8.5%(매우 3.3% + 대체로 5.1%), ‘분열’이 72.2%(매우 30.1%+대체로 42.1%)로, 100점 만점 기준으로는 27.3점으로 환산됐다. 대한민국의 ‘분열’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분열된 사회로는 절대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없다. 정치가 아직도 낡은 이념과 정치투쟁에 함몰되어 자신들의 정파적 이익에 매몰되고, 말로만 국민을 우선하는 정치를 하겠다면 더 이상 국민은 국가를 믿을 수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가로막는 최대 원인으로 항상 ‘정치의 무능’이 지적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회가 발전하고 있는데, 아직도 정치는 가장 후진화된 모습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정치가 변해야 한다. 더 이상 낡은 이념으로 국민을 둘로 나눠 싸우는 무한투쟁의 정치, 오로지 정쟁이 중심이되는 낡은 정치론 대한민국 미래가 없다. 언제나 대한민국 정치가 국민을 우선하는 선진 정치로 바뀔 수 있을지 정치권의 반성과 변화를 촉구한다.

국민은 하루 하루 누가 희생될지, 나의 가족이 메르스에 걸릴까 봐 노침초사하고 있는데, 청와대, 정부, 여당, 야당은 모두가 따로국밥이 되어 한가한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세월호 선장이 그 위험한 상황에서도 ‘움직이지 말고 대기하라’라는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렸듯이, 대한민국 정치가 메르스의 위험 속에서 국민들에게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제라도 청와대, 정부, 여당, 야당이 ‘정쟁중단’ 선언을 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합심하기를 요구한다. 청와대와 여당은 ‘국회법 개정’을 둘러싼 대립을 즉각 중단하고 국가적 재난에 대한 단일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야당 역시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보다는 메르스를 둘러싼 대응체계를 중심으로 국회 차원의 공동대응을 위한 요구를 정부와 여당에게 요구해야 한다.

국가적 재난 앞에서 청와대와 여야가 따로국밥이 되면, 정부의 대응체계는 구멍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정부는 어느 장단에 맞추어 움직여야 할지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보건복지부와 안전처가 초기 대응 과정에서 수많은 실수와 오류를 보여주었다.

사실상 보건복지부는 국민으로부터 그 신뢰를 잃었고, 안전처는 왜 생겼는지 모를 정도로 비판을 받고 있다. 메르스 초기부터 정치권이 일사분란하게 정부의 대응체계를 관리 감독했다면, 지금과 같은 혼선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지금이라도 정치권은 모든 정쟁을 중단하고, 오로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하는 공동 대응을 촉구한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전략마케팅본부장>

조원씨앤아이(http://www.jowoncni.com) 전략마케팅 본부장
새희망포럼 연구소 소장
전)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전)민주당 강릉시위원장
경희대 일반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