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홍준일 논객

정의당 김종대의원과 이국종교수 논란

세널리 2017. 11. 22.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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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김종대의원과 이국종교수 논란'환자존엄'과 '중증외상 의료체계'에 변화를 기대


지난 13일 북한 병사 한명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차량을 몰고 귀순했다. 그 귀순 과정에서 북한 병사는 심각한 총상을 입었고, 지금까지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의 이국종교수에 의해 수술과 치료가 이루어 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국종교수는 북한 병사에 대한 상황을 브리핑했고, 그 과정에서 정의당 김종대의원이 제기하고 있는 ‘환자의 존엄’에 대한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우선, 김종대의원의 주장은 현재 사건에 대한 중대성, 심감성, 특수성을 무시한 채 오직 ‘환자의 존엄’이란 한가지 문제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 병사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넘어왔고, 그 과정에서 북한군은 정전협정을 어기며 총격을 가했으며 지금 북한 병사는 사경을 헤메이고 있다. 그의 신분은 아직 규정된 것이 없으며 임시적으로 대한민국이 관리하고 있는 북한 군인이다.

따라서, 이국종교수는 총격을 맞고 사경을 헤메는 한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는 단지 의사이며, 이 북한 병사와 관련된 모든 관리는 대한민국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병사와 관련되어 지금 쏟아지는 모든 정보는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김종대의원이 ‘환자 존엄’과 정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면 그것은 정부를 향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여기서도 한가지 문제가 있다. 현재 여러 가지 정황을 살펴 볼 때 북한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정전협정을 심각히 위배하며 총격을 가했고 이 상황이 보다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을 김종대의원이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제 보다 냉정한 접근이 필요하다. 우선 군사외교적 문제는 여기서 논외로 하고 현재 논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병사와 관련된 모든 정보 관리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김종대의원의 지적처럼 ‘환자의 존엄’은 물론이고 그 외에 다른 정보에 대해서도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문제는 정부 측의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하며 김종대의원은 더 이상 이종국의사에게 불필요한 비난을 멈추어야 한다. 지금은 이국종교수가 북한 병사의 목숨을 살리는데 모든 총력을 쏟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맞다.

둘째, 이국종교수는 이번 논란의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중증외상에 대한 의료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다시한번 환기시켜 주었다. 이국종교수의 말처럼 만약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가 보다 권위를 가질 수 있는 의료체계와 기반을 가지고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중증외상 의료체계에 대한 보다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도록 정부 정책의 변화를 기대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 9만에 가까운 국민이 이 청원에 참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논란이 보다 발전적인 방향으로 향해야 한다. 두 분야의 전문가가 우리 사회문제를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충분한 문제제기를 했다. 우리 사회가 아직 중대하게 생각하지 못했던 중요한 두가지 사회적 의제 바로 ‘중증외상에 대한 의료체계’와 ‘환자 존엄’에 대한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상시켰고 충분히 고민하도록 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논란이 논란으로 끝나지 않고 문재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아래는 이국종교수 브리핑(22일)과 김종대의원의 페이스북 글>


[이국종 / 중증 외상치료 전문의, YTN브리핑 전문]

제가 사실은 이것보다 훨씬 더 큰 수술이나 큰 환자 치료를 많이 합니다. 오늘 아침에도 여기 계신 분들은 보셨겠지만 오늘 아침에도 여기에 헬기가 이 기상에 출동하시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저도 어제 야간 비행을 하고 들어왔습니다. 크게 사고가 났거든요. 맨날 비행하고 환자분 모시고 와서 어떻게 해서 든지...

그래서 어떻게 보면 의사나 병원이 환자분을 치료한다는 게 그냥 루틴으로 돌아가서 해야 되는 일인데 저희 병원 같은 경우가 그런 경우가 많지 않다 보니까 이렇게 조금 국가적으로 주목 받는 일을 하다 보면 굉장히 큰 불협화음이 터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사실은 오늘 환자 브리핑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여러분도 말씀 들으셨겠지만 홍보팀장이 여러분들께 말씀드릴 때 몇 번을 번복하셨을 겁니다. 오늘 브리핑은 없고 보도자료로만 대체하겠다고 하신 게 사실은 최근 며칠 동안 벌어졌던 일련의 문제들 때문에 저희 병원장님께서 굉장히 격노하셨고요.

