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선택: 김부겸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주 13일 히말라야 트래킹을 떠났다. 문 전 대표는 지난 5월 28일 부산 금정산을 등산하면서 “8월 말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까지는 중앙정치하고 좀 거리를 두면서 지금처럼 조용하게 시민을 만나고 다닐 생각”이라며 “그 시기가 지나면 정권교체에 보탬이 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秋, “文 콜 받았다” 金, “文 출마독려”
-외연확대와 호남 전통적 지지층 ‘양수겸장’
문 전 대표는 앞선 말처럼 더민주당의 전당대회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그 이유는 문 전 대표가 자칫 당권 경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더민주당은 원내대표와 국희의장 선거에서 당내 세력의역학 관계가 증명되었다. 더민주당 내에선 우상호 원내대표와 정세균 국회의장의 당선 모두가 문 전 대표의 의중이 실린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사실상 더민주당의 중요한 결정은 문 전 대표의 영향력 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 전 대표는 당 대표 선거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문 전 대표는 더민주당의 차기 대선을 관리할 당 대표 선거에 자신이 관여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 전 대표와 관련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대선 경선은 시작하기도 전에 불공정 시비가 일어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 전 대표는 더 서둘러 네팔행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바야흐로 여의도는 20대 국회가 개원하고 원 구성이 완료되면서 여의도는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모두 차기 당권 경쟁으로 급격히 들어섰다. 차기 당권은 2017년 대선을 관리하는 당 대표로서 그 역할과 위상이 막중하다. 따라서 8월에 있을 양당의 전당대회는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박과 비박 간 더민주당은 친문과 비문 간에 일대 격전이 예상된다.
더민주당은 지난 5월 12일 추미애 의원이 가장 먼저 당권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송영길 의원도 곧 출마를 선언할 예정이다. 자천 타천 거론되고 있는 후보자로는 김부겸 의원을 비롯하여 박영선 의원, 이종걸 의원, 김진표 의원, 신경민 의원, 김영춘 의원, 정청래 전 의원 등이다. 벌써부터 당내에선 문 전 대표의 복심이 당 대표를 결정할 것이란 분석이 팽배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권 주자들은 드러내 놓고 하지는 못하지만 암암리에 문 전 대표의 복심을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이러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피했다는 시각이다.
그렇다고 문 전 대표가 더민주당의 당권 향방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아니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더민주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대선 레이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줄 당 대표가 선출되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만약 이번 당 대표가 자신이 원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무능한 후보가 선택된다면 최악의 상황이다.
따라서 문 전 대표는 공개적으론 관심이 없는 듯 보이지만 물 밑에선 차기 당 대표에 대한 고민과 선택에 심혈을 쏟을 것이 자명하다. 아직은 당권 경쟁 초반이라 문 전 대표의 의중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당권 경쟁이 본격화 될수록 문 전 대표의 복심은 어떤 식으로든 나타날 것이다.
문재인이 극복할 두 가지 과제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차기 당 대표는 자신의 대선 레이스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즉, 차기 당 대표는 문 전 대표에게 대선 후보로서 강점은 더 강하게 부각시키고, 약점은 보완하며 위협은 선제적으로 제거하고 문 전 대표에게 더 많은 기회를 확장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문 전 대표의 고민과 선택은 더 깊어지는 것이다.
문 전 대표가 향후 대선후보 행보에서 시급히 극복해야 할 과제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고 있다. 하나는 문 전 대표의 지지층을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다. 최근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문 전 대표는 대략 20%대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가지고 있다. 그 어떠한 정치적 부침이 와도 콘크리트 지지층은 유지되거나 오히려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반면 이러한 콘크리트 지지층은 역으로 문 전 대표의 외연을 확대하는 데 제약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문 전 대표는 각종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여야 대선후보군 중에서 가장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장 후에도 반 총장과 초박빙의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제 문 전 대표의 과제는 20%대의 대선후보 지지도를 30%대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분석가는 문 전 대표가 20%대 대선후보 지지도만으론 아직 불안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래서 야권에서는 문 전 대표가 아직 필승카드가 아니며 끊임없는 회의론이 등장한다. 결국 문 전 대표의 과제는 20%대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넘는 외연확대가 절실하다.
