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일 뭐해/살아온 이야기

청와대 정무행정관으로 일하다.

세널리 2010. 7. 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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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청와대로 발령을 받았다. 새로운 경험이다. 국정운영의 최고 정수리에서 일을 하게 된 것이다. 새벽 5시 혹은 6시에 출근을 시작해서 끝없는 보고서와 싸운다. 국회, 정당, 정부에서 끝임없이 돌아가는 정치상황을 점검하고, 보고하고, 대통령님의 국정운영철학과 방향대로 진행될 수 있도록 끝임없이 노력한다.

매일 매일 사람을 만나고, 보고서를 읽고 쓰고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계속되는 스트레스와 싸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가고 하루 하루 떨어지는 임무를 해결하느라 깊이있게 생각하고 돌아볼 시간이 없다. 청와대에서 일한다는 것은 자신의 분야에서 훈련되고 숙성되어 있는자가 이곳에 와서 자신의 혼신을 뿜어낸 후 그 역량이 소진되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고도의 능력과 책임감이 뒤따르는 일인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많은 사람들로부터 연락이 오고, 수많은 고급정보들을 물어보고, 때론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해결사인양 무수한 부탁들을 받게되고... 그러나 이 모든 일들을 쉽게 거부하지 못하고 때로는 정중하게, 때로는 사무적으로, 때로는 엄격하게 그러다보면 건방지다는 둥, 약속을 잘 안지킨다는 둥 많은 구설수에 시달리고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중심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영광이며, 혹은 매력적인 일이다.

정무행정관은 정당, 국회, 정부와 관련된 정무적 활동을 하는 곳이다. 전직대통령이나 국가원로들을 대통령님을 대신하여 찾아 뵙고 안부를 묻는 일에서부터, 정부의 법 하나를 통과시키기 위해 야당, 장관, 국회의장, 상임위원장, 해당 국회의원을 설득하는 지나한 과정에 이르기까지 대통령님의 정무적 활동을 보좌하는 일이다.

정무행정관으로 있으면서 전직대통령님을 뵙게된 것은 나에게 가장 인상적인 일이었다. 특히, 김영삼대통령님과 1시간이상 가량 환담을 나눈 기억은 잊을 수 없다. 그때 우리가 집을 나서는 순간까지 마중나와 우리가 차에 오르는 것을 확인하던 모습은 국가지도자로써 혹은 정치지도자로써 그 누구도 가볍게 여기지 않은 그의 오랜된 정치연륜에 대해 나도 모르게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가장 보람있었던 일들은 강원도와 강릉에 관련된 현안들은 챙겨보는 것이었다. 대통령님과 횡성한우 마을을 방문해서 한우농가의 실태 및 시장현황을 살펴보았던 일, 동해안 철조망 제거현장에 가서 진행정도를 점검했던 일,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일, 강릉시의 국비지원신청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각 부처를 방문 재정담당관과 상의했던 일, 강릉NGO센터건립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시청과 시민단체등과 연락했던 일, 특히, 지역인사들과 만나 지역현안과 민심을 청취했던 일 등 지역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위해 미력이나 노력했던 일들은 지금도 다시 청와대에서 일하고 싶은 미련을 갖게한다.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보다 많은 일들을 하지 못한것이 아쉬움이 남지만, 그때의 소중한 경험들이 나는 물론 대한민국과 강릉의 발전을 위해 귀하게 쓰일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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