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평론/홍준일 논객

[홍준일의 펀치펀치] 김무성과 문재인의 선택

세널리 2015. 10. 1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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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는  準완전국민경선제
- ‘공천대학살’ 막고 국민주권시대 개막 기회로







지난 추석 정치권의 가장 큰 뉴스는 김무성과 문재인이 만나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에 합의한 것이다. 대한민국 여야 정당의 대표가 추석에 급하게 만나 합의한 것이 정당 공천에 관한 것이라니 놀라운 일이다. 원래 여야는 선거 때마다 보다 민주적인 ‘공천 방식’을 국민에게 선보이며 상호경쟁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에는 이상하게도 양당 대표가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를 같이 하자고 합의했다.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는 무엇인가? 


과거 정당의 공천은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는 당대표와 당지도부가 밀실에서 낙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시간이 흐를수록 몇몇 당지도부가 공천을 독점하던 시대에서 당원의 의사를 묻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그러나, 보통 정당의 당원이 당 지도부의 입김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이 역시 당 지도부의 결정을 보완하는 정도에 그쳤다. 따라서, 정당의 공천은 투명하지 못하고, 선거 때마다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정당의 공천은 권력자와 그 권력자를 쫓는 정치 지망생들 간의 ‘검은 커넥션’으로 이어졌고, 정치부패의 온상이 되었다.

그러나, 2002년 새천년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이 바로 ‘국민경선’이다. 당시의 국민경선은 당원과 국민이 각각 50%씩 참여했다. 바야흐로 정당의 공천에 국민이 참여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당시 정당의 대선 후보를 국민이 참여하여 뽑는 다는 것은 과히 혁명적인 변화였다. 여야 모두가 온갖 이유를 들어 국민경선을 반대했지만, ‘국민 참여와 정당 민주화’라는 거센 물결을 거스르진못했다.

그 결과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대선후보를 만들어냈고, 그해 대선에서 이회창대세론을 깨고 노무현후보가 승리했다. 그후 모든 정당은 앞 다투어 공천에 국민 의사를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게 된다. 지난 새누리당 대선경선 룰을 살펴보면 전당대회 대의원 20%, 대의원 아닌 당원 30%, 일반국민 선거인 30%, 여론조사 20%를 합산하여 선출했다. 한마디로 당심과 민심을 각각 절반씩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정당의 공천이 권력자 1인의 지배에서 점점 더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여야는 국민 100%의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을 경쟁적으로 주장했다. 18대 국회에선 지금의 야당이 여당에게 여야 동시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하자고 주장했고, 19대 국회에서는 거꾸로 여당이 야당에게 제안을 했다. 또한 지난 대선에선 여야 대부분의 후보가 완전국민경선제를 공약하기도 했다. 결국, 정당의 공천권을 모두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공천 민주화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무성과 문재인의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준완전국민경선제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여야 양당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합의하여 동시에 실시하기 어려우니 이번에는 통신사가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활용하여 ‘여론조사방식’을 혼용하여 완전국민경선제를 실시하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00%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그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차선의 방안을 선택한 것이다. 다시 말해 김무성과 문재인이 합의한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도 궁극적인 정신은 정당의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정당 민주화, 공천 민주화의 길인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 그리고 새정치연합 비주류 일부 의원들은 왜 김무성과 문재인의 합의에 대해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김무성과 문재인이 합의한 국민공천제를 반대하는 이유는 각각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그 속내는 하나로 통한다. 한마디로 정당의 공천권을 지켜 특정인이나 특정그룹이 차기 총선에서 그 혜택을 누리기 위함이다.

김무성과 문재인이 합의한 ‘안심번호에 의한 국민공천제’는 역대 어떤 공천제도와 비교해도 가장 민주적인 것이며, 정당의 공직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 국민을 제외하면 대통령도, 당 대표도, 계파도 영향을 줄 수 없는 투명한 공천제도를 제안한 것이다.

사실상 여러 가지 이유로 지금도 당의 권력자와 그 그룹은 공공연히 공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권력자와 그 그룹 예를들어 친박, 비박, 친문, 비문 등 다양한 계파가 불꽃튀는 공천경쟁에 돌입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당의 공천이 민주화되지 못한 경우 흔히 발생하는 현상이 ‘친박 학살, 친이 학살’과 같은 보복 공천이며, 주류와 비주류는 항상 첨예한 대립과 투쟁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정당의 공천에서 특정 권력자와 그룹의 전횡을 막고, 공천권을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주자는 것이 이번 김무성과 문재인이 합의한 국민공천제라고 할 수 있다. 앞서 말했지만 투명하지 못한 정당 공천은 ‘검은 커넥션’과 ‘정당 부패’의 근원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정당의 공천제도도 보다 투명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국민이 직접 훌륭한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김무성과 문재인의 합의에서 조금 아쉬운 것은 차라리 이 기회에 여야 동시 실시하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두 지도자가 여야 동시 실시하는 완전국민경선제를 합의했다면, 다소 소모적인 논쟁도 없애고 대한민국 정치와 정당사에 획기적인 발전을 기록했을 것이다. 바야흐로 진정한 국민 주권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정치든 경제든 그 시스템이 보다 공정한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아직도 대한민국은 불공정한 구조가 경쟁을 막고, 창의적 생각과 도전을 방해하고 있다. 시스템이 공정하지 못하면 절대 새로운 생각과 사람이 만들어질 수 없다. 새로운 생각과 사람이 넘쳐나지 못하는 사회는 결국 죽은 사회다. 김무성과 문재인, 여야 두 지도자가 이번에는 반드시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길 기대한다.  <홍준일 조원씨앤아이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경희대학교 일반대 학원 정치학 석사
조원C&I 정치여론연구소 소장
노무현대통령 청와대 정무행정관
국회의원연구단체 한국적 제3의길 연구위원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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