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 변화, 도전 3가지 문제에 직면하다






박영선과 나경원은 지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여야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면서 동시에 주목을 받았다. 만약 두 여성 정치인이 서울시장을 두고 맞붙었다면 그 격렬함은 상상하기 어려운 빅매치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두 후보 간의 승자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서울시장이란 역사적 기록을 남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대결은 성사되지 못했다. 나경원은 끝까지 후보로 나섰지만 박영선은 박원순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결국 박영선과 나경원의 승부는 성사되지 못했고 언제가는 다시 만날 숙명의 정치적 라이벌이 되고있다.


박영선과 나경원은 인기있는 MBC앵커와 판사라는 전문직을 바탕으로 17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입성했다. 이후 두 여성 정치인은 18대, 19대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그 어렵다는 3선의 중진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3선 중진의 두 여성 정치인은 그들의 이력에서도 웬만한 남성 정치인을 훌쩍 뛰어넘는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대선후보군에 당당히 들어 있다.


박영선 의원은 정치입문 초반 MBC의 앵커 출신답게 야당의 얼굴인 대변인으로서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후 박영선의원은 국회법제사법위원장,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는 등 야당의 정치 지도자가 섭렵해야 할 모든 지도부 역할을 경험했다. 박영선 의원이 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될 때도 야당의 걸출한 중진 정치인 천정배, 신계륜, 추미애와 겨루어 당당히 서울시장 후보를 쟁취했다. 지난해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면서 정치적 위기를 맞았지만 올해 「누가 지도자인가」라는 책을 내고 전국을 순회하는 등 왕성한 정치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 역시 한나라당의 대변인을 맡아 출중한 외모와 똑부러진 말투로 국민에게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당 지도부로서 최고위원 2번, 서울시장후보, 외교통일위원회위원장 등을 맡았으며 당이 어려울 때마다 서울시장후보로, 재보궐선거의 구원투수로 등장하며 1승 1패의 성적을 올렸다. 지난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 이후 잠시 주춤하는 듯 했지만 작년 재보궐선거에 출마하여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다시금 여당의 여성 지도자로 확실히 복귀했다.


두 의원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의 대선후보군에 들어갈 정도로 정치인으로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남성 중심의 어려운 정치환경에도 불구하고 정치 지도자로 우뚝 서 있다. 그러나 수 많은 여성 정치인이 그랬듯이 정치 지도자로 발전하기 위해선 수많은 난관과 시련을 넘어서야 한다. 사실 박근혜 대통령도 여성의 벽을 넘지못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1번의 패배를 맛보았고, 재수 끝에 대통령이 되었다.


간혹 사람들은 박대통령 이후 다시 여성대통령이 나오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거나 한동안은 어려울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국민이 생각하는 시대정신과 정치는 변화무쌍하고, 그 어떠한 가능성도 단정할 순 없다.


그럼, 박영선 의원과 나경원 의원의 미래는 어떻게 변모할 것인가?


첫째, 누가 더 치열하게 과거를 ‘성찰’할 수 있는가에 따라 그들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최근 쓰라린 좌절을 맛보았다. 그 좌절에 대해 누가 더 진지하게 ‘성찰’하고, 국민에게 고백하는가가 가장 중요하다. 결국,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박영선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을 겸임하면서 당의 모든 권력을 한 손에 쥐는 행운을 얻었지만 그 결과는 초라한 성적표를 내고 말았다. 어찌 되었든 박영선 대표는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정치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 역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그 불명예가 시간이 흘러 사람들의 기억에서 흐려졌지만 박영선 의원이 정치 지도자로서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면 그 기억은 반드시 살아날 것이다.


여야 대표적 여성 대선후보 ‘권력의지’ 중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사태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박영선 의원 역시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박영선 의원 스스로 반성적 성찰이나 고백도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치지도자는 언제나 자신의 행동이나 결과에 대해 국민 앞에 분명하고 솔직한 태도를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은 정치인에 대해 솔직한 친구이길 바라며 그것이 내용보다 우선한다.


나경원 의원도 지난 서울시장 선거의 패배로 큰 좌절을 맛보았다. 선거환경은 상황 논리상 오세훈시장의 주민투표 패배로 불리한 선거였다. 그러나, 선거운동 과정에서 드러난 나경원 의원의 부정적 이미지는 선거 이후에 밝혀진 진실여부와 무관하게 대중의 인식 속에 새겨져 있다. 나경원 의원이 억울하다고 변명해도 국민의 인식 속에는 부정적 이미지가 쌓여온 것이다.


따라서, 나경원 의원 역시 그동안의 활동을 돌이켜보는 성찰적 자세가 필요하다. 사실 동작구 선거 과정과 당선 이후 그의 정치와 지역구 활동을 지켜보면 스스로 많은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더 국민 속으로, 서민 속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직도 때 묻지 않은 ‘공주’이미지가 따라 다니고 있다. 국민은 정치 지도자의 진실 논쟁과 사실을 넘어 그의 ‘진심’을 보고 싶어한다. ‘진심’은 한순간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둘째, 누가 더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올해 초 박영선 의원과 나경원의 원은 정치개혁의 화두였던 ‘오픈프라이머리’를 두고 맞짱토론을 벌리며 세상에 관심을 모았다. 또한, 박영선 의원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관한한 야당의 상징적인 정치인이 되어있고, 나경원 의원은 서울시장선거와 동작 재보궐선거에 연속 출마하며 여당의 대표적인 대중 정치인이 되었다.


이제부턴 두 정치인 모두 ‘변화’를 둘러싼 경쟁을 해야한다. 박근혜정부도 반환점을 돌았고, 여야 모두 ‘변화’를 만들어 낼 새로운 ‘주도세력’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두 정치인 모두 ‘주도세력’의 형성 과정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지도자로서 능력을 검증 받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누가 더 권력의지를 가지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가도 관건이다. 이제 대한민국의 중요한 선거가 1년을 사이에 두고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가 연속되고 있다. 정치인은 결국 선거를 통해 평가 받는 것이며, 국민의 요청이 온다면 피할 수 없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다. 두 여성 지도자는 매 선거마다 요청받을 가능성이 높다.


2016년에는 각자의 지역구에서, 2017년에는 대선후보로, 2018년에는 서울시장으로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두 사람은 항상 자신을 준비하며 국민의 요구가 있을 때 언제나 응답할 수 있는 ‘권력 의지’를 키워야 한다. 정치인의 권력의지는 준비된 자에게만 만들어지는 것이며, 준비되지 않은 정치인에겐 권력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 일반대 학원 정치학 석사
조원C&I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국회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 연구위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