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청계’와 ‘반청계’ 존재 ‘딴청계’는
- 20대 총선 진상필 국회의원 탄생하길…
얼마전 ‘어셈블리’라는 드라마가 끝났다. 정현민 작가는 이미 ‘정도전’이란 역사드라마로 명성을 날린 상황이었고, 전직 보좌관 출신이라는 경력때문에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나, 아쉽게도 드라마가 시작할 때의 높은 관심과는 다르게 결과는 저조한 성적표를 낳고 말았다.
다른 무엇보다 실패의 이유는 대한민국 여의도엔 ‘진상필’이 없다는 점이다. 용접공의 신화도 없고, 딴청계라는 독불장군도 없으며, ‘배달수법’이란 이상적인 법안도 없다. 시청자의 눈은 높았고, 우리 정치 현실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결국, 드라마는 전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오로지 ‘진상필’의 ‘감동’에 기대어 이야기와 사건이 전개되고 말았다.
역사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정치드라마는 역시 역사와 현실에 발딛지 못하면 시청자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진상필’을 둘러싼 이야기 구조나 상황은 좀 더 정교하게 정치 현실을 반영했어야 했다. 아마도 시청자가 어셈블리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권의 더 적나라한 치부와 암투를 보고 싶었지만 그런 내용은 없었고 오로지 ‘진상필’의 ‘휴먼드라마’만 부각되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는 하나 둘 떨어져 나가고 말았다.
기존 정치드라마와 비교하여 어셈블리는 비교적 우리 정치현실을 더 깊숙이 들여다 보려 노력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공감하기엔 턱 없이 부족했다. ‘진상필’의 ‘감동’과 ‘연설’이 생략되면 그 어떤 이야기도 전개될 수 없었다. 모든 이야기와 사건전개가 우여곡절 끝에 ‘진상필의 의지’와 시청자가 희망하는 대로 결과가 만들어졌다. 오로지 시작과 끝에는 ‘진상필’이 있었다. 그래서 시청자는 더 허탈해졌다.
그렇다면 ‘진상필’과 정치현실은 어떻게 다른가? 여의도엔 절대 ‘진상필’이 없다. 평범한 용접공 노동자가 하루 아침에 집권 여당의 보궐선거 후보로 나선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 터무니 없었다. 그것도 집권당의 전략이나 방향과 상관없이 당 사무총장이 차기에 자기 총선을 위해 미리 경쟁력없는 후보자를 발굴하여 당선시킨다는 사건전개도 현실성이 너무 떨어진다. 드라마에서도 당은 공천 혼란에 휩싸이지만 그것도 잠시 집권여당 사무총장의 위력 앞에 한 순간에 무너지고 용접공 노동자가 공천에 확정된다. 진정 가능한 일인가?
우선 진보정당이나 군소정당을 제외하고 대한민국 정당사에 없는 사례다. 우선 재보궐선거가 생기면 정당은 후보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 어찌 됐든 집권여당이라면 십수명이 몰리는 과열경쟁 상황이 벌어지고, 당 지도부는 그 중에서 경쟁하여 후보를 뽑을지 아니면 당의 전략과 방향에 맞는 후보를 전략공천할지 판단한다. 그러나 모든 결정의 최우선은 선거승리다.
드라마에선 거의 전략공천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드라마에선 당 지도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백도현 사무총장이 단독 플레이로 당 지도부와 반대파 의견을 묵살하고, 또한 기존 당협위원장의 시위도 간단히 해결한다.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정당이나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정치를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은 코미디라고밖에 할 수 없다.
드라마에선 ‘친청계’와 ‘반청계’ 그리고 ‘딴청계’가 등장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현실정치 속에 ‘딴청계’란 있을 수 있을까? ‘딴청계’는 여야 동수 관계라는 정치적 상황을 만들고, 거기서 ‘딴청계’의 ‘진상필’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며 맹활약하는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집권여당 한 명의 초선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 수 있을까? 너무나 과도한 설정이다. 현실은 훨씬 더 냉정하다. 집권여당의 원내대표가 대통령 의사에 반했다는 이유로 현실에선 원내대표에서도 물러났다. 원내대표는 정당의 의원들이 참여하는 의원총회에서 선출되는 자리로, 원내운영의 전권을 쥐게되는 막중한 자리다. 또한 소속의원들이 표결하여 선출하였기 때문에 원내운영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우리 정치 현실에선 집권여당의 국회운영을 이끌던 원내대표도 대통령의 한마디에 그 자리를 보존하지 못했다. 그런데 일개 초선의원이 국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맹활약하는 설정은 너무 과도했다. 드라마니까 가능하다고 강변한다면 할 수 없다. 그러나, 시청자는 그 이야기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너무도 현실과 괴리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 딴청부리는 여당 국회의원 한 명을 통제하는 방법은 현실에선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마지막은 ‘배달수법’을 둘러싸고 정점을 향한다. ‘패자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다는 취지의 배달수법은 오로지 우리 사회의 약자를 위한 민생법안이다. 그런데, 이 법안이 법안발의 단계에선 동료의원의 참여가 없어서, 상임위 과정에선 같은 당 의원조차 반대하고, 법사위를 겨우 넘어간 법안은 본회의의 장벽에 부딪히는데, 진상필은 야당의원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야당대표 대문 앞에서 쪽잠을 자며 기다려 설득한다.
결국 어렵게 본회의를 통과시킨다. 그러나 또 다시 대통령 거부권에 부딪혀 사장될 위기에 놓이고, 결국 6개월짜리 국회의원직마저 던지는 투혼 속에 재의결을 만들어낸다. 드라마의 비약이 최절정에 이른다.
현실적으로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민생법안 하나에 자신의 국회의원직을 거는 것도 말이 안되지만, 일개 초선의원의 입법 발의가 국회 본회의까지 올라가기 위해선 수 많은 게이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통령과의 일대일 대치 상황까지 가버렸다. 심해도 그 도가 너무 지나쳤다. 마치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열정과 패기가 부족해서 ‘진상필’처럼 민생법안 하나를 만들지 못하는 것으로 오해살 만하다.
아마도 정현민 작가는 어셈블리를 통해 이 시대에 존재하진 않지만 한번쯤 국민의 대표, 국회의원의 진정한 상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시청자는 어셈블리를 통해 보고 싶었던 것은 국민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권 치부나 비화였는지 모른다. 혹은 정치권에 전개되고 있는 보다 사실적 정황이나 뒷 이야기에 더 관심을 갖는다. 아직도 정치는 국민에게 비밀스러운 영역이기에 그 속살을 보고싶어했다.
그러나, 어셈블리는 ‘진상필’과 ‘그의 감동적 스토리’가 지배했고, 나머지 이야기는 그 감동을 위한 상황 전개에 불과했다. 더군다나 그 상황들 모두가 현실보다는 비약적인 상황만 부각되면서 정치 드리마의 현실성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것이 어셈블리에서 시청자가 멀어진 첫 번째 이유일 것이다. 19대 국회가 7개월도 남지 않았다. 20대 국회엔 ‘진상필’같은 국회의원이 나오길 기대한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 일반대 학원 정치학 석사
조원C&I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국회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 연구위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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