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이야기

강릉단오제 그리고 허균 허난설화

세널리 2010. 9. 18.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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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대에 강의를 나가고 있는 친구로부터 장정룡교수를 소개받으면서 강릉과 관련된 역사, 문화 지식을 많이 얻게 되었다. 장정룡교수는 강릉국제관광민속제 유치 및 참여 등의 공로가 인정되어 올해 강릉시민의 상을 수상했다.


장교수를 통해 내가 접하게 된 것은 강릉단오제와 허균․허난설헌에 관한 것이다. 그의 책 ‘강릉단오제 현장론 탐구’, ‘허균․허난설헌 평전’을 읽으면서, 그동안 강릉의 역사와 삶속에 숨겨져 있던 귀중한 보석들은 다시 캐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감사할 따름이다.


단오제 하면 아직도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야바위꾼, 써커스, 싼 물건들, 엿장수 등 사실, 내가 아는 단오제는 매우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왜냐하면 어릴적 선생님들조차 단오장에 가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 보니 온갖 나쁜 것들도 잔뜩 모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때 단오장을 구경하다 선생님한테 들켜 혼도나고 그랬다.


그런데 강릉단오제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제 되었다. 어떻게 단오제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을까? 장교수를 만나고 난 후 많은 의문점이 풀렸다. 


장교수는 강릉단오제는 1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대의 전통축제이며, 민중의 역사와 삶이 녹아있는 전통축제로서 한국축제의 문화적 원형이 그대로 살아있는 축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신앙인 유교, 무속, 불교, 도교를 정신적 배경으로 제례, 단오굿, 관노가면극, 농악, 농요 등 예술성이 뛰어난 다양한 무형문화유산과 그네뛰기, 창포물머리감기, 수리취떡먹기 등 한국의 독창적인 풍속이 전승되고 있어 2005년 11월 25일 유네스코 인류구전 및 무형문화유산걸작으로 선정된 것이다.


장교수에 의하면, 강릉단오제는 한국인의 삶의 원형을 보여주는 거울임과 동시에 세계가 당면한 모순과 갈등을 극복해내는 비전을 창출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한다. 즉, 강릉단오제의 신화와 마당극 등에서 보여주는 화해와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인에게 제시하고 세계문화에 공헌하는 축제로 승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장교수는 강릉단오제를 집약한 민속촌에서 단오의 전과정을 상시 연출하고 그네와 씨름터, 옛단오거리, 전통 먹거리장터 등을 조성하여 외국인들의 체험관광이 가능하도록 발전시켜야 한다는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강릉 단오제와 달리 허균․허난설헌이 강릉과 깊은 관련성이 있다는 것은 최근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초당동에 그들의 외가이며 생가가 있다는 사실조차 근래에 와서 알게된 사실이다. 


허균은 그나마 ‘홍길동’이란 작품을 통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가 조선시대에 서자, 천민, 여자 등 사회로부터 핍박 받은자를 해방시키기 위한 이상주의자 혹은 혁명가였다는 사실에도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허난설헌은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의 대표 여류시인이며 27세에 생을 마감한 시대와 불화한 천재시인으로 수백년전부터 평가받아 왔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운 점이다. 그런데, 유독 대한민국에서만 그의 시와 삶이 평가절하되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얼마전 어떠 기사에서 율곡 이이, 신사임당을 허균, 허난설헌과 비교하는 것을 읽은 적이 있다. 전자의 분들은 지금 강릉의 상징으로써 오죽헌으로 성역화되면서 그 위세를 한껏 과시하고 있는 반면, 혁명과 고난의 삶을 살다간 후자의 오누이는 조그만 야산의 시비와 생가터만이 남아있는데 그치고 있다는 비교이다. 아마도 이들이 세상이 회자되는 것을 두려워한 지배자들의 핍박의 결과일 것이다.


최근 허균, 허난설헌문화제가 9회를 맞이하며 그들의 삶과 업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아직 이들의 삶과 사상 그리고 시가 제대로된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신사임당이 새화폐의 모델로 선정된 것에 대해 여성계는 유교적․순응적인 여성모델이라며 반발하면서 허난설헌이 거론될정도로 그동안 그의 삶과 시가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점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한 도시의 발전동력 중에 전통, 역사,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강릉의 두가지 발전전략 중에 하나인 관광문화산업과 연관하여 생각한다면 허균, 허난설헌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재해석 그리고 관광문화 상품화를 위한 강릉시의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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