제가 그저께도 병원장님실에 두 시간 동안을 불려가 있었고 어제도 한 시간 반... 제가 외상센터 지을 때 병원장님을 면담한 횟수보다 이 환자분 일주일 치료하는 동안에 병원장님께 호출을 받은 게 더 많다고 생각될 정도로 저희 기관 자체가 견디기가 힘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외부에서 굉장히 나쁜 의견이 제기되거나 그랬을 때 저희 기관같이 작은 신생 외과대학은 견딜 힘이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선호하시는 서울에 있는 소위 말하는 빅5 병원들은 웬만큼 학교에 큰일이 있거나 그래도 견디는 힘들이 있지만 저희는 그럴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병원장님께서도 브리핑을 취소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한국에 외신기자까지 들어와 있는데 제가 그렇게 하면 굉장히 창피한 일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오늘 환자분에 대한 얘기를 원래 파워포인트로 만들어서 다 자세하게 드릴 수도 있는데 제가 말씀을 못 드리는 것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이런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자괴감이 듭니다. 왜냐하면 의사들이 환자분에 대해서 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칼을 쓰는 사람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하는 말대로 외과의사가 쓰는 칼과 살인자들이 쓰는 칼은 칼잡는 각도만 다르다고 할 정도로 저는 그 칼로 사람 몸을 가르고 들어가고 장기를 떼어내고 혈관을 발라냅니다. 의학의 전체 영역에서 외과의사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굉장히 전문화된 일에 아주 특화돼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말이 말을 낳고 낳은 말이 행동으로 이어지지를 못하면서 말의 잔치가 돼버리는 그런 복잡한 상황 속에서 저희는 그걸 헤쳐나갈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여러 기자분들께 충분히 환자분에 대한 정보를 드리지 못해서 제가 굉장히 자괴감을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까지 됐는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환자분을 치료하고 보는 것은 이벤트가 아닙니다. 이건 어떤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가 수술 딱 끝나는 그다음 날 눈을 뜨고 금방 걸어나와서 퇴원하고 이렇게 하는 건 영화에서나 나오는 얘기지 실제로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들 앞의 보도자료를 보고 계실 겁니다. 보도자료에는 오히려 환자분의 정보에 대해서 1차에서도 제가 차마 담지 못했던 그런 것들이 더 있습니다. 기생충이 많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기생충보다 더 큰 문제는 사실 바이러스 감염이나 그런 겁니다.

만성 B형간염은 한국에서도 한때 창궐했던 질환으로 나중에 간경화나 간암까지 가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노출하지 않고 하려는 애를 쓴 것이 첫 번째 보도자료가 되겠습니다. 그냥 간기능이 안 좋다는 말씀만 드렸지 그런 것들을 신경을 썼는데. 그런 부분도 2차를 통해서 나갔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립니다. 제가 이걸 오늘 말씀드리지 않으면 다시 말씀드릴 기회가 없고 , 없을 것이고 계속 이렇게 논란의 의혹만 이렇게 제기되는 상황에 빠질 것 같아서 제가 어쩔 수 없이 말씀을 드립니다.

기자분들 시간을 너무 많이 뺏어서 정말 죄송하고 바쁘신 분들은 그냥 중간에... 그리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아마 많으실 겁니다.

