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일의 펀치펀치]
분단70주년을 맞는 대한민국의 딜레마
- 통일은 원하지만 북한은 위협적이다'
- 대한민국 내 ‘분열과 대립’의 휴전선 걷어내야
대한민국 건장한 젊은이들이 북한의 ‘지뢰도발’로 한 명은 한쪽 다리를 또 다른 한 명은 두다리를 모두 잃었다. 그런데, 북한의 지뢰도발이 있는 가운데도 우리 정부는 이상한 대응을 보여 주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원내대표직을 내려놨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청와대와 정부를 향해 “정신 나간 짓”이라며 돌직구를 날렸다.
유승민 의원은 12일 사건에 대한 긴급현안 보고를 위해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방부가 지난 4일 사고가 난 지 48시간이 지나 유엔군사령부와 합동현장조사를 했는데 그 사이인 5일에 북한 경원선 기공식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했고, 이희호 여사가 평양에 갔고, 우리 정부는 남북고위급회담을 통일부 장관 명의로 제안하는 세 가지 사건이 있었다”며 “이상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은 11일 하몬드 영국 외교부 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첫 공식 반응을 내놓았다. “정부는 강력한 대북 억제력을 바탕으로 한 압박도 지속해 나가는 한편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대북 투트랙 기조를 밝혔다.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앞에서는 대화와 협력이라는 우리민족끼리를 내들고 뒤에서는 우리민족을 살육하는 저 포악무도한 김정은의 변하지 않는 악마의 본성을 우리가 잠시 잊고 있었단 말인가”라며 “제2의 천안함 폭침처럼 대한민국에 대해 잔인한 도발을 강행한 김정은의 만행을 단죄하고 북한인민들에게 폭로하는 것은 탈북자들의 사명이고 양심이며 가장 초보적인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일”이라며 14일 대북 전단 살포를 예고했다.
북한 대남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는 이미 전에 경고하고 선포한 대로 반공화국삐라살포망동을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와 군사적 도발로 간주하고 단호히 대처해나갈 것”이라며 “삐라살포 난동이 시작됨과 동시에 우리의 조준격파사격이 무자비하게 진행될 것이며 도발의 거점들이 형체도 없이 초토화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광복과 분단 7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은 또 다시 북한의 지뢰도발로 극한 대결 앞에 놓여 있다. 최근까지 남북은 광복과 분단 70주년이라는 의미를 되살리며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의 공동 노력에 목청을 높였으나 하루 아침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반면, 이와 같은 일촉즉발의 상황에서도 박근혜정부는 과거 보수정권과 다르게 매우 침착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어 한편으론 당혹스럽기도 하다.
박대통령은 집권 초반부터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통일대박’ 등을 내세웠고, 집권 3년차 올해 신년사는 남북관계에 대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겠다는 의지를 천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현실은 박대통령의 구상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최근 8.15를 맞아 ‘통일과 북한’에 대한 국민의식 여론조사 결과가 많이 발표되고 있는데, 그 결과의 중요한 특징도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민은 ‘통일’을 원하지만,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해선 매우 위협적이라 보고 있다. 여기서 대한민국은 ‘통일과 북한'에 대한 딜레마에 빠져 버린다.
지난 8월 3일 CBS와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에서 ‘통일이 언제쯤 가능하리라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10년 이내에 통일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김대중(30%), 노무현(27.2%), 이명박(27.2%) 시절을 지나면서 점차 낮아지다가 박근혜정부(41.6%)에서 대폭 증가했다. 반면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김대중(50.9%), 노무현 시절(59.7%)에 비해 이명박(78%), 박근혜 시절(72.7%)에서 급격히 커진 것을 볼 수 있다. 반대로 도발 가능성이 없다는 대답은 이명박(21.7%), 박근혜(29.3%) 때 보다는 김대중(50.9%), 노무현(40.3%) 때 훨씬 많았다.
결과적으로 박근혜정부 들어 국민들의 ‘통일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높아졌으나, 반면 ‘북한의 무력도발 가능성’에 대한 위협도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민이 ‘통일과 북한’에 대한 이중적 의식이 있다는 점이며, 이러한 이중적 국민 의식은 향후 대한민국의 ‘통일과 북한’에 대한 입장에서 상당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깊은 우려가 뒤따르고 있다.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에 대한 우리의 대응과 관련해서도 박근혜대통령, 청와대, 정부 부처, 여야가 혼선을 빚고, 국민 정서 역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과 북한’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의견을 소통하고 통합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70년 전 우리는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우리 스스로 통일된 조국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우선, 외세의 개입이 결정적이었지만, 우리 역시 스스로 통합하지 못한 내부의 분열과 대립이 그 원인이었다. 70년이 지난 지금에도 한반도는 그 운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한민국의 입장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국방, 외교, 통일은 초정파적이며, 민족적이며, 국가적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여기에는 그 어떠한 사사로운 이익이나 의견을 앞세워선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방, 외교, 통일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청와대 및 해당 부처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또한 이 과정에선 한 치의 오차나 틈도 보여선 안된다. 그 오차나 틈은 바로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박대통령은 이와같은 문제에 대해 초정파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박대통령은 신속하게 여야 지도부를 불러 상황을 공유하고 힘을 모으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최근 북한의 ‘지뢰도발’ 이후 정부 대응은 너무 미흡했다. 정부의 작은 실수 하나가 국방, 외교, 통일을 초정파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게 하고, 각각의 입장에 따라 백가쟁명식 주장이 쏟아지게 할 수 있다. 대립과 분열의 시작이다.
결론적으로 ‘통일’은 물리적인 ‘휴전선’을 걷어내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내부에 있는 ‘분열과 대립의 휴전선’을 걷어내는 것이 우선이며, 그것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시작이다. 우리 내부가 분열되고 대립하면서, 어떻게 북한과의 통일로 나아갈 수 있겠는가? 젊은 장병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가는 데 더 깊은 노력을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정치학 석사
조원C&I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국회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 연구위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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