다른 하나의 과제는 더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호남의 회복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해 분당사태를 맞아 그 책임을 지고 당 대표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지난 4.13총선에선 제1당이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호남에선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에게 참패를 당했다. 결국 문 전 대표는 지난 분당사태와 야권분열에 대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 전 대표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향후 대선 행보도 끝까지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과제 역시 문 전 대표에게 시급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김부겸 카드, 중도층으로 외연확대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자신의 지지층을 중도층으로 더 외연을 확대해 줄 수 있는 당권 후보를 꼽는다면 제일의 카드는 김부겸 의원이다. 김부겸 의원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더민주당의 당권 후보 1위를 차지할 만큼 타 후보에 비해 월등한 대중성을 인정받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김부겸 카드는 크게 세 가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첫째 당의 중심을 이념적으론 합리적 보수세력으로, 세대적으론 30, 40대에서 50, 60대로, 지역적으론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을 아우르며 영남권에 더민주당의 외연을 더 확장할 수 있다. 둘째, 당내 비문진영을 아울러 그동안의 계파갈등을 해소하고 보다 통합적인 행보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셋째, 향후 대선과정에서 야권분열 구도를 통합의 방향으로 선회할 수 있는 정치적 흐름을 만들 수 있다. 결론적으로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김부겸 카드는 자신의 지지층 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당내외적으로 새로운 정치적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카드가 되는 것이다.
문 전 대표 입장에서 호남과 전통적인 지지층을 회복할 수 있는 당권 후보를 꼽는다면 제일 카드는 추미애 의원이다. 추미애 의원 역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부겸 의원과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추미애 의원 역시 자신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가 되고 있다. 우선 추미애 의원은 5선으로 더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호남에 강한 호소력을 갖고 있다. 추미애 의원은 과거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과정에서도 끝까지 당에 남아 분열을 막기위해 노력했다.
특히 추미애 의원은 2014년 탄핵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광주에서 삼보일배를 했던 일화는 아직도 깊은 인상이 남아 있다. 또한 추미애 의원은 광주고등법원 판사직을 그만두고 김대중 대통령 후보의 유세단장을 맡을 정도로 더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추 의원은 최근 출마선언에서 ‘분열의 치유와 통합’그리고‘준비된 정당으로 새로운 10년을 열겠다’며 출마의 포부를 밝혔다. 추미애 의원은 역시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뚫어보고 있다. 추미애 의원의 두 가지메시지는 정확하게 더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호남을 향해 던졌다고 볼 수 있다. 추미애 의원은 4.13총선에서 더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호남이 회초리를 든 이유가 바로 첫째가‘분열’에 있으며, 둘째는 호남 민심에 준비되지 못한 더민주당의 무능함에 있다고 반성하고 있는 것이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추미애 카드는 여기에 정치적 의미가 있다. 문 전 대표는 4.13총선 당시 광주에서 더민주당의 지지를 호소하는 ‘광주선언’을 했지만 선거결과는 참패였다. 문 전 대표는 지금도 더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층과 호남의 민심을 회복하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노력만큼 단박에 돌아올 수 있는 호남 민심이 아니다. 따라서 문 전 대표에게 추미애 의원은 이와 같은 난제를 해결할 훌륭한 원군이 될 수 있다.
문재인의 선택의 기로에 서다
문 전 대표의 입장에서 이 두 가지 카드는 그 어는 것도 쉽게 버릴 수 없는 카드가 되고 있다. 더민주당의 관계자에 의하면 “문 전 대표 측에선 아직 추미애 의원과 김부겸 의원 모두에게 출마를 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문 전 대표 측은 아직 두 사람 중에 어떤 카드가 차기 대선을 책임질 당 대표인지 쉽게 판단을 못 내리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당내 영향력을 비추어 보아 그의 선택은 당 대표의 당락을 결정하고도 남는다. 따라서 문 전 대표가 비록 지금은 국내에 없지만 더민주당의 차기 당대표 후보군윤곽이 나오면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홍준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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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및 서울21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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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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