저도 제가 이 얘기를 하게 된 이런 상황이 정말 괴롭습니다. 그 여러분들은 그 환자분한테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제가 어제 밤에 출동해서 데리고 온 그 수술한 환자. 지금 저희 경기소방항공대, 이 기상에 출동하는 경기소방항공대 파일럿들하고 크루, 저희 외상센터 의료진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그 환자는 생명을 잃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희들한테 그런 환자들이 150여 명이 있습니다. 150여 명이 중점외상센터를 100평상으로 만들었는데 한 달 반 만에 다 찼고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금 바로 제가 여기 오기 30분 전부터 아주대학교 병원 중점외상센터에서는 환자를 더 수용하지 못해서 소방방재청에 바이패스를 걸었습니다. 바이패스는 뭐냐하면 우리가 더 수용할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고 들어온다고 합니다. 밀고 들어오는 환자들은 받을 수가 있지만 중환자실이 단 하나도 없습니다.

전에 동아일보에 박민우 기자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그때 석해균 선장님 때였는데 그때 여기서 단편적인 기사나 백그라운드를 보지 않고 굉장히 지엽적인 글만 쓰는 것을 노력하는 것을 보고 제가 그렇게 하지 말고 백그라운드를 봐야 된다고, 이면을 보고 공부를 많이 해야 된다고 야단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잘 성장해서 카이로 특파원으로 가서 있는데.

저는 그런 청년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고 이번에 한국으로 귀순한 북한 병사는 본인의 의사로 넘어온 게... 제가 느끼기에는 그렇습니다. 저하고 얘기를 많이 해 보니까. 본인의 의사로 넘어왔는데 그 사람이 죽음을 무릅쓰고 빗발치는 총알을 뚫고 자기 몸에 4발 이상을 맞아가면서 거의 죽어가면서 여기까지 온 이유는 자기가 생각했던 한국의 긍정적인 모습을 기대하고 왔지만 중증외상환자가 갈 데가 없어서 수용을 못 하거나 환자분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서 돌아가시는 모습을 보려고 그걸 알려고 한국에 온 건 아닐 겁니다.

저는 여러분들께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환자가 다치고 나서 주한 미8군의 더스트 호프팀들이 저희 병원까지 사고 현장에서 이송해 오는 데 30분, 정확히 30분이 걸렸고요. 그 환자가 저희 병원에 도착해서 응급처치를 마치고 수술방 들어가는 데 30분 걸렸습니다.

이게 제가 배웠던 미국과 영국과 일본에서의 스탠더드입니다. 미국에서 나온 교과서 가이드라인에 그렇게 되어 있고 주한미군들이 저희 병원에서 연간 2000명 이상이 치료를 받습니다. 그중 상당수가 블랙호크 헬기로 더스트 호프팀들이 싣고 옵니다. 일회 이벤트성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런 행동이 매일매일 그런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러분, 기자 여러분. 저는 여러분들께 굉장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중증외상센터는 결코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의료계에서 만든 것도 아닙니다.

몇 분 주장하시는 분들이 있지만 저 같은 사람이 저는 정책을 만들지 않습니다. 정책을 만들지 못합니다. 말단 노동자일뿐이기 때문에. 저는 그냥 정책의 도구로서 위에서 만들어주는 데까지만 일을 할 수가 있습니다.

기자분들이 여론을 환기시키고 정치권에서 결정을 해 주고 관료들이 움직여줬기 때문에 만든 거고 저는 그래서 지금도 중증외상센터를 만들어준 사람은 국회 전문위원, 허 전문위원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5년부터 의료계에 그 누구도 진정성을 가지지 않을 때 그분이 응급의료기구를 만들고 그분이 중증외상센터를 세워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그 정책의 도구로서 그렇게 혼신의 힘을 다해서 그렇게 센터를 만들어줬는데 여기에 적어도 사선을 넘어 들어온 중증외상환자를 잘 치료해야 된다는 그런 의무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온몸이 만신창이가 돼서 넘어온 북한 군인이, 이제 대한민국의 청년이 한국에서 살면서 기대하는 삶의 방향은, 삶의 모습은 자기가 어디서든지 일하다가 내지는 위험한 곳에서 위험한 일을 당해서 다쳤을 때 30분 내로 헬기로 오든 그라운드 앰뷸런스로 오든 30분 내에 중증외상센터에서 적절한 치료가 벌어지고 그리고 사선을 넘어서 병원에 도착하고 30분 내로, 아니면 적어도 1시간. 골든아워 내에 환자의 수술적 치료가 이루어지는 나라에 살려고 여기를 넘어왔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만약에 이 친구가 북한군의 신분으로 우리 주한미군이 30분 내로 환자를 데리고 오고 그래서 지금 어떻게 보면 거기에서 데리고 오면서, 헬기 안에서 주한미 더스트 호프팀 장병들이 응급처치를 잘 해서 살아서 왔는데 한국 어디에서 사고가 났는데 정작 그때는 마치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처럼 환자가 갈 데가 없고 그리고 이 친구가 어디 전화 걸 데가 없고 무슨 고위 관료, 정부 관계자, 아니면 적어도 여러분같은 언론인, 언론인들 아는 끈이 없어서 병원에 전화 한통 할 데가 없어서 응급실에 깔려 있다가 허무하게 생명을 잃는다면 이 사람이 여기 왜 넘어왔겠습니까?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저는 그런 방향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 주셔야 되는 분들이 바로 이 자리에 계신 언론인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11월 17일, 정의당 김종대의원 페이스북)

귀순한 북한 병사는 북한군 추격조로부터 사격을 당해 인간의 존엄과 생명을 부정당했습니다.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습니다. 이제는 관심의 초점이 북한군의 정전협정 위반과 유엔사 교칙수칙으로부터 귀순 병사의 몸으로 옮겨지는 양상입니다. “이런 환자는 처음이다”라는 의사의 말이 나오는 순간, 귀순 병사는 더 이상 보호받아야 할 인간의 정상성을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언론은 귀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하던 북한 추격조와 똑같은 짓을 한 것입니다. 자유와 행복을 갈망하던 한 존엄한 인격체가 어떻게 테러를 당하는지, 그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의혹이 있습니다. 13일 귀순한 병사가 수원 아주대에서 수술 받는 동안 수술실에 들어 온 군 정보기관 요원은 도대체 누구였냐는 것입니다. 수술실은 가족도 들어갈 수 없는 의사 고유의 성역입니다. 14일 국회 국방위에서 송영무 장관이 “환자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 답변한 것도 의사의 소견과 무관한 정보요원들의 보고였을 것입니다. 이들의 수술 참관이 허용된 것도 찜찜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15일 기자회견에서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의사는 “나는 오직 환자를 살리는 사람이다”라며 언론의 과도한 관심과 정략적인 외부 시선에 대해 절규하듯이 저항했습니다. 기자회견 역시 의사가 원해서 한 것이 아니라 국가기관과 병원 측의 압박에 의한 것임을 실토했습니다. 누가 이 기자회견을 하도록 압박을 넣은 것일까요? 처음부터 환자를 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데올로기적으로 관리되었습니다.그런 그에게 기자회견이 끝나고 또 찾아가 괴롭히던 기자들은 다음 날 몸 안의 기생충에 대해 대서특필하는 보도를 내보냈습니다. 여기서 보호받아야 할 존엄의 경계선이 허무하게 무너졌습니다. 의료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가 부정되었습니다.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범죄 행위이기도 합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모두 지구에 사는 기생충들입니다. 그런 기생충들이 서로를 기생충이라고 혐오하고 죽이는 이런 광경이야말로 잘못된 정치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비극적 이미지의 전형입니다. 이 병사를 통해 북한은 기생충의 나라, 더러운 나라, 혐오스러운 나라가 되었습니다. 제가 국방위에서 ‘JSA’라는 영화를 빗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진실이 은폐됨으로써 유지되는 평화가 있다, 그것이 역설의 공간 공동경비구역이다”라고 말입니다. 몸 안의 진실은 은폐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평화입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북한군 귀순 과정에 대한 유엔사령부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북한의 중대한 정전협정 위반 사실이 있다면 유엔사령부는 조사 결과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보고할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강력한 항의와 재발방지 요구 등 제반 조치사항은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그 방침을 결정해야 합니다. 정전협정과 별개로 북한군이 남쪽으로 귀순한 병사에게 총격을 가한 것 자체는 인간의 존엄을 부정하는 반인도주의 행위이며, 상대국의 주권을 부정한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강력히 항의해야 합니다. 하루속히 판문점이 안정을 되찾고 정전협정이 준수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사건 처리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럴 자격을 상실했습니다. 북한과 똑같은 짓을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기생충의 나라 북한보다 그걸 까발리는 관음증의 나라, 이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국종 교수님께(11월 22일 정의당 김종대의원 페이스북)

저는 아덴만 여명작전 당시에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한 이 교수님의 명성과 권위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귀하는 국민적 존경을 받을 자격을 충분히 갖춘 의료인의 귀감일 것입니다. 제가 만일 크게 외상을 당한다면 교수님 같은 의사로부터 치료받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만큼 국민들이 의지하고 존경하는 분의 인도주의 정신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번에도 환자를 살리는데 교수님의 헌신적 치료는 결정적이었습니다. 병사가 회복되는 데 대해서도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가 17일에 게시한 페북 글에서도 이 교수님의 안타까운 처지를 충분히 고려했음을 밝혀드립니다. 필요하다면 아래 게시되어 있으니 참고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난 13일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하다가 총격을 당한 병사를 치료하면서, 벌어진 일에 대해 침묵을 지킬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의료법 제19조에서는 의료에 종사하는 자는 “업무를 하면서 알게 된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부당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문점에서의 총격은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국민과 언론은 그 병사의 상태에 크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고, 의사는 이에 대해 국민들에게 소상히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심폐 소생이나 수술 상황이나 그 이후 감염여부 등 생명의 위독 상태에 대한 설명이면 충분합니다. 그런데 교수님께서는 15일 기자회견 당시에 총격으로 인한 외상과 전혀 무관한 이전의 질병 내용, 예컨대 내장에 가득 찬 기생충을 마치 눈으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묘사하셨으며, 소장의 분변, 위장에 들어 있는 옥수수까지 다 말씀하셔서 언론에 보도되도록 했습니다. 한 인간의 몸이 똥과 벌레로 오염되었다는 극단적 이미지는 우리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었으며, 그 뒤에 이어진 공포와 혐오의 감정도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았습니다. 약국에서 구충제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 그 증거입니다. 이것은 환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의료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 아닌지 우려됩니다.

게다가 교수님께서는 수술실에 군 정보기관 요원들이 들어와 멋대로 환자 상태를 평가하도록 방치하셨습니다. 이 문제를 지적한 저에게 격하게 반발하시는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는데, 그 이전에 의료의 윤리와 기본원칙이 침해당한 데 대해 깊은 책임과 유감을 표명하셨어야 합니다. 비록 환자 살리느라고 경황이 없었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저는 교수님뿐만 아니라 자극적인 보도로 병사의 몸을 표본실의 청개구리처럼 관음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언론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였습니다. 이건 북한군의 총격 못지않은 범죄라고 말입니다.

저는 이 교수님께 1998년 남아공에서 벌어진 배리 맥기어리 사건을 상기시켜 드리고자 합니다. 에이즈 감염자인 배리 맥기어리를 치료하던 의사는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배리가 에이즈 감염자라는 사실을 여러 의사들에게 발설했고, 그 이유로 배리는 낙인이 찍혀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했습니다. 이에 배리는 발설한 의사를 고발했으나 재판에서는 무죄. 결국 대법원 상고까지 가는 동안 배리의 신상과 얼굴은 완전히 공개되었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받기도 전에 배리는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이 사건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위해 무엇을 공개한다는 것에 대한 논란은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그렇기까지 수많은 희생이 있었습니다. 공공의 관심 때문에 무엇을 공개했다고 말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우리는 그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법의 정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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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복 기자  gn336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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